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MLB 스포일러] 메이저리그 내 인종차별, 그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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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인종차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볼티모어의 주전 중견수인 아담 존스는 USA투데이를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보스턴 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다. 존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경기 도중 자신에게 흑인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는 관중이 있었고 심지어 땅콩 봉지를 던진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경기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한 30명 가량의 보스턴 팬들은 퇴장 조치 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노예제 폐지를 명시하는 수정 헌법 제13조가 비준된 지 152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주도로 본격적인 흑인 인권 운동이 시작된 지 61년이 지났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암묵적이고 은연하게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 AP통신의 여론 조사는 비 히스패닉 백인의 52%가 반 히스패닉 정서(anti-Hispanic sentiments)를 표출했다고 전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 그리고 미시간 대학의 사회조사기관(NORC) 연구원들이 AP통신과 함께 실시한 2012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51%(2008년 48%)가 반 흑인 정서(explicit anti-black attitude)를 갖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미국 최초의 유색 인종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집권했지만 인종 편견
지수가 더 증가한 것이다. 미국 내의 인종차별은 교육, 경제, 주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여전히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유색 인종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12년 2월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트레이번 마틴이라는 17세 흑인 소년이 경찰의 허가 없이 로버트 짐머맨이라는 자경단에 총으로 살해당한 사건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어 2014년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는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의 총에 죽었으며 이와 관련해 브라운의 죽음에 대해 항의하는 소요인 'Hands up, Don’t shoot!'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5년 4월에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일어난 흑인들의 소요로 메이저리그 경기가 취소된 데 이어 역사상 처음으로 무 관중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후두부와 척추를 맞아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볼티모어 시내에 폭력적인 시위가 발생했다. 메릴랜드 주지사는 비상 사태를 선포했고 볼티모어 시내에 주방위군이 투입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역시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며칠 전만 해도 메이저리그 선수 아담 존스를 향한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가 있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ALWC) 결정전에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볼티모어의 김현수와 존스에게 누군가가 맥주 캔을 던지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두 선수가 아시아인과 흑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아시아 출신 야수인 스즈키 이치로 또한 데뷔 초반, 관중들에게 얼음과 동전을 맞았고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위를 하는 이들은 팬들만이 아니다. 한때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악동’으로 손꼽혔던 존 로커는 2000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제프 팰먼과 인터뷰에서 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로커는 당시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물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마저 강하게 비판했다. 로커는 사무국으로부터 2주간 출장 정지와 벌금 500달러 처분을 받았다.
2004년 숀 그린을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조롱한 전력이 있는 스티브 라이언스는 2006년 중계 도중 히스패닉에 대한 농담이 문제가 돼 FOX 스포츠에서 해고됐다. 라이언스는 당시 시카고 컵스의 감독이었던 루 피넬라가 스페인어를 구사하자 히스패닉 곁에는 앉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히스패닉들은 ‘지갑을 훔쳐 가는 사람들’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그가 해고된 이유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16승을 거둔 커트
실링 또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2015년 8월 실링은 트위터에 무슬림과 나치를 동일시하는 글을 올렸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실링은 SNS에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2010년부터 맡아 온 ESPN의 해설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타임지는 2007년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그들과 같은 인종의 투수들에게 더 많은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는 것이다. 텍사스 대학의 대니얼 해머메시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10만 개의 투구 가운데 기타 변수를 배제하고 분석한 결과 투수들이 던지는 1%의 공에 대해서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발견했다고 한다. 스트라이크가 선언될 확률이 투수와 심판 모두 백인일 때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타자가 흑인, 심판이 백인이었을 때는 그 확률이 가장 낮았다고 한다. 해머메시 교수는 덧붙여 투구 판정이 백인 투수들보다 아시아인 투수들에게 더 불리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인 심판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은 재키 로빈슨이 데뷔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백인들의 수많은 살해 협박과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운 로빈슨은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유색 인종차별의 장벽을 허물었다. LA 다저스는 ‘재키 로빈슨 데이’를 맞이해 로빈슨의 데뷔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그의 동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흑인 선수들 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의 개막 로스터 863명 가운데 흑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7.1%(62명)로 195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들의 비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CBS 스포츠 스캇 밀러에 따르면 ‘트래블 볼(travel ball)’의 창설과 소수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장학금 제도가 흑인 선수의 비율 감소를 부추겼다고 한다.
2011년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16세 이상의 실업률 통계에 따르면 평균 8.9%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백인들의 실업률은 7.9%인 반면 흑인은 16.1%에 달했다. 인종별 빈곤율 조사에서도 흑인은 25.8%로 원주민(27%)에 이어 가장 높았다. 미국 내에서 흑인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집단이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흑인(19.8%)은 백인(30.3%)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낮은 학력 수준과 성과로 많은 소수 인종들이 임금이 낮은 직종에 분포하게 되고 결국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흑인 아이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워 프로 선수가 될 가능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가입하는 트래블 볼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가입비가 1,500달러(약 170만 원)로 저소득층 흑인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낼 비용이다. 또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수여하는 장학금은 1부 리그 선수 가운데 11.7%(약
30명)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운동 기량을 갖고 있는 많은 흑인 선수들이 전액 장학금 혜택이 있는 농구와 미식축구로 눈을 돌리고 야구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NBA는 미국에서 흑인 선수들이 가장 많은 프로 스포츠 리그다. 1960년대에는 백인 선수들이 80%, 흑인 선수들이 20%의 비율을 차지했던 NBA는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흑인 선수들로 인해 그 수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NBA 내에서 흑인 선수들의 발언권은 매우 강한 편이다. 메이저리그의 흑인 선수들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다. 때문에 장애인, 성소수자, 소수 민족 등 소수가 다수에 의해 차별 받는 것을 생각한다면 NBA에 비해 메이저리그에서 왜 인종차별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메이저리그 내 인종차별은 흑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계적으로 폐지를 진행하고 있지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로고인 와후 추장과 팀 이름은 엄연히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롱하는 일이다. 와후 추장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생김새를 풍자한 그림이고 인디언이라는 단어는
앵글로 색슨 이주민들이 제 마음대로 정의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역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박찬호는 여러 방송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내에서 벌어진 동양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1990년대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상당한 족적을 남긴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존경 받는 이유는 로빈슨과 같이 차별을 이겨 내고 아시아 출신으로서 또 다른 선구자 구실을 해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을 비롯한 소수자 차별은 어떠한 이유든 용서 받을 수 없는 행위다. 7일,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모든 조처를 검토하고 있으며 30개 구단을
전수 조사한 뒤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메이저리그는 앞으로 인종차별에 어떻게 대처할까.
부당한 차별에 맞서 언제나 로빈슨을 지켰던 피 위 리즈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을 미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피부색이어서는 안된다.”
※ 참조 : ESPN, FOX sports, CBS
sports, USA today, IOM이민정책연구원 ‘반인종차별정책에 관한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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