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부천 전설' 니폼니시 감독 "축구는 선수와 관중이 함께하는 것"
작성일: 2017.06.10 18:2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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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트를 갖춰 입은 신사의 모습으로 기억되던 니폼니시 감독은 10살 손녀와 한국을 다시 찾았다. 깊게 패인 주름과 하얗게 샌 머리에서 지나간 20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16년까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톰 톰스크의 사령탑을 맡았다. 현재도 러시아 내 나이키 축구 프로젝트에서 헤드 코치를 맡고 있다고 한다. 그는 기자들과 질문 속에서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담긴 대답을 쏟아냈다.
다음은 니폼니시 감독과 일문일답.
-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을 부탁한다.
항상 그렇듯 좋아하는 곳에 와서 기분이 좋다. 한국 분들이 살갑게 맞이해줬다. 방한 기간이 짧아서 좋은 친구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로 지나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예전 내 업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왜 한국에 왔는지 먼저 답변을 드리겠다. 공식적으로 부천FC에서 연락이 왔다. 창단 10주년 기념이기도 해 주저 없이 방문을 결정했다. 부천FC의 초청을 저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팬들의 부름으로 생각했다.
- 현재 부천과 제주로 팀이 나눠진 것은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못 만나더라도 전지훈련 때 터키 안탈리아 같은 곳에서 한국 팀과 만났다. 한국과 늘 연결돼 있었다. 옮겨간 곳(제주)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었고, 남은 사람들(부천)이 어렵게 팀을 또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 과거와 지금 K리그에 대한 느낌의 차이는.
한국에서 지낸 4년 동안에도 매년 변화가 있었다. 내가 떠나가고 한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그 시점은 한국 축구의 상승기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정점에 이른 뒤엔 슬럼프, 하향세가 분명히 있다. 한국 축구도 그랬다. 항상 상승 곡선만 그릴 순 없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축구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축구에 대해선 설명할 용기가 아직 없다. 봄에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팀들을 보면 수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 부천 구단이 초청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소감은.
바쁜 일정 중에 여기 왔다는 게 대답이 되지 않을까. 과거에 대해 기억해주는 것에 감사한다. 좋은 기분으로 오게 됐다. 가족이 한국을 너무나 좋아한다. 손녀와 함께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손녀가 방탄소년단에 대해 물어봤다. 할아버지인 나도 깜짝 놀랐다. 손녀는 경기 안내 현수막에서 내 얼굴도 보고, 사람들의 환대에 놀라고 있다.
- 니포 축구를 다시 설명해준다면.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나? 그리고 맘에 드는가.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축구고, 그렇게 축구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수준은 다르지만 공을 일단 소유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창조해야 한다. 우리 진영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 지역으로 넘어가서 하는 축구가 나의 축구다.
현대 축구는 더 빨라지고 컴팩트해지고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볼을 점유하거나 소유하려면, 개인적 테크닉이 필요하고 팀플레이가 있어야 한다. 바르셀로나하고 똑같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축구를 지향해야 한다. 축구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대방 골대 쪽에서 행운을 찾으라는 것이다. 공격을 할 때는 두,세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한다.
- 당시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어땠나.
교육을 잘 받아들인다. 의욕이 있다. 노력을 많이 한다.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장점이 있었다.
문제점 하나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감독의 생각이 전달되면, 선수의 생각이 돌아와서 주고 받는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 심리, 피로도, 상태 등도 중요한데 상호 이해가 부족했다. 침묵하던 선수는 필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20년 전에는 선수들의 자세가 그랬다.
- 당시 제자들이 요즘 어떤 축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같이 코칭스태프를 이뤘던 사람들하고는 연락한다. 선수였던 이들도 지도자 됐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당연히 알고 있다. 나와 함께 했던 사람 중에 어느 정도가 지도자로 성장했는지 한번 세본 적이 있다. 15명 정도 됐던 게 기억 난다. 내 지도를 받은 사람이 다른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 지도자로서 자질이 보였던 선수가 있었나.
그런 시각에서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대화가 부족했다. 면담을 하려고 해도 대답을 잘 해주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도 몇 마디 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 사람들이 지도자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임생, 김기동, 윤정환, 송선호 등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다. 감독이 선수한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축구에 대한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이다.
- 한국 축구의 발전에 대한 생각은.
1, 2부리그 체제를 갖추면서 프로 선수 숫자가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선수 뿐 아니라 인프라 등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지금 러시아에서 해설자로 활동하고 축구협회에서도 일을 하는데, 러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소년 축구다. 좋은 수준의 지도자가 유소년을 많이 지도해야 한다. 유소년 지도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축구 선수를 만드는 것이지,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에게 개인의 자유를 줘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4살부터 시작하는 유아반도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 전술이나 이런 건 의미가 없다. 축구를 만나고 2년은 지나야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승리만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발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을 성장시키는 데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감독이 서두르지 않는다면 유소년 선수들이 자라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팀을 운영하는 것과 축구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무승부만 해도 챔피언이 되는 것인데 흘려보낸 경기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관중석이 점점 채워져 갔다는 점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공항까지 배웅하러 왔던 서포터들이 기억에 남는다. 항상 기분 좋았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어제(9일) 만났다. 치맥(치킨과 맥주)했다. 기분 좋게 자리했다.
예전을 기억하는 것은 항상 좋다. 그러나 과거에 살 수는 없다.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 나도 노인이 되었지만 내일이 있다. 추억을 나누는 것도 현재에 있는 팀, 선수가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 땐 어렸지만 성숙했다.
- 팬들을 위한 축구가 무엇인지, 그때 감독으로서 임무는.
어제(9일)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제가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이 나를 위한 축구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축구는 스탠드에 있는 사람들하고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보자. 11명 좋은 축구 선수가 있어도 스탠드가 비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서 관중이 모여야 한다. 거꾸로 팬들이 올 땐 재미가 있어야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해야 돈을 받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팬과 함께하는 축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자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도 슬럼프는 있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팬이 찾아와 선수들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팬이 진심으로 스탠드로 돌아오고 더 좋은 축구가 나오길 바란다. 그래서 선수들과 팬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 현재 K리그엔 외국인 감독이 없다.
대답하기 복잡한 질문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 반드시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전제는 없다. 저는 외국인이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이 한국에서 일하긴 더 어렵다. 반대로 한쪽에선 한국 사람이 갖는 압박에서 더 자유로울 순 있다.
나와 함께 호흡한 선수들이 감독이 됐는데 관중이 없다면 내가 나쁜 제자들을 배출한 것 아닌가. 나를 욕해달라.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관중이 안 온다. 팀이 경기를 못한 이유가 너무 많을 수도 있다.
매스 미디어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미디어는 팬들의 의견을 팀을 운영하는 구단 관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비판적인 것이 저널리스트의 사명 아닌가. 그냥 지적하지 말고 이유와 설명을 해야 한다.
어제 정갑석 감독하고 개인 면담을 했는데. 팀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게 반갑다. 해결책도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어떻게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더 당황스럽다.
감독은 팬 전체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 기자를 거쳐 전달하고 싶을 것이다. 감독-기자 관계는 방향이 비슷하다. 협업이 돼야 한다. 축구에 종사하는 기자와 감독은 전문가로서 각자 사명을 다해야 한다. 서로 도와줘야 한다.
- 선수로서 덕목으로 첫 손에 꼽는 것은 무엇인가.
극장이 아니라 영화를 좋아해야 한다. 축구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축구 선수는 어려운 직업이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흥미로운 직업이다. 축구 선수로 어딘가 있을 때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도망가서 풀면서 다른 이들에게 관찰되는 대상이 되어선 곤란하다.
프로 선수가 되고 나서 이런 자세를 강조하는 것은 문제다. 어릴 때부터 소양교육이 돼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한 명의 감독이 전부 다 맞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된다. 직업의식을 가르쳐 줄 순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 그래서 어떤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이다. 언제 놀고, 술을 마시고 해야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통용되는 일이다. 친구랑 놀고 나면 잠을 못자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신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감독은 팀을 조직하는 것일 뿐이다. 똑같은 것을 해도 사람마다 다르다. 운동량이 더 필요한 선수도 있다. 지도자, 특히 유소년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선수들에게 하루 외박을 주고 나면 이틀 동안 선수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외박 뒤엔 훈련할 상태가 안됐다는 뜻이다. 코칭스태프가 한국 선수들은 휴식 주면 안된다고 했다. 그 길을 따라갈 순 없었다. 점진적으로 믿음이 쌓이면서 그런 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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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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