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김경문은 옳았다' 민병헌의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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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아쉽네. 다음 시즌에 3번 타자로 키워 보려고 했는데.”
2010년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끝난 뒤, 당시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은 이 이야기와 함께 잠실구장에서 치른 마무리 훈련 첫날 감독실에 있는 선수단 뎁스 테이블에서 한 선수의 명패를 외야수 자리에서 입대 선수 자리로 옮겼다. 우익수 자리에 있던 민병헌(28)의 명패였다. 민병헌은 김 감독의 만류에도 경찰청으로 입대했다. 그리고 5년 뒤 그는 상대팀 감독이 된 김 감독 앞에서 2홈런을 치며 제대로 어깃장을 놓았다.
2013년부터 3할 타율을 보장하는 호타 준족 외야수로 진화한 민병헌은 18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NC와 1차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3회 우월 솔로포와 7회 좌월 스리런으로 5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7-0 완승을 이끌었다. 완봉승을 올린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민병헌은 두산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 승리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민병헌은 2006년 두산 입단 때부터 2010년까지 김 감독과 함께했다. 신인으로서 데뷔 첫해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17도루를 기록한 민병헌은 2007년 시즌 임재철(롯데)의 입대로 공석이 된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찼다. 타율은 0.244로 높지 않았으나 30도루를 기록하며 이종욱(NC, 당시 46도루-2위), 고영민(두산, 당시 36도루-3위)과 함께 두산 발야구를 이끌었다. 우익수 자리에서 뽐낸 강견도 대단했다.
이후 김 감독은 민병헌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차 예선 엔트리에도 넣는 등 기대를 가졌고 2008년 시즌 팀의 1번 타자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타격 부진과 두 번의 손 골절상 등이 겹치며 101경기 동안 타점 없이 타율 0.194 18도루에 그쳤다. 그리고 민병헌의 출장 기회는 유재웅(은퇴), 이성열(한화), 임재철에 이어 정수빈에게 돌아갔다. 2010년까지 민병헌은 스타팅보다 교체요원으로 기용될 때가 더 많았다.
20대 중반을 향하며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민병헌은 2010년 시즌이 끝난 후 경찰청으로 입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구단에서도 민병헌의 경찰청 입대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김 감독과 김광수 당시 두산 수석 코치(현 한화 수석 코치)가 만류했다. 김 감독은 민병헌의 입대 연기를 원했던 데 대해 “2011년 시즌 3번 타자로 기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진영(LG), 이택근(넥센), 정근우(한화) 등 호타 준족을 3번 타자로 놓고자 했고 실제로도 이들을 번갈아 기용했다. 이승엽(삼성)-이대호(소프트뱅크)-김동주(은퇴)가 4~6번에 서며 한 타순 밀린 클린업트리오로 서는 전략이었는데 좀 더 공격적인 면을 강조한 타순이었고 이 전략은 올림픽 금메달 원동력이 됐다. 김 감독은 그때 계획을 2010년 시즌 초반 두산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물론 이 타순은 고영민의 슬럼프와 김현수의 4번 타순 부담이 겹쳐 한 달 후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후로도 발 빠른 3번 타자감을 찾았고 지금도 그 전략을 자주 구사한다. 호타 준족 나성범은 5번 타자로 나오고 있으나 올해도 3번 타자로 나선 타수가 448타수로 가장 많았다.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 3번 타자로 나선 선수는 발 빠른 이종욱이었다. 5년 전 김 감독은 발 빠른 민병헌의 경찰청 입대를 아쉬워하며 “2011년시즌에는 민병헌을 시즌 초반 붙박이 3번 타자로 놓고 싶었다. 발 빠른 타자 세 명이 앞 타순에 서면 공격을 펼치기가 한결 수월할 테니”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2007년 시즌 후반기부터 민병헌의 타격과 주루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선수는 20대 중반 고개를 넘기 전 빨리 병역을 치르고 싶어 했다. 민병헌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전에도 휴일까지 거르며 잠실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출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먼저 병역을 마치려 했고 민병헌이 경찰청에서 복무하던 2011년 시즌 도중 김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김 감독 휘하 '3번 타자 민병헌' 전략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민병헌은 NC의 추격 의지를 끊는 홈런 두 방을 터뜨렸다. 바로 김 감독이 넣고자 했던 3번 타순에서. 민병헌은 시즌 막판부터 허벅지 부상 등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타는 바람에 시즌 타율이 0.30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홈런 두 개로 자신의 타격감이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 감독은 야수 보는 혜안을 발휘했고 인정 받은 지도자다. 민병헌의 3번 타자 가능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도 김 감독이다. 민병헌의 올해 3번 타순 타율은 0.266로 평범했으나 2013년 3번 타율 0.420, 지난해 3번 타율 0.324로 정확한 타격을 자랑했다. 김 감독의 예상은 맞았다. 다만 지금은 같은 팀이 아니라는 것 뿐. 3번 타자로 내심 기대했던 옛 팀 선수의 홈런 두 방은 김 감독의 마음을 쓰리게 했다.
[영상] 화력 앞세운 두산의 1차전 승리 ⓒ 영상편집 정지은.
[사진] 민병헌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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