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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벌랜더, 부활의 불씨를 지피다

작성일: 2015.08.28 06:15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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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2013517(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 디트로이트의 선발투수는 그해 8경기 4승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고 있던 저스틴 벌랜더였다. 그러나 벌랜더는 3회에만 7실점을 했고 결국 2.2이닝 8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벌랜더는 첫 8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훌륭한 투구를 이어 갔지만 17, 텍사스와 경기를 포함해 이후 2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하며 좋지 못했다. 특히 5자책점 이상 허용한 경기가  6회나 됐다. 20112, 20123.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을 자신하던 벌랜더는 이듬해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15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벌랜더는 아메리칸리그 최다자책점(104) 투수였다. 벌랜더가 한 시즌 100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8(108) 이후 처음이었다. 더구나 벌랜더는 2009년부터 이어 온 5년 연속 200탈삼진 기록이 중단됐으며(지난해 159탈삼진), 피안타율은 .275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벌랜더가 이와 같이 부진을 겪은 이유는 구속이 하락했기 때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벌랜더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1년과 2012년 당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5.04마일과 94.71마일로 이는 그해 2500구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각각 메이저리그 전체 1위와 4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년 들어 벌랜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35마일로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보다도 더 느린 93.12마일이었다.

구속이 하락한 벌랜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평균 구속이 95마일이었던 2011, 벌랜더의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24(339타수 76안타)200타수 이상 투수 가운데 메이저리그 전체 7위로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구속 하락과 동시에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1마일이었던 2012년에는 .235(MLB 전체 7)로 훌륭했지만 구속이 93마일대로 떨어진 2013년에는 .285였으며 지난해에는 그보다 2리 상승한 .287였다.

문제는 패스트볼뿐만이 아니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줄어들자 변화구들의 위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벌랜더의 커브는 7년 간 지켜 오던 1할대 피안타율이 무너졌으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또한 피안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말았다. 벌랜더는 더 이상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아니었다.

구속이 하락하기 전의 벌랜더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011, 34경기에 등판한 벌랜더는 24승 평균자책점 2.40 250탈삼진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2006년 요한 산타나(19승 평균자책점 2.77 245탈삼진) 이후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당시 벌랜더가 기록한 24승은 2002년 랜디 존슨 이후 처음이며 아메리칸리그로만 따지면 199027승을 기록한 밥 웰치 이후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더불어 벌랜더는 251이닝-250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2008CC 사바시아(253이닝-251탈삼진),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997년 로저 클레멘스(264이닝-292탈삼진) 이후 처음으로 250이닝-250탈삼진을 달성했다.

당시 벌랜더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그해 벌랜더는 선수들의 선택 상(Players Choice Award)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투수로는 역대 9번째로 만장일치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다. 또한 벌랜더는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가장 많은 1위 표(13)를 받고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 이후 처음으로 MVP로 뽑힌 투수가 됐다. 선발투수로는 1986년 로저 클레멘스 이후 처음이었다.

벌랜더의 활약은 2012년에도 이어졌다. 벌랜더는 17승 평균자책점 2.64와 함께 238.1이닝 239탈삼진을 기록하며 2000년 이후 랜디 존슨, 커트 실링, 요한 산타나 단 세 명 뿐이었던 2년 연속 230이닝-230탈삼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31, MLB 네트워크는 베이스볼 레퍼런스를 인용해 한 가지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그것은 지난 20년 간 2시즌 연속 7.5 bWAR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의 명단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과 2012, 벌랜더의 2년은 그렉 매덕스, 페드로 마르티네즈, 커트 실링 등 엄청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클레이튼 커쇼가 포함됐다.

지난해의 최악을 부진을 겪은 후, 벌랜더는 영광의 2을 되찾기 위해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로 32세가 되는 벌랜더에게 구속 상승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벌랜더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코어 수술을 받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근육량이 감소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잃어버린 근육량을 회복했다. 그러나 올 시즌 벌랜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12마일로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브룩스 베이스볼 201493.30마일, 201593.38마일/팬그래프 201493.1마일, 201593.1마일).

올 시즌 벌랜더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삼두근 부상이 원인이었다. 때문에 벌랜더는 614일이 돼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 복귀 이후에도 그는 좀처럼 부진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월 세 경기 17.2이닝 동안 벌랜더는 피홈런 4개와 함께 10자책점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5.09로 매우 좋지 못했다. 그러나 벌랜더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좋은 투구를 이어 가기 시작했는데 지난달 30, 10개의 탈삼진 가운데 8개를 패스트볼로 잡은 탬파베이와 경기부터 27일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3과 함께 44이닝 동안 46탈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을 되찾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8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으며 개인 통산 세 번째 노히터에 도전했지만 9회 크리스 아이아네타에게 선두 타자 안타를 허용하며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벌랜더는 1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패스트볼의 위력을 되찾으며 삼진 비율과 볼넷 비율 역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후반기 들어 벌랜더는 전성기보다도 더 뛰어난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벌랜더의 삼진 비율은 25.2%, 볼넷 비율은 4.3%이며 삼진-볼넷 비율은 21%2011(19.9%)2012(18.7%)보다도 더 뛰어나다. 또한 구위를 회복한 벌랜더는 후반기에 전반기(13.7%)보다 5.9%p 더 많은 19.6%의 약한 타구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안타가 될 확률을 낮추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벌랜더가 구속이 상승하지 않았는데도 훌륭한 투구를 이어 나가는 데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먼저 그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2011년부터 2013년까지 벌랜더는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를 꾸준히 10.0 이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는 9.93으로 0.66인치(약 1.7cm)가 하락했다. 그러나 올 시즌 벌랜더의 수직 무브먼트는 10.23이며 730일 이후에는 10.63으로 2012(10.69)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공의 회전수. 일반적으로 회전수가 많은 공이 더 위력적이며 특히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더 많은 회전을 가질수록 높은 상하 무브먼트 값을 가져 공이 덜 가라앉아 라이징 패스트볼과 같은 효과를 준다2011년 벌랜더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2524.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의 평균 회전수가 2200회인 것을 생각한다면 벌랜더가 얼마나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2013년과 2014, 벌랜더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각각 2487회와 2458회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곧 이는 구위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 벌랜더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2528회로 2011, 2012년의 회전수와 비슷하며 지난달 30일 이후에는 2595회로 더 뛰어난 회전수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벌랜더의 6월 패스트볼 구종 가치는 (-2.9)였으나 7월에는 (-1.4), 8월에는 2.8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

벌랜더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와 회전수 변화(무브먼트/회전수)

2011: 10.03 / 2524

2012: 10.69 / 2521

2013: 10.59 / 2487

2014: 9.93 / 2458

2015: 10.23 / 2528(730일 이후 10.63 / 2595)

벌랜더가 사이영상을 받고 MVP로 선정됐을 당시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패스트볼 외에도 커브와 체인지업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스트볼의 구속이 감소하고 타이밍 싸움에서 불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결국 벌랜더가 꺼내든 카드는 구종 구사 비율의 변화. 올 시즌 벌랜더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줄이고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높이고 있다(연도별 슬라이더 비중 변화 : 8.68%11.69%12.98%15.07%16.67%).

패스트볼의 위력이 돌아오면서 변화구들 또한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피안타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커브의 피안타율은 .265였지만 올 시즌에는 .196이며 체인지업(.271.207)과 슬라이더(.257.200)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변화구의 위력이 살아난 데에는 패스트볼 외에도 릴리스 포인트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벌랜더는 변화구를 구사할 때 릴리스 포인트의 차이가 꽤 컸다(슬라이더 6.71, 커브 6.60, 체인지업 6.55). 그러나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6.66)와 커브(6.62), 체인지업(6.61)이 모두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구사되고 있다. 타자로서는 육안으로 모든 변화구가 거의 같은 위치에서 구사된다면 큰 혼란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팬그래프닷컴에 칼럼을 기고하는 폭스스포츠의 제프 설리반에 따르면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과 이후에 벌랜더의 투구폼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전반기 당시 벌랜더는 폴로스루 이후 글러브의 위치가 몸 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았고 투구 후 중심 이동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버팀발(오른발)이 경직된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펴져 있었다. 그러나 올스트 브레이크 당시 벌랜더는 투구폼을 조정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벌랜더의 투구폼을 보면 폴로스루 후 글러브가 자연스럽게 몸 뒤로 형성돼 있고 투구 후 중심 이동이 완전히 이뤄지며 버팀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은 벌랜더와 사바시아 그리고 팀 린스컴이 강속구를 잃어버린 것을 보고 많이 아쉬워했다. 강속구를 잃어버린 이들은 더 이상 전성기와 같은 엄청난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벌랜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으며 이는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벌랜더는 지금의 활약을 앞으로도 이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벌랜더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 투구력은 사이영상 수상과 MVP 선정을 동시에 이뤘던 때와 많이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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