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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패배보다 두려운 건 현실 외면”…韓 대학축구는 왜 연패에도 일본과 정면승부 택했나

작성일: 2026.09.20 20:20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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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류가사키(일본), 정형근, 배정호 기자] “문을 열고 부딪히러 온 것이다. 직접 겨뤄봐야 어디가 부족한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한국 대학축구가 일본과의 격차를 확인하고도 다시 일본을 찾았다. 패배가 두려워 맞대결을 피하기보다 직접 부딪혀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택이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은 19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에서 제1회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을 개최했다.

매년 열리는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과 별도로 만들어진 새로운 교류 무대다. 전문대학 선수들로 구성된 UNIV PRO 챌린지, 19~20세 선수들로 꾸려진 UNIV PRO U-20, 국내 대학대회 우승팀 울산대가 차례로 일본 대학축구와 맞붙었다.

이번 교류전의 출발점은 지난해 덴소컵이었다.

박한동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은 취임 후 처음 덴소컵을 지켜본 뒤 일본과의 격차를 확인하고 대학축구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기존처럼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단기간 소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육성하는 상비군 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연령별 상비군 운영을 시작하고 대학축구 선수 육성 프로젝트 ‘UNIV PRO’를 구축했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단기간 소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육성해 대표팀까지 연결하는 체계다.

약 9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 3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덴소컵에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은 일본 대학선발에 1-2로 패했지만 박 회장은 당시 “오늘이 시작이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6개월 뒤 류가사키에서 열린 이번 교류전은 당시 약속을 한 단계 더 확장한 무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쉽지 않았다. UNIV PRO 챌린지는 관동대학축구리그 3부 선발팀에 0-4로 패했고, 박영우 감독이 이끈 UNIV PRO U-20도 일본 U-20 관동대학 선발팀에 0-3으로 졌다. 울산대는 일본 호세이대와 3-3으로 비기며 자존심을 지켰다. 

박 회장은 패배를 피하기 위해 상대를 고르는 것보다 지금 한국 대학축구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오늘 경기 결과가 한일 축구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처음 덴소컵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3월 나고야에서 ‘오늘이 시작’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 교류전은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패가 이어지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일본과 맞붙는 횟수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리는 길을 선택했다.

“솔직히 연패의 압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정면승부를 피할 수도 있다. 이번 교류전 세 경기 모두 내려서지 않는 경기를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지 않나. 비겁해지는 순간 경기는 끝이다. 지금이라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도전하고 있다.”

▲ 한국대학축구연맹은 19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에서 제1회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을 개최했다. ⓒ대학축구연맹
▲ 한국대학축구연맹은 19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에서 제1회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을 개최했다. ⓒ대학축구연맹

◆ “피하지 말고 부딪혀야”…전문대·U-20·대학 우승팀까지 일본으로

이번 교류전의 특징은 한국 대학선발 한 팀만 일본에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대 선수들이 일본 관동대학리그 3부 선발팀과 맞붙었고, UNIV PRO U-20은 같은 연령대의 일본 관동대학 선발팀을 상대했다. 국내 대학대회 우승팀 울산대도 일본 대학축구의 강호 호세이대와 맞대결을 펼쳤다.

박 회장은 이런 구성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한 팀만으로는 우리 현실을 다 알 수 없다. 전문대 선수들, 연령별 선수들, 대학 우승팀까지 일본과 직접 겨뤄봐야 어디가 부족한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경험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가장 큰 공부라고 생각하고 대학축구에도 자산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박영우 UNIV PRO U-20 감독도 지난해와는 다른 가능성을 느꼈다.

지난해 덴소컵에 수석코치로 참가했던 박 감독은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다. 전력 차이가 나다 보니 지키는 축구를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은 “지난해에는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년 동안 선수들을 데리고 해보니 이제는 조금만 더 하면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몇 가지만 고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학축구가 약해지면 한국 축구의 허리가 무너진다”

박 회장이 바라보는 목표는 한일전 승리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박 회장이 말하는 ‘대학축구 시스템의 프로화’는 경기와 선수 육성, 리그 운영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대회를 개선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 대학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경쟁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대학축구 시스템 전체를 프로화하겠다는 방향은 그대로 가되 속도와 깊이를 더할 것”이라며 “국내 리그와 대회를 대폭 개선하고 더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부딪혀 볼 수 있게 교류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축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소년부터 대학, 프로와 국가대표까지 하나의 선수 육성 체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대학축구를 따로 떨어진 아마추어 대회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대학은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가 약해지면 결국 한국 축구의 허리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소년, 대학축구, 프로, 대표팀을 시스템화하고 장기 플랜을 세워 협회와 프로구단이 함께해 주셔야 한다”며 “대학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는 결국 K리그로, 대표팀으로 간다. 유소년, 대학축구에 대한 투자는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키는 해결책이다. 모두의 힘과 지혜를 절실한 마음으로 하나로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성적표는 냉정하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격차가 두려워 맞대결을 피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혀 차이를 확인하는 길을 택했다. 전문대와 U-20, 대학 우승팀까지 일본으로 데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지 않나. 비겁해지는 순간 경기는 끝이다.”

지난 3월 나고야에서 “오늘이 시작”이라고 선언했던 박 회장은 6개월 뒤 류가사키에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 대학축구연맹 박한동 회장은 "박 회장은 “대학축구를 따로 떨어진 아마추어 대회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대학은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가 약해지면 결국 한국 축구의 허리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 대학축구연맹 박한동 회장은 "박 회장은 “대학축구를 따로 떨어진 아마추어 대회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대학은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가 약해지면 결국 한국 축구의 허리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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