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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띠' 전어진·조영승의 야인시대 "후쿠다 리키·박형근 붙자"

작성일: 2015.05.10 10:30 이교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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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이교덕 기자] 따뜻한 봄의 어느 날, 일산 호수공원에서…

#1. 야인시대와 슈퍼코리안

내일의 조(조영승) "초등학교 때 야인시대가 정말 인기였다. 많이 따라했다"
대장 고릴라(전어진) "맞다. 맨날 친구들끼리 역할극을 하곤 했다. 초등학교 3, 4학년 땐가?"
내일의 조 "(전어진에게)너도 김두한이었냐? 나도 김두한이었는데!"
대장 고릴라 "난 구마적, 아니면 시라소니를 했었지"

동갑은 공유하는 추억이 있다. 1993년생 로드FC 파이터 '대장 고릴라' 전어진(22,팀맥스)과 '내일의 조' 조영승(22,주짓수월드)에겐 '야인시대'가 그 중 하나였다. 야인시대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SBS에서 방송된, 김두한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다. 시라소니, 구마적, 신마적, 쌍칼, 김무옥, 하야시 등 여러 캐릭터들이 사랑 받았는데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선 이들을 따라하는 역할극이 인기였던 모양이다.

대장 고릴라 "중학교 때는 빅뱅 노래를 많이 들었다. 원더걸스 '텔미'가 엄청난 인기였다. 이 노래만 나오면 다들 미쳤었다"
내일의 조 "난 브아걸(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를 참 좋아했다"
대장 고릴라 "드라마는 '꽃보다 남자'가 꽤 인기였던 거 같다"

둘은 잠자고 있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추억들을 하나씩 깨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단어가 '슈퍼코리안'이었다. 역시 뼛속까지 파이터들이었다. 전어진과 조영승은 시즌2의 광팬이었다고 했다. 케이블채널 XTM에서 방송된 리얼다큐 '고!슈퍼코리안'은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격투기 서바이벌 리얼다큐 프로그램으로, 최근 시즌제로 방송되는 '주먹이 운다'의 아버지뻘이다. 2006년 시즌2에선 남의철, 유우성, 김장용, 김행기, 권아솔, 이광희, 장덕영 등이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내일의 조 "(권)아솔이 형 나올 때 재밌게 봤다. 지인진 선수한테 얼굴 들이밀 때….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TV에서 보던 파이터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장덕영 관장에게 주짓수를 배우고 있고. 생각해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대장 고릴라 "맞다. 아솔이 형은 최근에 미들급에 올라와서 나도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 한 명의 어린 팬으로 슈퍼코리안을 보던 나를, 슈퍼코리안에 출연한 파이터가 언급하다니 기분이 묘하다. 이런 상황 자체가 재밌다. 물론 아솔이 형이 미들급으로 올라오면 힘 차이를 느낄 테지만…. 하하하"
내일의 조 "더군다나 이번엔 장충체육관에서 같은 대회(로드FC 22)에서 경기도 뛰었다. 내 경기를 마치고 '권아솔-이광희 3차전'을 봤다. 역시 대단했다. 팔꿈치를 카운터로 쓴 아솔이 형의 전략적 승리였다고 생각한다"
대장 고릴라 "광희 형의 투지도 빛났다. 그렇게 이마가 찢어진 상황에서도 계속 전진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두 형들 모두 대단했다"
내일의 조 "옛날에는 광희 형이 무섭게 생겼었고, 아솔이 형이 순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광희 형 인상이 부드럽게 변했고, 아솔이 형은 좀 '빡시게(?)' 변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인상도 바뀌었다고 느끼니, 그런 것들도 우리들에겐 신기하다"

이들의 대화는 '야인시대'에서, 동경하던 슈퍼코리안 출신 권아솔과 이광희의 3차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전어진, 조영승 모두 지난 3월 21일 로드FC 22 메인카드에서 승리를 거둔 차세대 주자들. 그러나 권아솔과 이광희, 슈퍼코리안 등의 이야기를 할 땐 순수한 중학생 격투기 팬으로 돌아가 있었다.


#2. 짜릿한 승리

권아솔이 이광희에게 TKO승을 거둔 날, 미들급 전어진은 '흑곰' 박정교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로드FC 메인카드 첫 경기를 치른 밴텀급 조영승은 UFC에 다녀온 타무라 이세이에게 2라운드 리어네이키드초크로 탭을 받았다.
대장 고릴라 "승리의 기쁨은 하루나 이틀 정도 간다"
내일의 조 "맞다. 하늘 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다가 월요일 되면 다시 내려온다. 마치 거짓말처럼"
대장 고릴라 "(박)정교 형과의 경기에서 KO로 이기든 KO로 지든, 판정까지는 안 갈 줄 알았다. 흥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세컨드 말을 잘 안 듣는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육진수 감독님과 동료들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전략대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노력했고 힘겹게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복싱 경력을 통틀어 사우스포와 경기는 처음이었다. 거리감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탐색전이 길어졌다. 1라운드 중반 이후 타격거리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들어갔다"

전어진은 2라운드 박정교가 스텝을 살리면서 나래차기 등과 같은 변칙 발차기 공격을 선보였을 때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훈련 중 다친 인대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태클을 섞으면서 박정교의 리듬을 흐트러뜨렸는데, 그것이 주효했다.

대장 고릴라 "정교 형이 갑자기 발차기로 나와서 되게 놀랐다. 두 방 정도가 얼굴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맞으면 가겠구나' 생각하고 바짝 긴장했다. 킥 하나가 몸통에 제대로 하나 박혔다. 1라운드 끝나고 마셨던 물이 '헉' 하고 넘어올 뻔했다. 표정을 숨겼다. 안 아픈 척하느라 혼났다. 인대 부상으로 발목 통증이 계속 심해졌다. 3라운드 타격으로 모험수를 거는 것보다 테이크다운을 섞어 안정적으로 가자고 생각했고, 이것이 먹혔다"
내일의 조 "주짓수 파이터라 서브미션 기술로 승리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이번엔 레슬링 압박이 좋은 타무라에게 오모플라타에 이은 풋초크를 넣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1라운드 초반부터 노린 게 실수인 것 같다. 상대가 지치는 중후반에 시도했어야 했는데… 다른 건 크게 문제가 없었다. 타무라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스타일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 중 힘은 가장 좋았지만 '이 시람 진짜 세구나'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UFC 출신이라 뭔가 다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김)수철이 형이나 (이)윤준이 형에 크게 못 미쳤다. 경기를 앞두고 두 형들과 같이 훈련하고 스파링을 한다. 수철이 형과 할 때 '까딱 잘못하다가 죽겠다', 윤준이 형과 할 때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영건스에서 3연승을 거두고 메인카드로 올라온 것도, 타무라 이세이를 만나게 된 것도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조영승. 그는 원래 김종훈과 이 대회 영건스에서 격돌하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훈련 중 김종훈이 발목 부상을 당해 출전자 명단에서 빠지면서 타무라와 메인카드에서 맞붙을 기회를 얻었다.

내일의 조 "대진이 잡히고 (김)종훈이 형과 '이번 경기 승자가 메인카드로 올라갈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종훈이 형의 의욕이 과했는지 훈련 중 부상을 입었다.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하는 기분이 다르긴 달랐다. 영건스는 등장구에서 케이지까지 동선이 짧지만, 메인카드에선 케이지 주위를 한 바퀴 돈다. 선배들이 등장하는 모습에 나도 저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고 매일 생각했다. 게다가 장충체육관 아니었나. 정말 동경하던 무대였다"
대장 고릴라 "나도 그렇다. 앞으로도 계속 장충체육관 메인카드에서 경기했으면 좋겠다. 강한 미들급 파이터들과 싸우고 싶다. 영승이랑 계속 메인카드 연승을 합작하겠다. 하하하"

15분 경기를 마치고 전어진은 그대로 쓰러졌다. 인대 부상의 고통에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할 말은 했다. 승리 후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들고 "이제 내 실력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상위랭커들을 다 부숴버리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조영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로드FC 밴텀급은 정글과 같다. 강한 상대와 붙기 위해 이 체급을 선택했다. 밴텀급 정글에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면서 씩 웃었다.

내일의 조 "경기를 앞두고 승리하는 모습을 자주 머릿속으로 그렸다. 이기면 해야할 말도 생각해놓고 있었다. 김대환 해설위원의 질문에 답하다가 갑자기 그 말들이 떠올랐다. '강자들이 많아서 밴텀급을 선택했다'는 말은 사실 준비된 멘트였다"
대장 고릴라 "하마터면 나도 부모님과 감독님,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할 뻔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 한 마디 덧붙일 수 있었다. 마지막에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들은 승리 후 소감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단련(?)하는 '준비된 파이터들'이었다.


#3. 준비된 파이터

로드FC에서 활동하는 1993년생 '닭띠'들은 6명이나 된다. 미들급 전어진, 라이트급 박대성(군복무 중), 밴텀급 김민우·오호택·조영승·한이문이 13년 전 '초등학교 야인시대'를 열었던 개구쟁이들이다.

대장 고릴라 "1993년생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깜짝 놀랐다. 영승이나 팀 동료 (오)호택이를 제외하면 말을 놓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한 번 뭉쳤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나만 중량급이다. 하긴 밴텀급이 많으니 영승이는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내일의 조 "밴텀급에 몰려있긴 하네. 하하하. 이상하게 닭띠들이 많아 신기하다. 백말 띠, 황금돼지 띠처럼 1993년은 '싸움닭띠'의 해였던 게 아닐까"

유독 1993년생들이 많은 이유는? 전어진, 조영승과 차차 따져봤더니, 그들의 성장기엔 우리나라 격투기의 황금기가 걸쳐 있었다. 최홍만이 K-1에 진출하고, 효도르와 크로캅이 프라이드에서 싸웠고, UFC의 TUF가 미국에서 히트를 치고, XTM에서 슈퍼코리안이 방송되던 때였다. 채널만 돌리면 격투기가 나왔던 바로 그때, 이들은 자연스럽게 종합격투기를 접했고 그 매력에 일찌감치 빠져들었다.

기자 포함 3명은 1990년대 초반의 세대들은 우리나라 격투기붐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두한 역할을 도맡았던 골목대장들이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에 격투기를 배웠다. 이들 중 몇몇은 파이터의 꿈을 품고 운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현 로드FC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어진과 조영승은 '싸움닭띠' 중 가장 먼저 빛을 본 대표주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대장 고릴라 "초등학교 1학년 때 복싱을 시작했다. 소싯적에 복싱을 배운 아버지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서 비만아였던 내 손에 글러브를 끼워주셨다. 중학교 때까지 링에 올랐고 전국소년체전에서 3위까지 해봤다. 그런데 일본의 프라이드를 보면서 더 강해지려면 발차기도 하고, 그라운드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1년간 무에타이를 배웠고, 이듬해 팀맥스에서 종합격투기 훈련을 시작했다. 강해지겠다는 목표를 따라오다가 자연스럽게 파이터의 길로 들어섰던 것 같다"
내일의 조 "어렸을 때 태권도를 배웠고 경호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 합기도 단증을 따기 위해 동네 체육관에 갔는데, 거기서 주짓수를 처음 접했다. 이곳 사범님이 신촌주짓수 사범으로 가셔서 나도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주짓수를 배웠다. 그땐 주짓수가 마냥 좋았다. 연습장에 자세나 기술 등을 그릴 정도였다. 아오키 신야가 풋초크로 상대를 잡는 모습에 주짓수가 정말 강한 무술이구나 생각했다. 고등학교 땐 학교도 자주 빼먹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한 뒤 주짓수 연습을 하러 도장에 갔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하하하. 그 정도로 빠져있었다. 20살이 되고 종합격투기 진출을 결정했다."
 
그러니까 '대장 고릴라'와 '내일의 조'는 진로를 꽤 일찍 결정한 '자발적 격투기 영재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전어진은 복싱→무에타이→종합격투기, 조영승은 태권도합기도→주짓수→종합격투기 순서로, 성장하고 있는 루트는 다르지만 그 출발은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었고 그래서 20대 초반 일찌감치 주목받는 파이터로 우뚝설 수 있었다.

대장 고릴라 "주짓수를 배워보고 싶다. 처음 팀맥스에서 (송)민종이 형 밑에 깔렸을 때 너무 답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타격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분명히 내가 보강해야할 분야다"
내일의 조 "레슬링이 내겐 필요하다.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주짓수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다른 훈련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긴 하다. 서브미션 승이 기분 좋다. 하지만 레슬링으로 타격과 그라운드를 연결시켜야 한다"

두 파이터는 다음에 밟아야 할 스텝을 분명히 알았다. 일찍 승부의 세계로 들어온 만큼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철저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이 쌓인 언덕을 무작정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종합격투기 1세대들과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1세대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면서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장 고릴라 "1년 정도 후에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군대 가기 전, 내 한계를 느껴보고 싶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전역 후엔 체급을 내릴 것이다. 변화를 줄 것이다. 공식 프로필은 신장이 174cm다. 미들급치곤 작은 편인데, 라이트급 아니면 페더급까지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들급에서 경쟁하던 경험이 추후 경량급에서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 그때 기량을 꽃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내일의 조 "군대는 최대한 늦게 가고 싶다. 20대 후반을 생각한다. 내 꿈은 30대에 주짓수 체육관의 관장이 되는 것이다. 주짓수 체육관은 다른 피트니스 개념의 체육관보다 관원들 사이에 더 끈끈한 정이 있다. 그것이 너무 좋다. 그러기 위해선 종합격투기와 주짓수를 병행해 수련해야 한다. 주짓수 띠에 연연하지 않는다. 20대엔 실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종합격투기 출전 계획이 없을 땐 주짓수 대회에도 출전하겠다"

순서는 약간 달랐지만, 둘 다 꽤 명확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그리고 그 안엔 국내 최강자, 세계 최강자의 꿈도 자리잡고 있었다.


#4. 후쿠다 리키와 박형근

다른 20대 청사진, 그래서 그들은 다음 경기의 상대에 대해서도 온도 차가 있다. 3승 2패의 전어진은 1년 안에 로드FC 미들급 타이틀을 노린다. 2년의 공백을 갖기 전, 체급 최강자 후쿠다 리키와 붙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대장 고릴라 "그런 선수와 붙을 기회가 온다는 건 영광이다. 4대 6으로 밀리는 언더독이라고 평가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밀어붙여 보고 싶다. 사실 언더독 입장에서 싸우는 게 편하다. 인대 부상이 나아진다면 7월 25일 로드FC 일본대회에서도 좋다. 부숴버린다는 각오로 케이지에 오를 것이다. 제발 로드FC에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UFC에서 2승 3패(통산 22승 7패 1무효)를 기록한 후쿠다는 김희승, 윤동식, 이둘희까지 연파하며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벨트에 가장 가까이에 다가선 강자로 평가받는다. 로드FC 측은 상승세인 전어진을 후쿠다의 다음 상대 후보로 생각하는 눈치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격투기 이력을 쌓고 있는 그가 베테랑 후쿠다와 맞선다면, 20대 초반에 찾아온 최대의 기회이며 도전이 된다. 

반면 길게 보는 조영승은 급할 게 없다. 한 계단씩 밟아간다는 생각이다. 다만 밴텀급 랭커들중 자신과 너무 가까운 지인들이 많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근자감 파이터' 박형근을 지목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내일의 조 "1위 이윤준, 2위 김수철, 3위 이길우, 4위 문제훈, 5위 김민우, 6위 홍정기, 7위 조영승, 8위 김종훈, 9위 박형근, 10위 한이문 정도가 아닐까. 사실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홍)정기 형은 같은 주짓수월드 소속이고, (김)민우나 종훈이 형은 주짓수로는 같은 팀이다. 윤준이 형과 수철이 형은 훈련을 같이 할 때가 많다. 그래서 해외 강자와 붙여주면 좋겠다. 어진이 말대로 언더독이 편하다. 아, (박)형근이 형이 있었구나. 지난 번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형근이 형이 '언제든 도발하라'고 하더라. 우린 둘 다 강서구 출신인데 이 지역 짱을 가려보는 것도 좋겠다. 상대가 형근이 형이라면 정말 멋있는 서브미션으로 탭을 받을 수 있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한 경기 하고 싶다"

능글맞은 눈웃음의 조영승은 도발도 꽤 유려하다. 7월 일본대회에 나서는 건 어떻냐고 묻자 "시기는 좋다. 그런데 일본대회면 한일전 양상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형근이 형과 못붙게 된다. 그건 싫다"고 활짝 미소를 띤다. 조영승은 박형근에 완전히 꽂혀 있었다.


#5. 꽃보다 청춘

20대 청춘들에게 고민이 왜 없겠는가. 훈련·군대·경기 외에도 그들은 여러 가지 문제로 생각이 많다. 연애를 화두로 던지니 전어진이 뜨겁게 반응했다.

대장 고릴라 "체육관 관원들과는 다신 만나면 안 될 것 같다. 순간의 감정을 따라가는 건…"

전어진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는지, 자세히 물어도 "다 지나간 일"이라며 웃을 뿐이었다. 눈치 빠른 조영승은 분위기를 보더니 시선을 피했다.  

'경제적인 자립'을 주제로 꺼내자 다시 대화에 활기가 돌았다. 우리나라에선 프로파이터라는 직업만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 파이트머니가 큰 것도 아니고, 경기를 계획대로 주기적으로 뛰기도 힘들다. 많은 선수들은 투잡을 생각한다.

대장 고릴라 "정말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는 부모님께 기댈 생각이다. 부모님께도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지원을 약속하셨다. 그래서 앞으로 1년이 내게 중요하다.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운동에만 올인하고 싶다. 후쿠다 리키 기다려라. 하하하. 확실히 입지를 다지고 군대에 가고 싶다"
내일의 조 "체육관 코치를 하면서 용돈을 벌고, 파이트머니는 부모님께 드리지만 어디 그것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무거운 도복을 어머니가 다 빨아주시고. 끼니 때마다 영양 가득한 밥을 해주시고. 고마울 따름이다. 부모님 은혜를 갚아야 하지만 지금은 운동에 집중하고 싶다. 남들보다 조금 늦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부모님은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정신적인 기둥이다. 알면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여느 대한민국 남성들처럼 두 파이터들도 마찬가지. 부끄럽게 한 마디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대장 고릴라 "예전부터 아버지와 프라이드 경기를 같이 보곤 했다. 아버지도 격투기를 좋아하셔서 외동아들인 내 결정을 묵묵히 서포트해주신다. 그래서 더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내일의 조 "처음엔 반대가 심하셨다. 그런데 로드FC에서 연승을 이어나가니 아버지가 교회 나가셔서 많이 자랑하신다고 한다. 메인카드 경기를 계속 뛰고 싶은 이유기도 하다"

거칠어 보이는 파이터들. 하지만 20대 초반의 뜨거운 청춘들. 아프니까 '파이터'고, 꿈이 있으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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