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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기록보다 기운' PS 법칙 증명 니퍼트

작성일: 2015.10.19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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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선발 대결 상대 전적에서 밀렸다. 게다가 올 시즌 부상과 슬럼프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수세에 몰릴 여러 조건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러나 단기전은 다르다. 페넌트레이스라면 기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포스트시즌은 선수의 보이지 않는 기운이 크게 작용해 기록이 주는 선입견을 없앤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4)는 이 포스트시즌 법칙을 1차전 완봉투로 증명했다.

니퍼트는 18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NC와 1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14구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팀 7-0 승리를 이끌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외국인 투수의 포스트시즌 완봉승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한국시리즈 1차전 SK 상대),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당시 KIA, 한국시리즈 5차전 SK 상대)에 이어 세 번째 대기록이다.

니퍼트는 최고 구속 153km의 빠른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 타점 높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체인지업으로 NC 타선을 제압했다. 지난 10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7이닝 2실점 호투 때 못지않은 구위가 돋보였다. 결정구였던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58.8%(114구 가운데 67구)로 높았는데 스트라이크 47개-볼 20개로 이상적인 제구 비율을 자랑했다.

경기 전 니퍼트의 승리를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올 시즌 31경기 19승(1위) 5패 평균자책점 3.13 204이닝으로 에이스 노릇을 했다. 니퍼트도 지난해까지 4년 간 52승을 거둔 에이스였으나 올해는 어깨 부상, 골반 통증 등으로 제법 긴 공백기를 가지며 20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쳤다. 상대 성적도 밀렸다. 해커의 두산전 성적 3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2.18에 비해 니퍼트는 지난 5월 27일 마산 원정 경기에서 해커와 맞대결했으나 5⅔이닝 10피안타 7실점 6자책점으로 졌다.

해커가 낮 경기에 약한 면모(페넌트레이스 낮 경기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9.98)를 보였다는 점을 빼면 올 시즌 기록으로 비교했을 때 니퍼트가 해커에게 모두 열세였다. 해커의 낮 경기 부진 전력과 니퍼트의 준플레이오프 호투(10일 넥센과 1차전 7이닝 2실점) 정도를 제외하면 기록만 비교했을 때 니퍼트의 승리를 점치기 힘들었다.

그러나 단기전은 기록보다 더 큰 변수가 있다. 바로 기운. 니퍼트는 KBO 리그에서 뛴다는 데 대해 만족하며 5시즌 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장수 외국인 투수다. 선수 본인은 “나도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특히 우리 딸이 내가 있는 한국을 자기 집, 우리 동네라며 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한국을 좋아한다”며 자주 만족하는 기색을 비쳤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올린 만큼 포스트시즌 호투로 만회하며 재계약 청신호를 이끌어야 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9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얻은 것과 관련해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아진 것도 엄청난 변수다. 실제로 두산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분위기를 잘 타는 팀 가운데 하나다. 물론 갑작스러운 변수로 악재에 부딪혔을 때 상대적으로 큰 하강 곡선을 그리기도 하지만 상승 무드로 변화와 경기력 향상이 다른 팀보다 크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NC 포수 용덕한은 “두산은 기를 살려 주면 안되는 팀이다. 분위기를 정말 잘 타기 때문”이라며 일찌감치 경계했다.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짜릿하게 이긴 두산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분위기를 이어 가며 완승을 거뒀다. 1회부터 2점을 지원한 타선 덕택에 니퍼트는 본연의 투구를 유감 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다른 종목과 달리 기록지를 적는 만큼 경기를 보지 않고 기록지만 보고도 70~80% 이상 과거 경기를 묘사하고 복기할 수 있다. 상대의 세부 기록과 누적 스탯도 구체화할 수 있는 만큼 자칫 기록의 선입견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야구는 컴퓨터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한다. 선수들과 팀이 내뿜는 기세와 분위기는 단기전에서 엄청난 변수다. 니퍼트와 두산은 18일 1차전 완승으로 '기록보다 기운'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영상] 니퍼트 2회 3연속 탈삼진 ⓒ 영상편집 정지은.

[사진] 니퍼트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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