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진출 꿈' 좇아 스페인 헤엄치다 익사…그런데 당일 아침 비자 승인됐다→26세 모로코 女축구선수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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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유럽 무대를 꿈꾸던 모로코 여자 축구선수가 더 나은 삶을 찾아 스페인령 세우타로 향하던 도중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날, 그토록 기다렸던 스페인 비자가 승인됐다는 점이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모로코 여자 축구선수 파텐 벤 오마르 엘 아지지가 스페인령 세우타로 헤엄쳐 건너가려다 향년 26을 일기로 익사했다"고 전했다.
엘 아지지는 모로코 북부 테투안을 연고로 하는 모그레브 아틀레티코 테투안 여성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오랫동안 모로코 지역리그에서 뛴 그는 축구를 발판 삼아 유럽으로 진출하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자축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팀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수당은 260디르함(약 3만4000원) 안팎에 불과했다. 패하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2살 때 아버지를 여읜 엘 아지지는 어머니와 형제자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선수 생활과 일을 병행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일했던 곳은 지역 공동묘지였다. 묘지를 청소하는 등의 일을 하면서도 축구선수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비극이 찾아왔다.
엘 아지지는 모로코에서 지중해 건너편 스페인령 세우타까지 헤엄쳐 이동하려다 물에 빠져 숨졌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같은 날 아침, 그의 가족에게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식이 전해졌다는 점이다.
어머니 자밀라 씨에 따르면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딸의 스페인행 비자가 승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신분증을 지참해 모로코 탕헤르에 있는 영사관에서 비자를 수령하란 안내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때 엘 아지지는 이미 세우타를 향한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 뒤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어머니는 딸이 비자를 신청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비자가 승인됐음에도 엘 아지지가 왜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려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현지에선 그 역시 비자가 실제로 승인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떤 종류의 비자를 신청했는지, 구체적인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엘 아지지의 죽음은 당시 모로코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주 행렬 속에 발생했다.
7월 말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향하려는 이례적인 규모의 월경 시도가 이어졌다. 이주민 지원단체 '카미난도 프론테라스'에 의하면 이때 바다에서 익사하거나 육로 국경 인근에서 인파에 짓눌리는 등의 사고로 최소 14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35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엘 아지지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사고 이후 엘 아지지뿐 아니라 다른 두 자녀 역시 같은 월경 행렬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장남은 세우타에 도착해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14살 딸 또한 세우타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어머니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제 아이들이 모두 내 곁에서 사라졌다. 나는 혼자가 됐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모로코에서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5~24세 청년 가운데 약 40%가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건설과 개보수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다. 지난해엔 의료와 교육 분야에 대한 공공 지출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월드컵 경기장 정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체는 "축구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꿈을 품었던 엘 아지지는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시신은 생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했던 테투안의 공동묘지에 안장됐다"며 삶의 기구한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관통 중인 엘 아지지 가족의 비운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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