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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망친' 홍명보보다 나을까, 한국 임시 사령탑 모레노 공식 발언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

작성일: 2026.09.04 16:30 장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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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임시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한국 축구 팬들에게 첫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된 것을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이라고 표현한 그는 말보다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최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는 수년 동안 한국 축구를 알고 있었고 존중해 왔다. 이제 나의 임무는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부임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과를 약속하지는 않겠다. 대신 노력과 정직함, 존중을 약속하겠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남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6명의 선임을 승인했다. 월드컵 이후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를 공개 모집으로 채웠고,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모레노 감독을 최종 선택했다. 한국 남자 A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스페인 출신 사령탑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모레노 감독은 9월과 10월 각각 두 경기, 11월 두 경기까지 총 6차례 A매치를 지휘한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내년 1월 개막하는 만큼 대한축구협회는 6경기에서 보여준 성과를 평가한 뒤 향후 대표팀 운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임시 사령탑 선임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대한체육회 기준에 맞춰 진행하려 노력했다"며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꾸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모레노 감독과 함께할 코칭스태프도 모두 꾸려졌다.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해 하신트 마그리냐 분석·방법론 코치,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전술 코치, 하비에르 초카로 피지컬 코치,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한다. 이들은 천안을 거점으로 생활하며 K리그 현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48세인 모레노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일반적인 엘리트 선수 출신 감독들과 다르다. 프로 선수 경력 없이 전술과 영상 분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지도자로 성장했다.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0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스카우트와 비디오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의 지도자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다. 모레노 감독은 2011년 AS로마에서 엔리케 감독을 보좌하기 시작한 뒤 셀타 비고와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까지 동행했다. 상대 분석과 전술 설계를 담당하며 엔리케 사단의 핵심 참모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함된 팀을 경험했다. 당시 바르셀로나가 스페인과 유럽 무대를 평정하는 과정에서 전술 분석과 팀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2019년에는 스페인 대표팀을 직접 지휘했다. 가족 문제로 자리를 비운 엔리케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을 맡은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결과도 좋았다. 9경기에서 7승 2무로 무패를 기록하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엔리케 감독이 복귀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독립한 뒤에는 순탄치 않은 시간도 있었다. 프랑스 AS모나코와 스페인 그라나다를 맡았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 PFC 소치를 지휘했다. 2023-24시즌 도중 강등권에 놓인 팀을 맡아 강등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듬해 다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다. 2025-26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지난해 8월 팀을 떠난 뒤 약 1년 만에 한국에서 현장에 복귀한다.

소치 시절에는 챗GPT를 둘러싼 뜻밖의 논란도 있었다. 현지에서 모레노 감독이 챗GPT를 이용해 훈련 프로그램과 선발 명단, 선수단 이동 일정과 선수 영입 등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레노 감독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경기를 준비하고 선발 명단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비롯한 어떤 AI도 활용한 적이 없다.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챗GPT를 사용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어를 번역하기 위한 용도였을 뿐 경기 준비나 선수 선발에는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대한축구협회가 모레노 감독을 높게 평가한 요소 중 하나는 데이터 활용과 상대 분석 능력이다. 분석가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해 오랫동안 엔리케 감독과 전술을 설계했던 만큼 대표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축구 철학도 비교적 뚜렷하다. 기본적으로 볼 점유를 중시하고 소유권을 잃으면 즉각적인 압박으로 빠르게 공을 되찾는 축구를 선호한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상대와 상황에 맞춰 전술을 바꾸는 데도 적극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클럽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한국 선수들을 처음 직접 지도하는 모레노 감독에게는 첫 소집까지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을 입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코칭스태프가 국내에 머물며 K리그를 직접 관전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약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첫 번째 시험대는 오는 24일이다. 한국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을 치른다. 이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맞붙는다. 10월 2일에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 6일에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9월과 10월 A매치 일정이 통합되면서 약 2주 동안 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11월에도 두 차례 평가전이 예정돼 있지만 상대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에게는 단 6경기 안에 자신의 축구를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성과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동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모레노 감독은 조만간 한국에 입국해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 나선다. 그전까지 별도의 인터뷰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첫 기자회견에서는 선수 선발 원칙과 대표팀 운영 방향, 한국에 입힐 전술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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