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돋보기] '내가 3위라니' 왕좌 탈환 노리는 쿠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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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궐련을 가리키는 시가, 그리고 야구.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야구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전폭적인 지원과 애정 아래 쿠바의 국기(國技)로 자리 잡았다. 대륙간컵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야구 월드컵)에서 우승을 독식하며 오래전부터 아마추어 야구 최강팀으로 군림했고 올림픽 야구에서 세 개의 금메달, 두 개의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쿠바 야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1990년대부터 리반 에르난데스, 올랜도 에르난데스, 호세 콘트라레스 등 대표팀 간판 투수들이 미국으로 망명해 메이저리그 데뷔하며 위력이 떨어졌다. 급기야 2009년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두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창피를 맛봤다.
2009년 7월에도 대표팀 에이스이자 왼손 광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이 망명하는 등 전력 누수 현상이 심하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 대회에서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쿠바 야구의 화력이 예전만 못하다. 침체 일로를 걷던 쿠바 야구. 그러나 지난 7월 미국과 재수교로 쿠바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게 되면서 쿠바 야구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어12는 문호 개방과 함께 쿠바 대표팀이 사실상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로 볼 수 있다. 최근 4년 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주최하거나 공인한 대회 합산 성적으로 662.98점을 얻으며 1위 일본(785.18점), 2위 미국(766.02점)에 이어 3위에 오른 쿠바는 프리미어12 우승으로 쿠바 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할 참이다. 선수들에게도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일본이나 KBO 리그 등 프로페셔널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A조(대만, 네덜란드,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이탈리아)에 속한 쿠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수진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계 대회에서 고역을 치렀다. 2013년 WBC 도쿄돔 2라운드에서 '천적' 네덜란드에 6-7로 지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빅터 메사 감독은 그때 이렇게 밝혔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국기를 야구로 삼아 야구 유망주를 발굴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쿠바 투수 유망주는 그리 많지 않다. 대회를 치르며 탄탄한 학원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야구 환경이 부러웠다. 우리도 그렇게 학원 야구를 활성화하며 많은 투수 유망주를 배출하고 그와 함께 대표팀의 투수층도 두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전 메사 감독의 이야기처럼 쿠바는 화력 증강과 투수력 보강에 성공했을까.

일단 선수단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 프레드리히 세페다(요미우리)는 불참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유격수 병살타로 본의 아니게 한국의 9전승 금메달에 공헌한 율리에스키 구리엘(31)이 이름을 올렸다. 2, 3루 수비가 가능한 중심 타자 구리엘은 지난해 일본 센트럴리그 요코하마 DeNA 유니폼을 입고 62경기 타율 0.305 11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올 시즌 팀 합류를 거부해 지난 4월 계약이 해지됐다.
4번 타자는 이대은(지바 롯데)의 동료인 알프레도 데스파이네(29)가 유력하다. 분위기 메이커이자 쿠바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로서 파괴력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45경기 타율 0.311 12홈런 33타점을 기록한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103경기 타율 0.258 18홈런 62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7월 쿠바 대표팀이 3위를 기록한 토론토 팬아메리칸 게임에서 데스파이네는 8경기 타율 0.176 3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정확성은 떨어졌으나 일발 장타력은 무시 못할 타자가 바로 데스파이네다. 그리고 만 38세 베테랑 알렉산더 마제타가 구리엘-데스파이네와 함께 클린업트리오로 뛸 전망이다. 베테랑과 함께 구리엘 3형제 가운데 막내인 루데스 Y. 구리엘(22), 젊고 발 빠른 왼손 외야수 후안 파블로 마르티네스(19)는 쿠바 야구의 미래로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 쪽도 베테랑이 포진한 가운데 젊은 선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메사 감독이 가장 약점으로 꼽았던 투수진의 젊은 피 보강이다. 2013년 3월 WBC 직후 만 26세 젊은 투수 야디에르 페드로소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빠른 공을 던졌고 그만큼 쿠바 야구계의 기대가 컸던 투수의 횡액이다. 쿠바 대표팀은 이 악재를 딛고 젊은 투수를 발굴해 신구 조화를 꾀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노베르토 곤살레스(37)는 물론 요앨키스 크루즈(36), 대니 베탄코트(35) 등은 투수진의 무게를 더했다. 그와 함께 올 시즌 요미우리에서 1군 2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헥터 멘도자(21)를 비롯해 왼손 투수 리반 모이네로(21), 오른손 유니엘 카노(21) 등 젊은 선수들이 가세했다. 최근 몇 년 간 공격력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반면 투수력의 힘이 모자랐던 쿠바인 만큼 젊은 투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성적의 관건이다.
[영상] 쿠바 대표 타자들 ⓒ 영상편집 김용국.
[인포그래픽] 4번 타자 데스파이네-'베이징 그 남자' 구리엘 ⓒ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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