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TALK] 벤투는 '베테랑' 구자철을 만나러 직접 독일까지 갔다
작성일: 2018.12.28 10: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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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미드필더 구자철(29, 아우크스부르크)은 대표팀과 인연이 멀어지는 듯 했다. 9월 1기 명단에는 부상으로, 10월 2기 명단에는 급성신우염으로 빠졌다. 11월 호주 원정에 소집됐으나 호주전 전반전을 뛰다 부상 당해 일정 도중 독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지난 20일 구자철의 이름을 2019 UAE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올렸다. 중원과 전방에서 다양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자철은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 유연성에 부합하는 선수인데다, 무엇보다 최고 레벨 축구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1996년생을 중심으로 어린 선수가 다수 대표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구자철은 기성용과 더불어 대표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구자철에게는 세 번째 아시안컵. 그는 2011년 참가한 첫 아사인컵에서 만 22세의 나이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 벤투 감독은 구자철 선발을 위해 독일까지 직접 찾아갔다
구자철은 소속사 월스포츠를 통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국가를 대표해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는 소감을 밝혔다. 벤투 감독의 진심을 담은 호출은 평소 국가 대표에 대한 마음이 컸던 구자철에게 더욱 큰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국가대표는 영광된 자리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라도 대표 선수로 참여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 등으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표팀에서 ‘최상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데 대해 심각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벤투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독일까지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고 상당히 자주 통화했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설령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표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마음 먹게 됐다."
구자철의 경험은 숫자로 증명할 수 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면서 지난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 입성해 2018-19시즌 현재까지 9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구자철의 분데스리가 통산 기록은 199경기 출전 28득점. 200경기 출전까지 1경기가 남은 상황에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구자철은, 차범근(308경기)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분데스리가 200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다. 유럽 5대 주요 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차범근, 손흥민(248경기 / 분데스리가 135경기 + EPL 113경기)에 이어 정규 리그에 200경기 이상 출전하는 세 번째 선수가 된다.
“분데스리가에 처음 왔을 땐 패기 하나만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독일 문화와 축구, 삶에 쉽게 녹아들진 못했다. 너무 힘든 시간들이 많았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던 것 같고,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데스리가에서 시즌 평균 25경기 정도를 출전하며 8년을 뛸 수 있었다는 것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 분데스리가 경력을 시작했지만 2011-12시즌 후반기 아우크수부르크로 임대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마인츠를 거쳐 다시 아우크스부르크로 돌아와 꾸준히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 분데스리가 9시즌 199경기, "모든 경기가 기억난다"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당시 구자철의 활약은 손흥민만큼 뜨거웠다. 2011-12시즌 후반기에만 5골을 넣었던 구자철은 2014-15시즌 마인츠에서 시즌 5골, 2015-16시즌에는 마인츠와 아우크부르크에서 뛰며 8골을 넣었다. 2선에서 중원 공격을 이끌며 빼어난 마무리 능력을 자랑했다.
구자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경기가 많지만 구자철은 모든 경기를 기억한다고 했다.
“바로 떠오르는 건 데뷔전이다. 2012년 2월에 데뷔골을 넣은 경기도 생각난다. 2012년 바이에른 뮌헨 원정경기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경기와 레버쿠젠전 해트트릭도 머리에 맴돈다. 모든 경기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경기마다 치열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기억 남는다."
구자철의 활약은 한국 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진출, 특히 아우크스부르크 입단에 물꼬를 텄다. 구자철 활약 이후 지동원, 홍정호 등 다른 한국 대표 선수가 아우크스부르크의 러브콜을 받았고, 최근에는 유망주 천성훈이 입단했다.
“동료 선수와 구단 스탭들이 저를 충분히 존중해준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여기며 생활했지만, 저 또한 한국에서 온 동료들에게 큰 힘을 받았기 때문에 서로 윈윈했다고 생각한다.”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 만 8년, 9시즌을 보내면서 선진 유럽 축구의 환경과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웠다. 무조건 열정적으로 달려들기 보다 체계적인 준비와 효율성의 필요를 느꼈다. 선수 구자철을 베테랑으로 만든 것은 그저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동안 내외적으로 많은 내공을 쌓았기 때문이다.

- 젊은 시절, 주력을 늘리기 위해 한라산을 50번 이상 뛰어올랐다고 들었다. 어떠한 어려움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런 말은 사실 조심스럽지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라산을 수십 차례 올랐던 건, 달리 생각하면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이고 단계적 훈련 프로그램의 혜택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한라산을 뛰어서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 트로피를 경쟁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아시안컵은 다르다. 구자철은 선수 경력의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시안컵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세 번째 참가하게 되어 자부심을 느낀다. 나 역시 2011년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면서 유럽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 축구를 위해 후배들이 더 성장해줘야 한다. 아시안컵은 한달 정도 합숙하는데, 선후배가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쌓아온 경험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 역시 그라운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고, 어떠한 역할이 주어지든 선배로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59년만의 우승을 이루고, 동료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구자철 프로 통산 기록
K리그 2007~2010, 제주유나이티드 통산 70경기 7득점
K리그컵 2007~2010, 제주유나이티드 통산 18경기 1득점
FA컵 2007~2010, 제주유나이티드 통산 7경기 1득점
독일 분데스리가 2010-11(후반기)~2018-19(전반기) 통산 199경기 28득점
DFB포칼 2012-13~2018-19 통산 9경기 2득점
유로파리그 통산 10경기 1득점
20세 이하 대표팀 16경기 5득점/ 23세 이하 대표팀 16경기 5득점
A대표팀 71경기 19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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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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