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인터뷰] 돌아온 '배트맨' 김상진 "날 기억해주시는 팬들 있다면 고마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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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나이에 OB 베어스를 떠난 뒤 50대의 나이에 두산 베어스에 돌아왔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고도 남는 22년의 세월. 시간은 벌써 그렇게 흘렀다. 두산 코치로 계약한 그는 15일 시무식에서 공식적으로 인사를 할 예정이다.
김상진. 팬들에겐 '1990년대 OB 베어스 에이스',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마산동중 2학년 때 뒤늦게 야구를 시작한 그는 1989년 청강고 졸업 후 오갈 데가 없자 OB 베어스에 배팅볼 투수로 들어갔다. 거기서 싱싱한 어깨를 인정 받아 1990년 정식 지명을 받고 OB 선수로 계약하게 됐고, 1991년 꼴찌팀 OB에서 10승을 올리며 단숨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1992년과 1993년 11승, 1994년 14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1995년엔 절정의 기량을 발휘했다. 배트맨 안경을 쓴 에이스는 3연속경기 완봉승(역대 최다 타이)에 8차례 완봉승(선동열과 한 시즌 최다 타이)을 올리는 등 17승7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승을 거둔 잠실 라이벌 LG 이상훈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때면 잠실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상진은 그해 OB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3승3패로 맞선 한국시리즈 7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3안타 2실점(1자책점)의 역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7회초 롯데 선두타자 공필성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면서 권명철로 교체됐는데, 이번에 공필성 전 롯데 감독대행도 함께 두산에 오게 됐다는 점. 당시 권명철이 마지막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4-2 승리를 이끌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7차전에서 김상진-권명철과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바로 김태형(현 두산 감독)이었다.
김상진은 1998년 12월 30일 6억5000만원에 삼성으로 현금 트레이드되면서 베어스와 작별했다. 공교롭게도 OB 베어스는 김상진이 떠난 뒤 1999년부터 두산 베어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래서 김상진 코치가 두산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2002년 SK로 트레이드된 뒤 2003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 122승100패, 1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54의 성적을 남겼다. 2004년 해설위원을 거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SK와 삼성에서 코치생활을 하다 이번에 두산으로 복귀했다.
다음은 22년 만에 베어스로 돌아온 추억의 에이스 김상진 코치와 일문일답.
- 22년 만에 베어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프로야구 몸담은 지 30년째고, 베어스를 떠난 지 22년 만에 이렇게 돌아왔다. 세월이 참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다. 감회가 새롭다."
- 아무래도 두산이라 감회가 더 남다를 것 같은데.
"프로야구 선수를 처음 시작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팀이 OB 베어스였다. 두산 베어스로 이름이 바뀐 1999년에 삼성으로 갔기 때문에 나로서는 OB가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는 건 사실 처음이다. 어쨌든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김태형 감독님과 김태룡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 두산과 계약하는 순간 기분이 어땠는가.
"며칠 전 구단 사무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는데 반갑고 설레고…, 만감이 교차했다. 22년 전 이곳을 떠날 때 구단에 계셨던 프런트 몇 분도 계셔서 반가웠지만 이제 얼굴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다."
- 1995년 우승할 때 김태형 감독과 배터리를 이뤘는데.
"1995년 한국시리즈 생각난다. 당시 7차전에 내가 선발로 나가고 뒤에 권명철 투수가 마무리하면서 우승했다. 그때 포수가 지금 김태형 감독님이셨다."
- 김상진 코치의 복귀를 기다린 두산 팬들도 많을 것 같다.
"지금 20대 팬들이라면 나를 잘 모를 것이고, 올드팬들이라면 기억하시지 않겠나. 팀을 떠났던 사람인데 아직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팬들이 있으면 감사할 뿐이다."
- OB 시절 별명이 배트맨이었는데.
"지금은 고글도 잘 나오고, 눈이 나빠도 쓸 수 있는 안경 스타일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안경이 많지 않았다. 시력이 좋지 않아 고굴절 렌즈를 착용해야했는데 안경이 넓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배트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이다. 이제 배트맨 안경을 쓰지 않고 있다(웃음)."
- 밖에서 보던 두산과 안에서 보는 두산은 다를 것이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베어스 선수로서 1995년 우승을 한 번 해봤지만, 이제 두산 베어스는 매년 우승을 노릴 수 있을 만큼 전력이 강하고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화수분 야구라고 할 만큼 유망주를 육성하는 스킬 등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SK나 삼성에서도 육성 시스템을 보고 배웠지만, 두산의 시스템은 또 다를 것이다. 내가 그 시스템에 잘 녹아드는 게 우선이다.
- 15일 시무식에서 처음 두산 점퍼를 입으면 복귀를 실감하지 않겠나.
"그동안 속으로 '한번은 친정팀에 가지 않겠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22년이 걸렸다. 아무래도 두산 점퍼나 유니폼을 입으면 더 실감이 날 것 같다. 삼성에서 나온 뒤 김태형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아직 정확한 보직에 대해서는 통보 받지 못했는데 이천(퓨처스구장)에 있을 것 같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내가 가진 노하우를 쏟아 부을 생각이다. 또 나도 두산만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 어렵게 돌아온 만큼 최선을 다해 베어스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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