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르디올라 감독과 지단 감독(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사실 레알마드리드와 맨체스터시티의 싸움이다. 과르디올라와 지단의 맞대결이 아니다." - 지네딘 지단 감독(레알마드리드)

레알마드리드와 맨체스터시티는 27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른다.

지단 감독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두 팀의 사령탑은 지단 감독과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지단은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빅이어를 3시즌 연속으로 들어 올린 인물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FC바르셀로나에서 2008-09시즌 트레블(챔피언스리그, 라리가, 코파 델 레이)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타이틀만 28개를 따낸 '우승 청부사'다. 하지만 이것은 두 팀의 맞대결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레알과 맨시티는 이름만 들어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선수들이 즐비하다. 개인 능력만으로도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레알의 자존심, 그리고 공격적인 투자로 기존의 명문 클럽의 구도를 흔들려는 맨시티의 동기부여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한판이다.

예측이 쉽지 않은 두 팀의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까. 두 팀의 선수 구성과 최근 흐름, 감독들의 전술적 지향점과 성향까지 고려해 미리보기 한다.


◆ 부진한 측면, 중원의 힘으로 버티는 레알마드리드

레알은 12월이 지나면서 경기력이 단단하다. 25라운드까지 단 2패만 기록해 라리가에서 가장 적은 패배를 기록하고 있고, 그 바탕엔 역시 짠물 수비가 있다. 17실점만 기록해 라리가에서 가장 수비가 강한 팀인데 그 힘은 강력한 중원에서 나온다.

잘 알려진 루카 모드리치, 크로스, 카세미루 미드필더 조합에 페데리코 발베르데라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면서 더 단단해졌다. 발베르데는 활동량과 적극성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다. 발베르데를 중심으로 레알은 전방 압박을 시도하며 상대의 공격 전개부터 눌러나가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반면 측면 공격수들은 부진하다. 에덴 아자르, 마르코 아센시오가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전한 데다가, 비니시우스와 로드리고의 경우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기량 측면에서 정상급이라고 하기엔 이르다. 가레스 베일 역시 폭발력이 떨어지면서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보단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지단 감독은 중원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수페르코파, 그리고 라리가에서 아틀레티코를 상대하며 보여줬던 중앙 미드필더 5명을 배치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중원 구성을 카세미루, 크로스, 모드리치, 이스코, 발베르데로 꾸리면서 전형적인 윙어 없이 경기를 하는 것이다. 미드필더 5명은 자유롭게 중앙과 측면을 오간다. 동료들의 움직임에 맞춰 공간으로 이동하고, 또 뒤에 생기는 공백을 메운다.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쏠린 측면은 풀백들의 전진으로 메운다. 아무래도 공격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측면 공격수보다 미드필더들이 측면에 배치될 때 더 견고한 경기력을 낼 수 있었다.

▲ 중원의 핵심이 된 발베르데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라도 미드필더 성향 선수를 여럿 배치하는 변칙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기가 뛰어나고 많이 뛰는 이스코가 그 핵심이다. 이스코를 프리롤로 출전시키면서 휘저을 수 있도록 하고 뒤는 나머지 미드필더가 채운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10라운드 '엘클라시코'에서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도 보여준 전략이다. 발베르데가 중원과 오른쪽 측면을 넓게 커버하고, 베일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펼치는 것과 함게 측면 수비를 도와 이스코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지단 감독은 큰 변화를 시도하진 않지만, 적절한 맞춤 대응을 하는 스타일이다. 맨시티전에도 아자르가 또 부상으로 이탈해 측면에서 힘을 발휘해 줄 선수가 부족하다. 맨시티를 상대하려면 빌드업부터 괴롭히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고, 레알이 미드필더의 힘을 극대화해 압박 싸움을 거는 데도 능하다는 점에서 접점이 있다. 확실한 윙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에서 이스코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고 발베르데의 활동량을 극대화하는 전술이 예상된다.

레알은 이번 시즌 맞불을 놓은 팀들 PSG와 조별 리그 5차전이나, 라리가에서 세비야, 레알소시에다드 같은 팀들을 맞아선 좋은 결과를 냈다. 엘 클라시코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공간이 있을 때 더 좋은 경기를 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알이 부상 이탈자가 많고 최근 2경기에서 1무 1패로 승리가 없지만 맨시티전에서 승리를 예상할 이유는 충분하다.

◆ 맨시티는 완성된 팀, 공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까

맨체스터시티는 이미 완성된 팀이다. 벌써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4년을 보내면서 선수 구성, 전술 등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세밀한 공격 전개,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 침투, 그리고 전방 압박으로 그 특징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3가지 요소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핵심 요소는 점유율이다. 맨시티는 점유율을 수비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로 본다. 공을 최대한 소유할 수 있다면 상대의 공격 기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세밀하고 정확하게 패스 플레이를 하고, 확률이 높은 방식으로 공격하고, 공을 빼앗겼을 때는 최대한 빠르게 압박해서 공을 되찾아오려고 한다.

맨시티는 최대한 정교하게 공격을 전개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위치는 '하프스페이스'입니다. 하프스페이스는 기존의 윙어들이 활약하기 좋아하는 사이드라인 그리고 스트라이커가 머무는 중앙의 중간 지대, 즉 '반쪽짜리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공간이 중요해진 이유는 촘촘한 수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등이 주로 활약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으면 문전을 향한 크로스, 뒤로 꺾어주는 패스도 가능하고, 때론 자신이 직접 마무리까지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전술적 가치가 높다.

▲ 공격의 핵심 더 브라위너

이외에 중요한 공격 방식은 드리블러들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맨시티의 전체적인 색과 달리 리야드 마레즈, 라힘 스털링처럼 1대1에 강한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1대1에서 강하다는 것은 가장 쉽게 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레즈 혹은 스털링이 한 명의 수비수를 제치면, 연쇄적으로 수비 조직을 흔들면서 들어갈 수 있다.

완성된 팀인 만큼 대응책도 어느 정도 나온 상황이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적극적인 압박 싸움을 걸어서 맨시티의 전진을 억제하는 것이다. 빌드업부터 압박을 가해 전진하는 패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다. 체력이 강한 팀들이 주로 시도하는데, 리버풀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하프스페이스를 통제하려는 팀도 있다. 스리백을 세우거나 중앙 미드필더들이 1대1로 마크하면서 침투할 공간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최근 맨시티의 고민은 뒷문에 있다. 이번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22경기나 센터백으로 활약하면서 사실상 주전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전문 포지션이 아닌 만큼 때로 지나친 전진 수비나 도전으로 위기를 자초할 때가 있다. 아이메릭 라포르트는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제 컨디션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오타멘디와 스톤스 두 수비수는 사실상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후보로 분류된 선수들입니다. 뒷문 불안은 맨시티가 공격에 온전히 힘을 싣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맨시티는 자신들의 축구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팀을 만날 경우 4-2-3-1을 자주 활용하며 신중하게 경기를 펼친다. 더구나 수비진 역시 고민이라 중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의 전진은 억제하고 케빈 더 브라위너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 4-2-3-1 포메이션을 예상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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