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15승 좌완' 유희관 깨운 kt 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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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유희관(29, 두산 베어스)' 시대다. 빠른 공이 없어도 뛰어난 제구력과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충분히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유희관은 9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5승(3패) 째를 거뒀다.
올 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15승3패 평균자책점 3.16이다. 전신 OB 시절 포함 베어스 국내 좌완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웠으며 외국인 투수 게리 레스가 거둔 2004년 시즌 17승(두산 좌완 한 시즌 최다승)까지 뛰어넘을 태세다. 포심 최고 구속이 130km대 초중반에 불과하지만 완급 조절형 커브와 싱커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연일 요리하고 있다.
유희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제구력이나 변화구 구사력이 아니다. 바로 건강한 몸. 유희관은 최근 발목 염좌 부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이것이 유희관의 야구 인생 거의 유일한 부상이다. 절친한 동료이자 후배 김현수는 “몇 년 전 희관이 형을 포함해 친한 사람들끼리 같은 음식을 먹었다가 단체 배탈이 난 적이 있었다. 다 배탈이 났는데 희관이 형만 멀쩡해서 '이 형은 뭘 먹어도 멀쩡할 사람'이라며 웃었다”고 밝혔다.
중앙대 시절 완투형이었던 유희관은 2009~2010년 두산 퓨처스팀에서 주로 있을 당시 선발-계투 가리지 않고 던졌다. 평범한 투수였다면 퓨처스팀에서 던지다가 팔에 무리가 갈 정도로. 그러나 유희관은 군말 없이 등판 지시에 따라 던지고 또 던졌다. 가끔 마주쳤을 때 '팔 괜찮냐'고 물어보면 매번 '아플 것 같지요? 전혀 안 아파요'라며 웃었다. 뛰어난 내구력을 선물한 부모님게 감사해야 할 유희관이다.
지금은 미디어와도 가장 친근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유희관이지만 사실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유희관은 다소 소심한 면이 있었다. 데뷔 초기 가끔 1군에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며 반문하던 유희관이다. 좋은 성격과 좋은 제구력을 갖췄으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유희관이 바뀐 계기는 상무에서다. 기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희관이 전역 후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 계기는 바로 정대현”이라고 밝혔다. 2010년 두산에 3라운드로 입단한 좌완 정대현은 지난 시즌 후 20인 외 신생팀 특별지명을 거쳐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 시즌 정대현은 23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하며 신생팀 마운드에서 분전하고 있다. 정대현이 유희관의 성장 계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희관의 상무 2년째 시즌이던 2012년 정대현이 1군에서 선발-계투를 오가는 스윙맨 보직을 맡아 출장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희관이가 투지를 불살랐더라. 자신과 비교했을 때 공이 크게 빠르지도 않고 제구가 좋은 편이 아닌 정대현이 1군에서 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노력하면 1군에서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더라.”
정대현이 1군에서 기회를 얻는 모습을 보고 상무에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며 호성적을 거둔 끝에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2위(2.40)로 2012년 시즌을 마쳤던 유희관. 그때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위(2.39)는 현재 팀 동료인 당시 경찰청 좌완 장원준이다. 2012년 유희관은 투구할 때 보폭을 좀 더 넓히며 공에 힘을 싣는 데 집중했고 공을 이전보다 좀 더 낮게 제구하는 데도 성공했다.
2013년 5월 4일 LG전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 선발승(5⅔이닝 무실점)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유희관의 붙박이 선발행에는 김진욱 당시 감독도 반신반의했다. “제구력이나 경기 운영 능력 모두 1군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왼손 투수라고는 해도 공이 느린 편이라 희관이를 5선발로 쓸 수 있을까”라던 김 감독의 예상. 2013년 말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던 데는 넥센-LG 킬러로 활약한 유희관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스스로 “제 공이 1군에서 통할 수 있을까요”라며 반신반의하던 유희관은 이제 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섰다.
공이 느린 편이라 불리했을 뿐 유희관은 많은 장점을 지녔다. 대학 시절부터 완투형으로 뛰며 경기 경험을 쌓았고 영리한 두뇌도 갖췄다. 게다가 부모로부터 웬만해서 크게 다치지 않는 건강한 몸을 받았다. 유순한 성격으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다 후배의 기회를 보고 군대에서 투지를 불태운 유희관은 야구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고 있다.

[사진1] 유희관 ⓒ 한희재 기자
[사진2] 정대현 ⓒ 한희재 기자
[영상] 유희관 교과서 투구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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