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지독한 '공일증' 왜 벗어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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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열거한 점을 갖춘 팀은 바로 일본 여자 배구 대표팀이다. 일본 여자 배구는 주니어 시절부터 시니어에 대비해 철저히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자 배구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스폰서들의 후원이 뒤를 받쳐 주고 있고 상비군은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선수들을 소집해 짧은 시간 손발을 맞추고 출전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은 1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을 3-1로 이기기 전까지 22연패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은 일본을 두 차례나 꺾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일본 여자 배구 최정예 선수들은 같은 기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뛰고 있었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일본 센다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여자배구 2라운드에서 일본에 0-3(17-25 24-26 17-25)으로 졌다. 이번 월드컵은 일본을 잡을 기회였다. 세대교체에 들어간 일본은 예전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과 고비에서 나오는 범실 그리고 수비 열세 등 일본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까지 무산시킨 '女배구 공일증'
한국이 일본에 패했던 방식은 늘 비슷했다. 일본의 예리한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수비 싸움에서는 늘 패배했다. 또한 승부처에서 나타나는 집중력도 일본이 앞섰다. 한국은 2세트 24-23으로 앞서며 세트 승리에 1점만 남겨 놓았다. 일본은 24-24 듀스를 만들었고 두 팀은 치열하게 랠리를 펼쳤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주장 기무라 사오리는 강타 대신 가운데 중앙으로 밀어 넣는 연타를 때렸고 이 볼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일본의 새로운 좌우 날개 공격수는 고가 사리나와 나가오카 미유다. 주전 레프트 공격수 에바타 유키코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들은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고가와 나가오카는 나란히 15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 나가오카는 키가 179cm지만 강약을 조절한 공격으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강타 대신 연타와 페인트 공격을 주로 구사하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일본 공격수들은 힘과 높이에 의존한 공격 대신 상대 빈 코트를 노리는 영리한 공격을 구사했다. 장기인 끈질긴 서브로 볼을 올린 뒤 침착하게 상대 빈 코트에 밀어 넣거나 터치 아웃시키며 찬스 볼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 할 찬스 볼을 많이 놓쳤다. 결정적인 패인 가운데 하나는 블로킹 싸움에서 밀렸다는 점. 일본과 비교해 한국이 우위에 있는 것은 높이다. 반드시 이겼어야 할 블로킹 싸움에서 한국은 1-7로 졌다. 일본의 주전 세터 미야시타 하루카는 빠른 토스로 한국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한국과 비교해 몇 박자 빠른 공격을 구사한 일본은 한국의 높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일본도 한국처럼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아직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선배들과 비교해 미흡한 점이 많지만 기본기는 탄탄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끈질긴 수비 그리고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완성했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지만 대표팀 경쟁력과 선수들의 기본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세대교체를 이룬 선수들이 많은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점이 중요하다. 세터와 리베로 포지션의 보강도 절실하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눈앞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기본기 훈련의 비중을 높이는 점이 필요하다.
[사진1] 일본과 경기에서 공격 시도하는 김연경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사진2] 환호하는 일본 팀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사진3] 공격 시도하는 이소영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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