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 CRITIC] 동아시아 축구 발전 방안, ‘동아시아판 유로파리그' 창설 어떨까?

작성일: 2017.12.22 07:00 한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한국이 우승한 2017년 동아시안컵. 클럽 단계의 교류전이 있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7년 12월은 오랜만에 국가대표 축구로 뜨거웠다. 각기 다른 이유로 질 수 없는 동아시아 축구의 라이벌이 10여일간 열전을 벌였다. 한국대표팀의 통산 네번째 우승으로 제7회 동아시안컵(2017 EAFF E-1 풋볼 챔피언십)이 막을 내렸다. 외견상으로는 닮았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축구로 재미를 줬다.

동아시안컵을 현장에서 취재하고 돌아온 뒤 여운이 깊다. 동아시아 축구 상생 발전을 위한 고민도 깊어졌다. 

활발한 교류를 위한 전제 조건은 이동이 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는 하나로 묶기에 유럽처럼 이동이 원활하기 않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결국 서아시아 팀과 동아시아 팀이 결승전에서만 만나도록 대회 방식을 바꿨다. 사실상 서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동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따로 열린 뒤 결승전에서 왕중왕전을 벌이는 형식이다. 문화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차이가 크다.

동아시아로 크게 나눈다고 해도,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거리나 기후 차이도 크다. 당장 아시아를 동서로 분리하기는 어렵다. 동아시아 지역 10개국이 가입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은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았고, 상생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며 이번 동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더 활발한 교류를 약속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한중일과 북한 축구 명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동아시아 축구 심포지엄의 패널 토론에서, 활발한 교류가 필요한 이유로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적응력을 어려서부터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동아시아 선수들도 축구 기본기나 신체 능력, 운동 능력에서 유럽, 남미와 차이를 좁히고 있으나 여전히 경기 운영 능력에서 차이를 느끼고 있다.

▲ 클럽판 동아시안컵이 생기면 교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10년 전 사라진 A3 챔피언스컵, 동아시아판 유로파리그로 변형 출범 어떨까?

유럽과 남미는 인접국가 간 교류가 활발하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어린 나이부터, 프로 단게에서 활발한 클럽 대항전을 통해 진행한다. 자국 리그 안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경기하다가 국제 무대에 나서면 모든 게 낯설다. 적응하다 보면 대회가 끝난다. 이런 경험을 쌓은 선수도 적다. 국가대표가 되어야 겨우 얻을 수 있다. 동료도 상대도 연속성이 없다. 결국 어린 나이에, 그리고 클럽 레벨에서의 교류가 연중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축구도 스타일이 각각 다르다. 한중일의 지향점은 극명히 다르고, 그 외 동아시아 지역 팀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한중일과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상호 발전이 이뤄져야 경쟁이 심화되며 동기부여도 커진다. 이는 침체된 한국 프로 축구, 그리고 갇혀 있는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AFF는 동아시안컵의 연령별 대회를 개최하는 등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상시 교류가 가능한 클럽대항전을 여는 것이다. EAFF는 2002년 출범한 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A3 챔피언스컵을 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리그 우승팀이 모여 동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일본, 중국, 한국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했다. 개최국에서 한 팀이 더 참가해 총 4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다.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가시마 앤틀러스가 우승했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선 성남일화가 우승했다. 2005년 한국 대회에서 수원삼성이 우승했고, 2006년 일본 대회에서 울산현대가 우승해 K리그가 3연속 우승을 이뤘다. 2007년 중국 대회에서는 상하이 선화가 우승, 산둥루넝이 준우승했는데, 2008년 대회가 스폰서의 도산으로 취소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 동아시아 3국 리그 중위권 경쟁 치열하게 만들 ‘동아시아클럽컵’

AFC 챔피언스리그의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각국 리그 우승팀이 추가로 대회를 더 참가하는 것은 의미도 떨어지고 일정도 어렵다. 그렇다면 동아시아판 유로파리그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AFC가 하위 리그들을 대상으로 여는 AFC컵을 운영하고 있으나, 상위 리그의 중상위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열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 동아시아 클럽들끼리 나서는 동아시아 클럽 대항전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차순위팀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교류의 폭을 넓히고, 리그 중위권 경쟁의 동기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가칭 동아시아클럽컵(EACC, East Asia Club Cup)을 한중일 등 EAFF를 주도하는 3국의 리그 4~7위팀, 리그컵을 운영하는 리그는 4~6위팀과 우승팀에 참가권을 주고, 나머지 7개 회원국 중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리그의 우승팀이나 준우승팀에 참가권을 줘서 챔피언스리그가 열리는 날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K리그의 경우 상위 스플릿 진입의 메리트를 높이고, 하위 스플릿에서도 강등권에서 일찍 벗어나는 7,8위팀간 경쟁을 리그 최종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스플릿 라운드가 없는 중국 슈퍼리그 입장에서도 중위권팀들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시즌 막판 승부조작 문제 등을 해결하고, J리그의 경우 리그컵 우승팀에게 특전을 줄 수 있는 대회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리면 AFC 차원에서도 아시아판 유로파리그 성격의 대회를 운영하는 일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의 판을 키울 수 있는 시도다.

▲ 일본 사간도스가 참가했던 2017 K리그 U17 & U18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프로축구연맹

◆ 동아시아판 유스리그, 유소년 선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대회

더불어 AFC가 손을 놓고 있는 아시아판 UEFA 유스리그를 EAFF가 선제적으로 진행해볼 수 있다. 유소년 단계에서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동남아시아간 클럽 대항전을 시즌 중 치르기가 특히 더 어렵다. 학업을 병행하며 주중에 멀리 외국을 다녀오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아시아간 경기라면 지장이 적다. 학업 프로그램을 더해 정책적으로 시너지를 낼 방안도 정치적, 행정적 해법으로 모색할 수 있다.

동아시아 각 리그의 18세 이하 유스팀이 참가하는 AFC 유스리그를 운영해, 각국의 학업 일정에 맞춰 경기 수와 일정을 조율해 연중 교류하도록 하면 유소년 연령대의 축구 교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훈련 시간이 부족하고, 모임과 해산이 잦은 유소년대표팀간 교류전보다 훨씬 밀도있는 교류 경기가 될 수 있다. 

스페인대표팀에서 한국대표팀으로 온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대표 팀은 훈련하는 곳이 아니라 경기하는 곳”이라고 했다. 유소년, 청소년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훈련과 학습은 각 소속 클럽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간 교류도 클럽에 기본이자 바탕이 되어야 한다. 

‘클럽판’ 동아시안컵이 잘 운영된다면, 동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더 빠르게 높아질 수 있고, 선수 교류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넓디 넓은 아시아는 유럽 축구처럼 교류하기 어렵다. 동아시아간 교류로 한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