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선수가 리그 에이스로…피어밴드 반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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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51이닝, 평균자책점 1.41. kt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가 올 시즌 7경기에서 남긴 성적표다. 이닝과 평균자책점에서 리그 선두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82로 양현종(2.44), 헥터 노에시(2.13 이상 KIA)를 넘어 리그에서 가장 높다. 완투와 완봉은 각각 1회씩 해냈다. 피어밴드가 선발승을 5회 챙긴 덕에 kt는 최약체 예상을 딛고 11일 현재 15승 19패로 5할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다. 단연코 팀 내 에이스다.
피어밴드는 KBO 리그 경력이 순탄하지 않았다. 2015년 재계약에 실패한 헨리 소사를 대신해 넥센에 입단했다가 지난해 앤디 벤헤켄이 돌아오면서 웨이버공시 됐다. 요한 피노를 방출한 kt의 부름을 받아 가까스로 KBO 리그에서 선수 경력을 이어 갔다.
kt는 하마터면 피어밴드 없이 시즌을 치를 뻔했다. 원래 피어밴드는 올 시즌 kt의 전력 구상 밖이었다. 구단이 외부 FA를 잡는 대신 "거물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겠다"고 방침을 세우면서 피어밴드와 계약 연장을 미뤘다. 하지만 계약 직전까지 갔던 이름 있는 외국인 투수를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 빼앗겼다. 시즌 준비가 임박한 시기라서 영입 리스트에 올려 놓은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새 보금자리를 찾은 상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담당자가 김 감독에게 "피어밴드와 재계약은 어떻습니까"라고 말했는데, 김 감독이 고민하지 않고 "OK" 사인을 내렸다. 총액 68만 달러(약 7억7천만 원)라는 저렴한 금액에 피어밴드와 재계약했다. 연봉은 35만 달러(약 4억 원),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아래에서 6번째로 적다. "2년 연속 최하위 수모에도 구단이 투자 의지가 없다"는 팬들의 원성을 피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피어밴드의 몸 상태와 이닝을 책임지는 능력에 합격점을 내렸다. 피어밴드는 KBO 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모두 선발로 30경기를 던졌다. 다치지 않고 한 차례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 선발 등판한 30경기에선 한 번도 빼놓지 않고 5이닝을 넘겼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미래를 봐야 한다. 특히 마운드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어린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크기 위해 시즌 동안 이탈하지 않고 선발진 기틀을 잡을 투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이름 있는 선수 대신, 선발 경험 있고 부상 위험이 적은 건강한 선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피어밴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제구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다. 피어밴드는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 당 볼넷이 2.61개 불과하다. 넥센이 피어밴드를 영입했을 때 주목했던 기록이다. KBO 리그 첫 해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9이닝 당 볼넷이 3.10개였는데, 두 번째 시즌에 2.37개로 줄었다. 더욱이 좌우 코너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피어밴드에겐 올 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 안성맞춤이다. 0.88개로 크게 줄었다.
새 구종 너클볼을 구사하면서 더 강해졌다. 구사율이 25.5%에 이른다. 10일 KIA와 원정 경기에선 31개를 던졌는데 모두 승부구였다. 최고 시속 145km로 왼손 투수로는 빠른 패스트볼에다가 몰린 볼 카운트에서 너클볼이 들어오니 타자들이 정타를 맞히기 어렵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피안타율이 0.154에 불과하다. "어렸을 때 너클볼 그립을 배웠다. 원래 실전 수준이었으나 KBO 리그에서 너클볼을 잡을 포수가 없었다. 지난해엔 시즌 도중 kt에 합류해 포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적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시작부터 장성우 이해창과 훈련을 해서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피어밴드의 투구 내용은 우리 젊은 투수들이 본받아야 한다"며 "경기 땐 이닝을 조금이라도 더 책임지려고 하고, 경기 전에도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당연한 에이스다. 항상 고맙다"고 칭찬했다.
kt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나이 32세를 맞은 피어밴드는 KBO 리그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기 보다는 KBO 리그에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활약하고 싶어 한다. 방출 선수에서 리그를 주름잡는 에이스로, 이제는 '꽃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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