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하면 끝을본다”… 요트 국가대표 조성민, OCA 선수위원 향해 돛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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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후배 선수들은 제가 겪었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합니다.”
아시아 스포츠 정책에 선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선수위원에 한국 요트 국가대표 조성민(39)이 도전장을 던졌다.
대한체육회는 조성민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진행되는 OCA 선수위원 선거의 대한민국 후보로 선정했다.
이번 OCA 선수위원 선거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 진행된다. 투표는 9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어지며 서아시아 여자, 중앙아시아 남자, 동아시아 남자, 동남아시아 여자 등 총 4명의 선수위원을 선출한다.
조성민이 OCA 선수위원에 도전하게 된 출발점은 오랜 선수 생활에서 직접 경험한 어려움이었다.
조성민은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마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며 지나왔지만, 기성세대 선수로서 지금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앞으로의 선수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선수위원 활동으로 이어졌다.
대한요트협회 선수위원을 시작으로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에 당선되면서 자신의 종목을 넘어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과 접할 기회를 얻었고, 이제 활동 무대를 아시아로 넓히기 위해 OCA 선수위원에 도전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충과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며 “이를 제도 개선이나 지원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했던 경험이 제 사고와 시각을 넓혀줬다. 이런 경험은 OCA에서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역 선수라는 점도 강점이다.
요트는 종목 특성상 유소년부터 청소년, 대학생, 성인 선수까지 한 장소에서 함께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조성민은 긴 선수 생활 동안 다양한 연령대 선수들이 처한 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는 “선수 생활이 길었던 만큼 많은 일을 경험했다. 다양한 연령층과 위치에서 선수들이 겪는 즐거운 일과 힘든 일들을 모두 접할 수 있었다”며 “이런 경험이 OCA 선수위원으로서 다양한 종목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기대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과 대한체육회가 축적한 국제 스포츠 선거 경험이다.
조성민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IOC 선수위원을 세 차례 배출한 대한체육회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원윤종 위원을 IOC로 만들었던 국제교류부의 노하우와 김국영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의 한마디는 조성민에게 큰 힘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국제교류부 직원들과 김국영 위원장이 선수위원회 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런 도움 없이 혼자였다면 준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근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 원윤종 위원의 ‘생생한 선거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조성민은 “원윤종 위원의 선거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며 “제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잘 알고 있어서 제가 물어보기도 전에 선거와 관련한 많은 부분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따로 있었다.
“지금부터는 부끄러움을 버려야 합니다. 그냥 인형 탈 하나 쓰고 다닌다고 생각하세요”
원윤종 위원이 건넨 ‘선거 필승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평소의 조성민은 잠시 내려놓고 선거 기간만큼은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자신을 알려야 한다는 반어법적 의미였다.
조성민은 “원윤종 위원이 ‘인형 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결국 선수위원 선거에서 필요한 것은 체력만큼이나 자신감이었다.
조성민의 도전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힘을 보탰다. 유 회장은 농담 섞인 한마디로 조성민의 선전을 기원했다.
“뽑히지 않는다면 한국에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
다소 강한(?) 주문이었지만 그만큼 당선을 바라는 기대가 담긴 말이었다. 유 회장 특유의 유쾌한 격려에 조성민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주변의 응원은 조성민에게 ‘발로 뛰는 선거’를 결심하게 했다.
아시안게임은 경기장이 넓게 분산돼 있는 만큼 이동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가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는 “가장 많은 종목이 집중된 크루즈십 가든피어와 킨조가든을 주요 활동 장소로 계획하고 있다”며 “나고야 동부와 서부, 아이치, 도쿄 등은 종목별 경기 일정에 맞춰 움직일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도쿄는 선수 규모는 크지만 수영 등 일부 종목이 중심이고, 나고야 동·서부 지역에는 많은 종목이 분산돼 있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핵심이다"면서“할 마음을 먹었으니 끝을 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선된다면 관심을 두고 싶은 문제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 선수들이 겪는 ‘언어의 장벽’이다.
아시아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 국제무대에서 언어의 차이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조성민의 생각이다.
그는 “언어의 차이가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 장벽을 낮춰야 더 많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선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성민의 도전에는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외연을 넓힌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스포츠 외교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IOC 선수위원을 배출한 경험에 이어 OCA 선수위원까지 탄생한다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영역을 넓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경기장에서 선수로 경쟁해 온 조성민은 이제 자신을 위한 레이스가 아닌, 아시아 선수들을 대표하기 위한 또 다른 레이스의 출발선에 섰다.
“대한민국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 역할에 충실하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이 도전을 해야 할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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