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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축구결산] ⑤ '5가지 장애물'을 넘어 우승한 '자카르타 세대'의 탄생

작성일: 2018.09.02 13: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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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우승 한국.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김학범호가 인도네시아 현지의 모든 악재를 넘어서 우승을 만들어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세대를 이어 새로운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 2-1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축구 경기는 90분으로 평가받는다. 경기력은 눈 앞에 쉽게 보인다. 하지만 그 90분을 위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까지 김학범호는 쉽지 않은 싸움을 펼쳤다. 1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김학범호를 취재하며 느낀 것은 어떤 대회든 우승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5가지 악조건을 모두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정이 빡빡했고, 훈련장과 경기장 상태가 익숙하지 않았다. 대회 운영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조별 리그에서 1패를 안으면서 만나게 된 대진표도 어려웠다.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면서 조직력도 새로 다져야 했다.

사실 조건은 팀들에게 모두 같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충분히 쉬지 못하고, 훈련장이나 경기장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변수가 커진다. 여러모로 어렵고 불편한 상황에서 한국은 라이벌로 꼽을 수 있는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일본을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소중하게 피어낸 꽃이다.

▲ 이 훈련장을 뛴 다음 날 이란을 꺾었다.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부터 사고가 터졌다. 조 추첨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팔레스타인이 누락되면서 혼란이 생겼다. UAE가 기존의 E조에 합류하면서 한국은 1경기를 더 치르게 됐다. 평가전도 취소하고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지난달 8일 입국하는 스케줄을 짰다. 하지만 이라크가 대회 직전 불참을 선언해 UAE가 다시 C조로 이동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4개 팀이 E조에 배정되자 한국은 11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는 것으로 짰다. 혼란 속에 평가전도 치르지 못했다.

"(훈련장 상태가) 좋지 않네요. 해봐야죠." - 황인범, 8월 13일 첫 현지 훈련을 마치고

훈련장 환경은 정말 좋지 않았다. 우려했던 '떡잔디'는 아니었지만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잔디가 워낙 길고 잡초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 특히 이란과 16강전을 앞두고 주최 측에서 제공한 훈련장까지 거리는 1시간 반. 인도네시아의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이동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경기 전날 이동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팀 차원에서 가까운 훈련장을 구했는데 한 국제학교 운동장이었다. 흙바닥에 가까운 상태였고 훈련 소식을 들은 교민들 다수가 찾기도 했다. 순수하게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경기장도 한국이 원하는 환경이 아니었다. 잔디가 길고 푹신했다. 물을 뿌리지 않으면 공이 잘 구르지 않고, 또 물을 뿌리면 롱패스가 쭉 밀려났다. 헌데 8강전 이전까진 공식 훈련이 없었다.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세밀성이 요구되는 공격 축구보단, 수비 축구를 하는 쪽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 반둥 쇼크의 기억은 우승으로 조금 흐려졌다. ⓒ연합뉴스

"시스템의 변화도 있을 것이고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포백도 생각하나?) 여러가지로. 포백, 스리백은 숫자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잘할지 고민했다." - 김학범 감독, 8월 19일 키르기스스탄전을 앞두고

"실점 경험이 없다. 조별 리그를 실전 연습 삼아 하기로 했다. 공격과 미드필더의 연결 고리가 잘 맞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연습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바랐는데 사실 그런 상황이 많지 않았다." - 김학범 감독, 8월 20일 키르기스스탄전을 마치고

평가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대회 초반을 어렵게 한 이유였다. '오답노트'를 갖고 들어서야 하는 본선인데, 조별 리그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당한 1-2 패배는 심리적으로도 꽤 큰 타격이었다. 실제로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전까지 활용했던 스리백을 사실상 폐기하고 4-3-3으로 대회 우승을 일궜다.

▲ "원팀"을 외치며 늘 훈련을 마쳤다. 베트남과 4강을 준비하며.

"각자 팀에서는 포백을 많이 쓰니까 기본적인 것, 서로 생각하고 도와주는 플레이에 신경쓰자고 이야기 했다." - 조유민, 8월 20일 이란전을 승리한 뒤

경기 일정이 2,3일 간격으로 계속 됐다. 특히 조별 리그 1,2차전, 8강전-4강전 사이에 부여된 휴식 시간은 단 하루. 조직력을 다지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와일드카드가 합류하고 이승우, 황희찬, 김민재 등 그간 A 대표 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했다. 김학범호는 몸을 쓰는 훈련 대신 마음을 먼저 모았다. 선수들끼리 미팅을 많이 하고, 평소에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읽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호흡을 실제로 맞췄다.

▲ 고비였던 우즈벡전. 황의조가 펄펄 날며 팀을 구했다.

"시멘트길, 흙길 놔두고 가시밭길을 가게 됐다. 우리가 만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겨나가야 한다." - 김학범 감독, 8월 19일 키르기스스탄전을 앞두고

대진표는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초했다. 말레이시아에 패하면서 조 2위로 16강에 오른 것이 문제. 21세 이하 팀이라곤 하나 신체 조건이 좋고 기술을 갖춘 이란을 16강에서 만났다. 8강 상대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팀인 우즈베키스탄. 힙겹게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다음 상대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돌풍의 팀' 베트남, 뒤이어 숙적 일본을 만났다. 아시아의 강자들을 모두 만나 이기면서 값진 우승을 따냈다.

"(손)흥민이 형이 쓴소리는 처음으로 했다. 경각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이후 준비 과정에 긴장감도 생기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나상호, 8월 19일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팀은 정신적으로도 점점 강해졌다. 손흥민이 합류해 주장 완장을 차면서 구심점이 됐다. 그는 말레이시아전 이후 "솔직히 창피하다"면서 "언제까지나 다독일 수는 없다. 가끔은 격려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따끔한 지적도 필요할 때"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말레이시아전 이후 고개를 푹 숙였던 선수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손흥민은 모든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한 질책을 했다는 후문. 그렇게 말레이시아전은 '보약'이 됐다.

'말레이시아전 패배 이후엔 선수들 가운데 방심이 사라졌다. 발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팀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해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 점점 얼굴에서도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을 다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연합뉴스

"현재 70% 정도다. 5%씩 채워나가겠다" - 김학범 감독, 8월 11일 출국하며

김학범호는 첫 시작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김 감독도,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출국하며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따져 결승에 가면 100%가 된다. 김 감독이 출국 당시 던진 말은 결국 적중한 '예언'이 됐다. 선수들 역시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높였다. 황인범은 결승전을 마친 뒤 "감독님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대회를 치르고, 경기를 하면서 호흡이나 많은 게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 일본과 결승전은 혈전이었다. ⓒ연합뉴스

"수비적인 면에서 부담이 너무 컸다. 연장까지 가서 힘들었는데 골을 공격수들이 넣어줘서 좋았다." -김민재, 9월 1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경기를 앞두고 조커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셨다. 상대는 에이스 18번이 부상당했으니 조커 자원은 우리가 더 많다고 하시면서, 90분을 넘어서 120분, 승부차기 승부가 될 것이니 침착하게 여유가지고 하라고 하셨다." - 황인범, 9월 1일 조기 전역을 확정한 뒤

120분이나 벌어졌던 일본과 경기는 한국의 발전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일본은 패스 전개가 전통적으로 강한 팀이다. 하지만 21세 이하로 선수단을 꾸려 사실상 전력 약세를 인정하고 경기 전략을 짰다. 스리백을 중심으로 중앙을 단단하게 지키고, 단순하더라도 멀리 공을 차내면서 역습을 노렸다. 전방에서 기술이 좋은 미요시 고지가 그 중심에 섰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 리그보다 훨씬 발전했다. 수비적 부담이 적잖았지만 90분 동안은 실점하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서두르지 않은 것도 중요하다. 수비적으로 버티는 팀을 단번에 무너뜨리긴 어렵다. 골이 터지지 않더라도 계속 공격하면서 빈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을 90분 동안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전반 6분, 후반 10분 황의조에게 찾아온 결정적 기회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쫓길 수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악재를 넘고 거둔 값진 성과. 특히 단기전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터. 이제 김학범호에 승선했던 선수 가운데 8명이 A 대표 팀에 합류해 파울루 벤투 감독과 만난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룬 '자카르타 세대'가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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