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효진(사진 왼쪽)과 정유미. 제공|매니지먼트숲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러블리'해서 '블리'로 불리던 그녀들의 반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캐릭터와 이미지로 '공블리' '윰블리'로 불리던 여배우들이 반전의 훅을 날렸다.

'공블리' 공효진, '윰블리' 정유미가 그 주인공. 꾸밈없는 매력과 눈길 가는 패션 센스, 작품마다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입지를 다져오던 두 배우는 작정이나 한듯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고만고만한 기획영화에 지긋지긋해했던 관객들도 눈을 번쩍 뜨고 귀를 쫑긋 세웠다. '블리'들이 감행한 '사랑스러움' 너머의 반란, 그들이 들려준 진짜 속내에 극장가가 들썩인다.

▲ 공효진. 출처|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
포문은 공효진이 먼저 열었다. 안방극장 대표 '로코퀸'으로서 '최고의 사랑' 시절부터 이미 9년째 '공블리'로 사랑받고 있는 그녀는 2019년 가을, 그녀의 표현대로 '수확의 계절'을 맞았다. 일단 가을과 함께 시작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여주인공 동백 역을 맡아 설렘과 미스터리 모두를 쥐락펴락하며 활약중. 제대로 사랑받은 적 없어도 제대로 사랑을 줄 줄 아는 그녀는, 때론 소심하고 우물쭈물하지만 말해야 할 때 할 말을 하는 인물이다. 시청률이 기근이나 다름없는 요즘 16%대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물론 하나가 아니겠으나, '공블리'의 무한 변주는 안방극장 불패의 주요한 이유다.

▲ 공효진. 출처|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
안방에선 온순한 외유내강 형이라면, 스크린에선 대놓고 걸크러시다. 300만 돌파를 향해 가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공효진은 주인공 선영 역을 맡았다. 소주 냄새 물씬 나는 이 범상찮은 어른 로코에서 그는 똑 부러지는 광고회사 직원 선영 역을 맡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센스가 묻어나는 도시여자의 '워너비' 패션을 선보이는 그녀. 초면에 반말인 직장 상사에게 농을 섞은 반말 응수를 시전하고, 시원시원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거침없는 캐릭터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공블리'란 별명이 무색하게 능청스런 표정으로 남녀 성기를 지칭하는 대사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공효진표 사이다'는 '가장 보통의 연애'의 강력한 힘이 됐다.

▲ 정유미. 출처|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그 바통은 '윰블리' 정유미가 이어받았다. 두 시즌이 방송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내추럴 본 사랑스러움'을 발산하며 '윰블리'로 떠오른 정유미는 뜨거운 화제의 중심이다.. 정유미는 2019년 가을 극장가의 뜨거운 감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100만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면서 젠더 이슈의 상징이 된 작품을 영화화한 만큼 정유미는 출연 결정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작을 미리 접한 이라면 이미 예상했겠지만, 정유미는 평범하디 평범한 여인 김지영이 됐다. 단 한 순간도 '윰블리'를 떠올릴 수 없는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 정유미. 출처|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극중 김지영은 출산과 육아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30대다. 삶의 무게에 눌려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 여인의 모습을 정유미는 놀랍도록 담담하고도 투명한 모습으로 그린다. 주어진 환경 속에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 그녀 덕분에 영화의 품은 크게 넓어진다. 이는 누군가를 탓하는 대신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의 시선과 맞물려 그 운신을 함께 넓힌다. 덕분에 '82년생 김지영'은 남녀가 따로 없는 공감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었다.

단순히 '블리'라는 별명만이 같으랴. 공효진과 정유미 모두 '공블리' '윰블리'로 불리기 이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연기력으로 정평난 '좋은 배우'들이었다.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숨결을 불어넣는 공효진, 캐릭터마다 투명하게 녹아드는 정유미. 두 여배우의 흥미로운 반란 덕에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를 들여다보는 행복이 더해진 가을의 극장가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공효진(사진 왼쪽)과 정유미. 제공|매니지먼트숲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