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꾸준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한 팀의 리더로 활약했고 대표팀에도 호출되며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식스맨으로 보직을 변경해 꿈에 그리던 우승 반지를 손에 끼웠다. 묵묵히 뒤에서 헌신한 대가는 '파이널 MVP'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쏠쏠한 살림꾼에서 영웅으로 거듭난 안드레 이궈달라(31,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이야기다. 

2004년 전체 9순위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입단한 이궈달라는 데뷔 시즌부터 공·수에 걸쳐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탁월한 운동능력과 긴 슛 거리를 바탕으로 신인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3년 전에는 미국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지난해 데뷔 10년 차를 맞을 때까지 이궈달라는 늘 '주전 자리가 보장된 주축 선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이궈달라는 자신의 농구인생에서 중대한 변화를 경험했다. 올해 NBA 감독으로 데뷔한 스티브 커는 그를 '여섯 번째 선수'로 출전시켰다. 만 서른을 넘기며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이궈달라를 벤치 멤버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궈달라는 실제 77경기 모두 식스맨으로 출전했다.

초보 감독의 파격적인 결정에 스타플레이어 출신 베테랑으로서 불만을 품을 법도 했다. 그러나 이궈달라는 불평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출격 명령을 기다리며 묵묵히 제 할 일을 소화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앤드루 보거트와 함께 팀 수비의 중심을 잡아줬다. 동료 빅맨으로부터 킥아웃 패스를 받아 중요할 때 알토란 같은 외곽포를 터트려줬다. 평균 3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골든스테이트 공격의 윤활유 노릇도 톡톡히 했다.

평균 7.8득점 3.3리바운드 3.0어시스트의 숫자는 일견 평범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팀 공격의 혈을 뚫어주는 센스는 여전했다. 클리블랜드와 파이널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시리즈 전적 1-2로 뒤진 4차전부터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이궈달라는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해 22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스티브 커 감독에게는 '르브론 파괴력'을 조금이라도 분쇄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있었다. 감독이 내놓은 해답은 결국 '선발 이궈달라' 카드였다.

1~3차전까지 후보로 나섰을 때 평균 10.8득점 4.5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궈달라는 주전으로 나선 4차전부터 평균 18.0득점 8.0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쓸어 담으며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특히 '르브론 수비'가 효과적이었다. 야투성공률 43%를 기록하던 르브론은 이궈달라가 전담 마크하자 성공률이 33%로 떨어졌다. 신인 시절부터 '공·수에 두루 능한 재능 넘치는 포워드'로 평가받았던 이궈달라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안드레 이궈달라 ⓒ Gettyimages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