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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칼럼] UFC 205가 성사되기까지…UFC, NYC, MSG

작성일: 2016.11.09 06:30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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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꿈이 이뤄지는 콘크리트 정글 / 네가 해내지 못할 일이란 없어 / 넌 이제 뉴욕에 있으니 / 이 거리들이 너에게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고, 불빛들은 너에게 영감을 줄 거야."

'EMPIRE STATE OF MIND', 제이지 / 알리시아 키스

난 뉴욕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자라지도 않았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 가운데 몇 군데 가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뉴욕이 세계 어느 곳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맨해튼의 보도블록에 발을 딛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보아 온 건물들, 이들을 옆에 끼고 뻗은 좁은 도로들, 그 위의 노란 택시들, 이 사이로 빨간 신호를 관심 없는 '썸남'의 문자 메시지보다도 더 하찮게 여기며 건너가는 뉴요커들, 들뜬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정신없는 관광객들,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 도시에서 예측 가능한 나의 주머니 사정에 걸맞은 2.99달러짜리 핫도그(푸드 카트에서 만든 퍽퍽한)를 입에 문 채로 주위 광경에 넋을 놓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옆으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앞으로는 타임스퀘어가 보였다.

장황하다. 사실 내가 느끼는 뉴욕의 특징을 명쾌하게 설명하긴 힘들다. 실제로 뉴욕이 대단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지나치게 뉴욕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 혹자가 "넌 뉴욕을 지나치게 멋지게 그려낸 미 대중문화에 세뇌되었을 뿐"이라고 말해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도 '난 왜 뉴욕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거지. 난 미국 대중문화의 '뚱뚱한' 노예인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뉴욕에 머무른 기간은 창피해서 기재하지 않겠습니다.)

다행히 나이가 들며 저런 쓸모없는 고민의 시간을 자연스레 없애 준 '먹고 살 걱정'에 감사를 표하면서 동시에 UFC의 첫 뉴욕시 대회인 UFC 205(UFC의 첫 뉴욕주 대회는 1995년 9월 9일 뉴욕 버팔로에서 열린 UFC 7)를 앞둔 지금, 격투기 관련 소식으로 꽉 찬 나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jungsuleefight) 피드, 유튜브 구독 목록을 보면 '나만 뉴욕을 흠모해 온 것이 아니구나'라고 확인할 수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좀 놓인다. 현지의 방송사, 언론, 파이터, 기자 할 것 없이 들떠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UFC와 NY(뉴욕의 약자), 이 다섯 개 알파벳의 결합이 만든 파급력과 무게감은 1993년 UFC가 첫 대회를 열며 북미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연 이후로 가장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어떤 대회도 이런 폭풍을 만들지 못했다. UFC 205는 분명 뉴욕 진출을 무던히도 바랐던 이들의 염원, 이를 실현시키는데 겪었던 좌절,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대진이 만들어낸 ‘역작’이다.

2013년 코네티컷주(Connecticut)마저 종합격투기를 허용한 후로 뉴욕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종합격투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주로 남아 있었다. 동시에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종합격투기 대회 금지를 풀어 보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UFC가 쏟아 온 오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노력은 1993년 UFC가 '피의 스포츠' 정도로 인식되며 출범한 UFC를 2001년 로렌조 퍼티타와 데이나 화이트가 인수해 주파 시대를 연 이후로 끊임없이 UFC를 '진정한 의미의 메이저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려던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2005년 리얼리티 쇼 '디 얼티밋 파이터(TUF)'를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미국 공중파 TV 채널 폭스와의 계약이라는 혁명적 성과를 거둔 UFC였다. 이후 리복, 버드와이저, 할리 데이비슨,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블루칩 스폰서들과의 계약으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스포츠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종합격투기는 분명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프로 스포츠가 아닌가. 뉴욕에서만 유달리 종합격투기를 금지한다는 사실은 비상식적인 일이었고 동시에 UFC와 종합격투기의 유일하면서도 치명적인 허점이기도 했다.

UFC의 뉴욕 진출을 가로막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의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외식업 노동조합(Culinary Union, 이하 외식 노조)이었다. 외식 노조는 이제는 UFC의 '전' 오너가 된 로렌조 퍼티타가 소유한 카지노 사업체인 스테이션스 카지노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스테이션스 카지노가 외식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서였다.

외식 노조는 퍼티타가 소유한 또 다른 사업체인 UFC의 뉴욕 진출을 막는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퍼티타를 압박했다. 외식 노조의 로비는 결과적으로 유효했지만, 외식 노조와 스테이션스 카지노의 갈등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UFC를 볼모로 잡은 로비는 많은 비판을 받아와서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두 번째는 입법기관인 뉴욕 의회였다. 뉴욕 의회의 종합격투기 반대 세력의 핵심은 20년 동안 의장을 지낸 셸던 실버였다. '종합격투기 뉴욕 진출의 가장 강력한 적'이라고 불리던 실버는 황당하게도 지난해 11월 돈세탁 및 사기 등 7가지 혐의의 연방 비리로 기소되면서 의장에서 물러났다. "부패한 정치인들 때문에 종합격투기가 뉴욕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던 데이나 화이트의 짜증 섞인 코멘트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 주며.

이후 종합격투기의 뉴욕 진출은 급물살을 탔고 실버의 기소로부터 약 1년이 되는 오는 11월 13일 역사적인 뉴욕 첫 대회가 열리게 됐다. 그렇게, 공성전을 즐기는 UFC는 끈질기게 안을 내어 주지 않던, 온갖 금은보화와 명예로 가득 찬 성 ‘뉴욕’을 함락했다.

첫 대회를 위한 경기장은 모두의 예상대로 메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이하 MSG)으로 결정됐다. 맨해튼 빌딩 숲의 정중앙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MSG는 NBA 뉴욕 닉스와 NHL 뉴욕 레인저스의 홈구장이고, WWE 레슬매니아의 고향이며,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역사적 대결이 벌어진 바 있는 스포츠 팬, 특히 파이트 팬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MSG에서 첫 대회를 열기 위해 UFC는 성사할 수 있는 모든 카드들을 꺼냈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처우 관련 문제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여론을 잠시나마 불식하고도 남을 만한 파괴력을 가진 경기들이었다.

메인이벤트에서는 페더급 챔피언이자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스타 '미스틱 맥' 코너 맥그리거가 라이트급 챔피언 '언더그라운드 킹' 에디 알바레즈의 타이틀에 도전한다. 맥그리거가 승리할 경우 UFC 역사상 최초로 동시에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른 선수로 기록된다.

코너 맥그리거가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메인 카드에는 타이틀전이 무려 세 개가 포진돼 있고, 뉴욕의 영웅 크리스 와이드먼도 나선다. 경기 숫자도 평소 다섯 경기에서 파격적 여섯 경기로 치러진다. 언더 카드 대부분의 경기 역시 어지간한 대회에서 충분히 메인이벤트를 꿰찰 수 있다.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의 상징이자 UFC 200에서 타이틀에 도전했던 프랭키 에드가가 9년 만에 언더 카드에 배정됐을 정도다.

스포티비 역시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로는 최초로 언더 카드부터 독점 생중계(13일 오전 8시 30분)를 결정했다. 예상 중계 시간은 무려 7시간이다.

UFC가 이번 UFC 205에 붙인 부제는 'CAN'T WAIT(도저히 못 기다리겠다)'이다. 부제를 참 잘 지었다. 올해를 통틀어 내가 이 정도로 무엇을 간절히 기다려본 것. 두 달 전 무덥던 여름날 아침 점심을 다 굶으며 일하다 오후 5시쯤 시킨 중국식 냉면(땅콩 소스 듬뿍 넣어 달라고 신신당부함)을 제외하면 없었다고 단언한다.

만약 파이트 팬이라면 이번 대회를 놓치지 말기를, 이번 대회는 분명 종합격투기의 역사에 길이 남을 대회이자 축제다. 난 UFC의 반대편에 서있는 대회를 해설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격투기를 뉴욕에 진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모든 이들, 그리고 이에 걸맞은 카드를 준비한 UFC에 찬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데이나 화이트가 UFC 205 기자회견을 알리며 외쳤던 아홉 개의 알파벳을 되뇌어 본다.

"UFC, NYC, MSG."

필자 소개- KBS N SPORTS 격투기(벨라토르·글로리) 해설 위원. 전 엠파이트 칼럼니스트. 중국식 냉면을 사랑한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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