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왜 그 좋은 날 울먹였을까… ‘대투수’로 키워줬던 은사, 하늘에서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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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인 양현종(38·KIA)은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웠다. ‘꾸준함’의 상징인 양현종은 이날 13시즌 연속 100이닝 투구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5⅔이닝을 던지고 있었던 양현종은 이날 5⅓이닝을 비교적 손쉽게 잡아내면서 아홉수 없이 가뿐하게 대기록을 달성했다. 양현종은 2009년 개인 경력 첫 100이닝(148⅔이닝)을 시작으로 2012년(41이닝)을 제외하면 올해까지 모든 시즌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는 10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는데 이는 KBO리그 역대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상 13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는 송진우(1994~2006년)가 유일하다. 양현종이 송진우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KBO리그 역대 기록을 세울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큰 부상이 없었을 정도의 철저한 자기 관리, 그리고 경기에 나갈 명분을 쌓아주는 실력과 실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양현종은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팬들의 가슴을 짠하게 했다. 자신도 기분 좋은 기록을 세웠고 팀도 대승해 모두가 축제 분위기였지만,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 가던 양현종은 한 질문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바로 최근 별세한 칸베 토시오 전 KIA 투수코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칸베 코치는 지난 15일 향년 83세로 세상을 떴다. 긴테츠 버팔로즈와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현역 생활을 한 칸베 코치는 1983년 야쿠르트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일본에서 꾸준히 코치 생활을 하다 2008년 KIA로 와 2년간 투수코치로 재직했다. 당시 KIA에 있었던 투수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윤석민 양현종과 같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조련하고 또 키워냈다.
양현종도 칸베 코치의 지도를 받은 대표적인 어린 선수였다.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다는 게 당시를 회상하는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 그리고 동료 선수들의 회상이다. 공을 많이 던지기도 했고 원정 경기 때는 매일 밤 호텔 주차장에 수건 한 장을 들고 나와 엄청난 섀도 피칭을 하기도 했다. 투구 밸런스를 일정하게 잡기 위한 훈련이었다.
비록 2년의 시간이었지만 양현종도 칸베 코치에 대한 존경심이 컸고, 칸베 코치가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는 비시즌 직접 찾기도 하면서 깍듯하게 모셨다. 그런 칸베 코치가 유명을 달리한 소식은 양현종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양현종은 15일 광주 두산전 등판을 마친 직후 칸베 코치의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은 21일 경기를 마치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건데… 돌아가실 때도 딱 내가 선발이었다. 그날도 운이 많이 따랐었는데 하늘에서 많이 도와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말을 잇기 힘들어했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양현종은 “하늘에서 많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항상 있는 것 같다”고 어렵게 대답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의 13년 연속 100이닝 달성의 시작은 2009년이었다. 2007년 KIA의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양현종은 2007년과 2008년 1군에서 뛰었으나 약점도 뚜렷하게 드러냈던 선수였다. 투구 밸런스가 오락가락했다. 2009년 시즌을 앞두고도 위기가 있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회상이다. 당시 캠프에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아 중도 귀국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칸베 코치가 사정해 양현종은 캠프에 남을 수 있었고, 더 강한 훈련에 매진한 양현종은 2009년 개인 첫 규정이닝(148⅔이닝)을 던지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그 시작은 양현종의 곁에서, 그 끝은 하늘에서 함께했다. 양현종이 훗날 경력을 마무리할 때의 그 어마어마한 숫자들과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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