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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지휘봉 잡자마자 "결과 약속 안 한다"…'분석가 출신' 모레노, 첫 출사표→단 6경기 생존 경쟁 시작

작성일: 2026.09.04 10:03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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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임시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부임 후 첫 메시지를 내놨다. 

모레노 감독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소감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통해 모레노 감독을 비롯한 남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6명의 선임을 승인했다.

모레노 감독은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수년 동안 한국 축구를 알고 있었고 존중해 왔다. 이제 나의 임무는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를 약속하지는 않겠다. 대신 노력과 정직함, 존중을 약속하겠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9월과 10월 각각 두 경기, 11월 두 경기까지 총 6차례 A매치를 지휘한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내년 1월 개막하는 만큼 대한축구협회는 6경기를 치른 뒤 향후 대표팀 운영 방향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선임은 공개 모집을 통해 이뤄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이후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을 찾기 위해 공개 채용 절차를 진행했고, 모레노 감독은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한국 성인 남자 대표팀을 맡는 최초의 스페인 출신 감독이기도 하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번 임시 사령탑 선임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대한체육회 기준에 맞춰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 깊었다"며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자신의 코칭스태프와 함께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해 하신트 마그리냐 분석·방법론 코치,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전술 코치, 하비에르 초카로 피지컬 코치,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가 모레노 감독을 보좌한다.

코칭스태프는 천안을 거점으로 생활하면서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할 계획이다. 임시 감독 체제인 만큼 선수단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직접 점검하며 첫 대표팀 명단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모레노 감독은 일반적인 엘리트 선수 출신 지도자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비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생활 초기부터 전술과 영상 분석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뒤 2010년 바르셀로나에서 스카우트와 비디오 분석 업무를 맡았다.

지도자 경력의 중요한 전환점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2011년 AS로마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셀타 비고와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까지 엔리케 감독과 함께했다. 상대 분석과 전술 설계에 강점을 보이며 엔리케 감독의 핵심 참모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을 앞세워 스페인과 유럽 무대를 휩쓸었다. 모레노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하며 빅클럽 운영과 전술 분석 경험을 쌓았다.

이후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고 2019년에는 직접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기회가 찾아왔다. 엔리케 감독이 가족 문제로 자리를 비우면서 감독대행을 맡았고 이후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을 당시 성적은 좋았다. 9경기에서 7승 2무를 기록해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진출도 이끌었다. 그러나 엔리케 감독이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오면서 모레노 감독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부터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프랑스 AS모나코와 스페인 그라나다 등을 차례로 맡았지만 스페인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성과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모나코에서는 13경기를 지휘한 뒤 팀과 결별했고, 그라나다에서도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 PFC 소치를 지휘했다. 2023-24시즌 도중 강등권에 놓여 있던 소치를 맡아 결국 강등을 막지는 못했지만, 다음 시즌 팀을 다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다. 이후 2025-26시즌 초반 성적 부진 끝에 지난해 8월 팀을 떠났고, 한국 대표팀 부임을 통해 약 1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소치 시절에는 인공지능(AI) 챗GPT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지에서 모레노 감독이 챗GPT를 활용해 훈련 프로그램과 선발 명단 구성, 선수단 이동 일정과 선수 영입 등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모레노 감독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기를 준비하고 선발 명단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비롯한 어떤 AI도 활용한 적이 없다. 이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경기 준비나 선수 선발에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챗GPT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러시아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활용했을 뿐이라는 게 모레노 감독의 설명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모레노 감독 선임 과정에서 주목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활용과 상대 분석 능력이다. 선수 출신이 아닌 분석가로 출발했고 오랫동안 엔리케 감독을 보좌하면서 전술 설계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존 한국 대표팀과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도 관심을 모은다.

모레노 감독은 기본적으로 볼 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최대한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주도하고, 소유권을 잃었을 때는 곧바로 압박에 들어가 빠르게 공을 되찾는 축구를 추구한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상대와 경기 상황에 따라 전술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성향도 갖고 있다.

다만 대표팀에서는 클럽과 달리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시간이 제한적이다. 특히 모레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처음으로 직접 지도하는 데다 9월 첫 소집까지 준비 기간도 짧다. 코칭스태프가 천안에 상주하면서 K리그 현장을 직접 살피기로 한 것도 빠른 선수 파악을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첫 시험대부터 만만치 않다. 한국은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모레노 감독 체제 첫 경기를 치른다. 나흘 뒤인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맞붙는다.

10월에도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하고, 6일에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9월과 10월 A매치 기간이 통합되면서 약 2주 사이 네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11월에는 두 차례 평가전이 추가로 예정돼 있지만 상대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조만간 한국에 입국해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공식 기자회견 이전까지는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며, 기자회견에서는 대표팀 운영 방향과 선수 선발 기준, 자신의 전술 구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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