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16일 자진사퇴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김기태 KIA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김 감독은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기태 KIA 감독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를 마지막으로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자신의 거취 문제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의 만류에 마음을 다잡기 일쑤였지만 15일 광주 kt전이 끝난 뒤 끝내 자진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구단은 16일 이를 수용하며 17일부터는 박흥식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보낸다. 

고별전이 된 16일마저 선수단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3-6으로 졌다. 김 감독은 선수단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미안함이 담긴, 김 감독의 마지막 인사였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남겼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 경력과 팬들의 가슴에 큰 상처가 남았다.  

김 감독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KIA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KIA는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었다. 김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한곳에 모으며 바닥을 잘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빠른 도약이었고, 객관적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며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2017년에는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팀의 약점이었던 중심타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형우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라인업도 잘 꾸렸다. 시즌 초반에는 SK와 4대4트레이드, 그리고 시즌 중반에는 키움과 트레이드를 벌여 필요 자원들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진 KIA는 강력한 선발진과 막강한 타선의 조합으로 통합우승의 대업을 썼다.

김 감독은 이 공을 인정받아 3년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위에 그치며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껏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선수단 수장인 김 감독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었다. 여기에 임창용 사태에 휘말리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올해 첫 43경기에서 13승29패1무(.310)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궁지에 몰렸다. 김 감독은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일단락했다. 

▲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 ⓒ한희재 기자
자진사퇴를 하면 잔여 연봉도 받을 수 없다. 또한 지도자 경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LG에서 한 차례 자진사퇴를 한 경력이 있는 김 감독이다. 또 한 번의 자진사퇴는 외부의 좋지 않은 시선을 부를 수도 있었다. 향후 구직에 방해가 되는 요소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모두 감수했다.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관계자들은 “김 감독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은 KIA 재임 기간 중 307승310패3무를 기록했다. 승률은 5할이 안 되지만 굵직한 업적이 많다. 무엇보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두 번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했으나 어쨌든 KIA로 이름을 바꿔단 뒤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한 첫 감독으로 기록됐다. 

다만 불명예 퇴진의 흔적이 또 추가되며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2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의 추락 과정에서 뾰족한 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편 KIA로서도 최근 세 명의 감독이 모두 불명예 퇴진한 셈이 돼 부담이 커졌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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