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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가짜 7번·킬러본능…'北 특급' 한광성 페루자 해트트릭 '상세분석'

작성일: 2017.08.28 07:48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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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광성의 페루자 포진도상 역할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4 AFC U-16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이승우(19)였다. 일본과 8강전에서 보여준 놀라운 장거리 단독 드리블을 포함해 5골을 넣고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우승은 결승전에서 이승우가 침묵한 한국에 2-1 승리를 거둔 북한이었다. 

북한 공격수 한광성(20)은 당시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힘과 결정력을 보였다, 대회 내내 4골을 넣으며 주목 받았고, 2015년 탈리아 세리에A 클럽 칼리아리칼초의 유소년 팀에 입성했다. 그리고 2016-17시즌 후반기에 전격 발탁되어 2017년 4월 북한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리에A 득점을 올려 기대에 부응했다. 칼리아리는 4월 13일 한광성과 2022년까지 3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한광성은 2017-18시즌을 맞아 세리에B 페루자로 임대 이적했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쌓으며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의 나이는 아직 만 19세. 페루자는 일본의 축구영웅 나카타 히데토시가 전성시대를 시작한 곳이자, 안정환이 한국인 최초 세리에A 진출의 역사를 이룬 것이다. 한광성은 북한 선수로 처음 페루자의 붉은 유니폼을 입었고,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비르투스엔텔라와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최고의 출발을 기록했다.

▲ 한광성 첫 골 움직임 디테일: 붉은 동그라미


#역할 파괴 시대…페루자 선진 전술에 녹아 든 한광성

페루자는 이날 4-3-3 포메이션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안토니오 로사티가 골문을 지키고, 니콜라 벨몬테와 살바토레 모나코, 마시모 볼타, 다미아노 차논이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필리포 반디넬리와산티아고 콜롬바토, 마테오 브리기가 미드필드진을 구축했다. 

콜롬바토는 지난 5월 아르헨티나 U-20 대표팀의 핵심으로 내한했던 선수로, 한광성과 함께 칼리아리 소속으로 페루자에 임대왔다. 페루자의 공격 구성은 알베르토 체리-조반니 테라니-한광성이다. 체리는 유벤투스에서 임대온 유망주다.

페루자의 공격 운영은 단순하지 않다. 테라니는 전방 보다 2선과 측면으로 벌려 움직이는 가짜 9번이다. 한광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가짜 7번’이다. 풀백이 전진하고, 윙어는 스트라이커로 좁혀 들어가는 현대 축구의 전술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174센티미터의 키로 전통적인 9번 역할을 할 수 없는 한광성은 라인 사이 움직임과 침투,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간결한 마무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 페루자로 임대 이적한 한광성 ⓒ연합뉴스

한광성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최후방 수비라인에서 모나코가 길게 문전 우측 전바으로 롱패스를 보내며 시작한 공격이 유기적인 패스워크를 통해 한광성에게 배달됐다. 우측 사이드 라인에서 콜롬바토가 공을 키핑한 뒤 압박이 오자 뒤에 있던 라이트백 차논에게 내줬고, 차논은 공을 받기 위해 중앙 지역으로 내려온 한광성에게 밀어줬다. 

지원하러 내려온 한광성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한광성이 공을 쥐고 타이밍을 끌지 않은 게 더 중요했다. 한광성은 우측면으로 이동한 테라니에게 공을 넘겨주고 문전 위험 지역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동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알고 있던 것이다. 테라니는 침투하는 한광성에게 다시 공을 내주지 않고 좌측면에서 안으로 좁혀 들어온 체리에게 패스해 엔텔라 수비진이 한광성에게 모두 쏠리지 않게 했다. 

체리가 가운데로 진입하자 좌측면 전방에는 왼쪽 미드필더 반디넬리가 전진해 풀백 수비를 끌어냈다. 체리는 테라니가 넘겨준 볼을 한광성이 침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논스톱으로 밀어줬다. 엔텔라는 두 명의 수비수가 한광성 근처에 있었으나 탄력이 붙은 채 공을 낚아낸 그를 제어할 수 없었다. 엔텔라 고리퍼 야코부치가 달려 나왔고 한광성은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했다.

▲ 한광성 두번째 골 움직임 디테일: 붉은 동그라미


#팀과 함께 넣은 골, 스트라이커의 정석 보여준 한광성

페루자는 전반 13분 체리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보탰는데, 엔텔라가 전반 19분 얻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하면서 경기 양상이 치열해졌다. 한광성은 전반 40분 또 한번 결정적인 골을 넣어 페루자의 리드를 이끌었다. 두 번째 득점은 한광성 개인의 힘이 조금 더 빛났다.

이 장면에서도 페루자는 수비 라인에서의 공 패스로 공격을 시작했다. 센터백 모나코가 길게 우측 전방에서 고공 패스를 보냈고, 체리가 헤딩 패스로 떨궜다. 문전 왼쪽 지역으로 침투하던 한광성은 공이 두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떨어지는 것을 빠르게 포착하고 달려들었다. 엔텔라 수비수 체카렐리가 걷어내기 위해 먼저 달려들었는데, 한광성이 몸싸움을 시도하며 이 공을 따냈다. 베네데티가 이 공을 커버하려했으나 한광성의 전방 압박에 공을 내줬고, 한광성은 이 공을 쥐고 그대로 골문 방향으로 뛰어들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역시 간결한 터치 하나로 득점했다.

앞선 두 골 장면 모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저돌성을 연상하게 했다. 가까이는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뛰는 황희찬처럼 무게중심을 낮추고 강강하게 경합하며 단호하게 마무리했다.

▲ 열린 공간에서 단호하게 마무리한 한광성의 세번 째 골


#해트트릭 마침표는 원더골…심상치 않은 한광성 신드롬

엔텔라전 해트트릭의 백미는 이후 페루자가 전반 43분 콜롬바토의 골로 4-1 리드를 만들어둔 후반 40분의 마무리 골이었다. 이번에는 콜롬바토와의 합작품이었다. 오른쪽 측면에 도사리고 있던 한광성은 콜롬바토가 중앙 지역에서 공을 전후좌우로 전개하며 벌려둔 공간 사이를 잘 공략했다. 콜롬바토는 한광성이 우측에서 마크맨을 따돌린 것을 보고 왼발 로빙 패스를 깊숙이 보냈다. 

한광성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쪽 오른쪽 부근에서 공을 이어 받았다. 두 명의 동료 공격수가 문전으로 진입하고 있었는데, 한광성은 공을 키핑하거나 패스하지 않고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차 넣었다. 뛰어 오른 상태에서 발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에 슈팅을 찔러 넣은 것이다. 원더골이었다. 기록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트트릭으로 페루자에서의 첫 경기를 장식했다.

엔텔라는 1914년 창단한 유서 깊은 팀이다. 지난 2016-17시즌 세리에B에서 11위를 차지한 팀으로 세리에B에서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은 아니다. 2015-16시즌에도 9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잔류했다. 

▲ 세리에A에서 활약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는 한광성, 칼리아리에서 1부 데뷔골 당시 ⓒ게티이미지코리아

페루자에는 또다른 북한 공격수 최성혁도 뛰고 있다. 북한 선수들은 지난 몇 년간 국가적 차원의 지원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축구를 배워 빠르게 성장했다. 이탈리아는 정치적 우호 관계를 활용해 우수 유망주 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페루자는 지난 2016-17시즌 세리에B 4위로 아쉽게 세리에A 복귀를 이루지 못했다. 올시즌 한광성을 공격 축으로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이탈리아의 중하위권 팀, 2부리그 팀들은 동아시아 지역 유망주들의 기량과 기량 외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에, 경기에 임하는 헌신적 태도로 인해 매력이 높아졌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세리에A 승격팀 모두가 백승호, 이승우 등 FC바르셀로나에서 자란 한국 유망주에 관심을 보인 것도 맥락이 같다. 세리에A로 올라온 엘라스베로나도 이승우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한광성의 활약은 이승우에 베팅해도 좋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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