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5억 계약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가장 꾸준히 대기한 투수, 숫자 이상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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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6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예상보다 계약이 늦고, 또 화제를 일으킨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조상우(32·KIA)였다. 선수가 생각하는 금액, 그리고 구단이 생각하는 금액이 사뭇 달랐다. 꽤 오래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해 시즌 뒤 개인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조상우는 비시즌 타 팀의 구체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감지한 KIA는 급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좋은 실적을 가진 투수임에는 분명했지만, 지난해 성적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72경기에서 60이닝을 던지며 28홀드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90이었다. 무엇보다 구속과 구위는 예전에 우리가 알던 조상우가 아니었다.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위해 꽤 값비싼 대가를 치렀던 KIA는 조상우의 구위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를 오롯이 확인하지 못했다. 이는 타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보상 등급이 A였다. 영입하려면 내놔야 할 게 많았다. 결국 공전하던 계약은 해를 넘겨 1월 21일에야 이뤄졌다. 캠프 출발 직전이었다. 2년 총액 15억 원(계약금 5억 원·연봉 총액 8억 원·인센티브 총액 2억 원)의 조건이었다.
금액은 KIA의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조상우 측은 옵트아웃 조항을 얻어 2년 뒤를 기약했다. 2년 내 구단과 합의한 기준의 성적을 달성하면 2년 계약이 끝난 뒤 비FA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결렬되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보상 선수나 보상금 없이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런 조상우는 2년 뒤를 기약했던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있을까. 조상우는 31일 현재 시즌 53경기에서 47이닝을 던지며 6승3패1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점 2.49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KIA와 합의한 기준선 성적을 채워가는 중이다.
성적을 놓고 논란은 있다. 평균자책점은 낮지만, 투구 내용은 불안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올해 피안타율은 0.26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34로 2점대 평균자책점에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다. 승계주자에 실점한 비율도 30%가 넘고, 주자를 깔고 마운드를 등진 경우도 있었다. 강력한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던 예전의 모습보다는, 노련하게 변화구로 타자를 잡아내는 선수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조상우가 KIA 불펜에 가져다 주는 효용은 적지 않다. 우선 올해 KIA 불펜 선수 중 그래도 가장 꾸준하게 활약하며 자기 자리를 지킨 편에 속한다. 정해영이 부진했을 때, 성영탁이 부진했을 때, 이태양과 곽도규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그래도 조상우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KIA 벤치에 옵션을 제공했다. 주자를 깔고 내려간 경우도 있지만, 또 위기 상황을 정리하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경기도 많았다. 15개의 홀드는 그냥 기록한 게 아니다.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도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노련함을 과시했다. 1-1로 맞선 연장 10회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대타 한유섬에게 안타를 맞았고, 안상현에게 던진 공이 손에서 빠지며 헬멧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몸에 맞는 공으로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아마도 예상보다 1이닝, 최소 1~2타자 먼저 등판한 터라 몸과 마음 모두 준비가 덜 된 상황이었지만 KBO리그 통산 468경기 출전의 노련한 베테랑은 역시 달랐다. 김범수가 정준재의 희생번트를 저지하자 이어 마운드에 올라 노림수가 좋은 타자인 이지영을 힘 없는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에레디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완벽하게 불을 껐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은 조상우의 능력이 극대화된 순간이었다.
이처럼 조상우는 상황에 맞춰 자신이 팀에 제공하고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쩌면 가장 계산이 서는 불펜 투수라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니다. 한 시즌을 치르며 많은 등판을 했지만 몸 상태는 자신이 있다. 조상우는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라 매 순간 긴장을 최고조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몸 컨디션도 100%로 좋다”고 자신했다.
선수의 가치를 판단할 때 “이 선수가 없었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은 하나의 분석 도구가 된다. 올해 내내 아슬아슬하게 운영되고 있는 KIA 불펜에 ‘시즌 내내 조상우가 없었다’는 가정은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최고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는 의미다. 2년 15억 원이라는 가격표도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묵묵하게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조상우가 더 치열해질 순위 싸움에서 경험과 관록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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