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지방법원, 정형근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심석희에게 미안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쇼트트랙 심석희를 포함해 4명의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가 상습상해와 성폭력을 별개의 문제로 보면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없었다. 검찰은 조 전 코치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 전 코치는 최후 변론에서 “최고의 선수로 육성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지도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줘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코치는 ‘성폭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심석희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4년부터 지난해 평창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조 전 코치의 변호인은 “피고인(조재범)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폭행은 인정하나 그 이후 성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꾸준히 말했다”고 밝혔다.
전명규 한체대 교수도 심석희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석희가 폭행을 당한 뒤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을 전명규가 막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가 해당 사실을 부인하자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 교수는 녹취록에서 "(심석희가) 기자회견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다음 날 기자회견 하려는 걸 내가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하면서"라고 말했다.
당시 전 교수는 "올림픽이 코앞이라 심석희가 빨리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표현을 잘못한 것 같다"며 기자회견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전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다. 그는 "(심석희의) 기자회견을 막은 게 아니다. 기자회견을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 지금은 평창 올림픽 경기력을 위해서 집중해야 할 때 아니냐고 얘기한 것이다. 심석희가 내 뜻을 이해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교수는 "성폭력과 관련해서 난 전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전 코치에게 스케이트를 배웠고, 한국체대에 입학해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서 훈련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심석희 측은 조재범의 ‘성폭행 혐의 부인’에 대해 분노했다.
심석희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조 전 코치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빨리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해서 이번 사건을 조속히 종결시켜야 한다. 심석희가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만이 조 전 코치가 죄를 벗을 수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으로서 성범죄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심석희 선수가 고통받고 있다. 조속히 이 사건의 수사가 완료돼서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심석희 선수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진술도 구체적이다. 빨리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심석희 선수를 위한 도리”라며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