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왕조가 숨겨놓은 유산…KBO리그 수놓는 ‘해태 주니어’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해태에는 우승 트로피만큼이나 쟁쟁한 슈퍼스타들이 많았다. ‘우승 청부사’ 김응룡 감독을 필두로 선동열과 이종범, 김봉연, 김성한, 이순철, 장채근, 조계현, 이강철, 임창용 등이 왕조를 수놓았다. 또, 가을만 되면 유독 강해졌던 김정수와 박철우, 신동수, 송유석 등은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왕조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해태도 세상의 모든 이치처럼 영원한 제국일 순 없었다.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로 모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존폐 위기를 맞았다. 왕조를 지탱했던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로 내보내며 명맥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결국 2001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퇴장한 해태 왕조는 그러나 KBO리그 곳곳으로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겼다. 전설 속의 선수들은 이제 지도자와 행정가 등으로 변신해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는 후신인 KIA 타이거즈 선수들에게도 전수돼 2009년과 2017년 우승을 낳았다.
해태 왕조의 유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 세대의 DNA를 물려받은 해태 주니어들이 이제 어엿한 주축으로 성장해 KBO리그를 수놓고 있다.

야구인 2세로 먼저 이름을 알린 둘은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앞세워 키움은 물론 국가대표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박세혁 역시 마찬가지. 그간 양의지라는 그늘 아래서 가려져 있던 박세혁은 지난해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한 뒤 통합우승을 이끌면서 야구인 2세 열풍을 선도했다.
그리고 최근 KBO리그에선 또 하나의 해태 주니어가 뒤늦은 등장을 알렸다. 주인공은 ‘이순철 아들’ 이성곤(28·삼성 라이온즈). 2014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던 이성곤은 26~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사실상 ‘이성곤 시리즈’로 불려도 될 만큼의 활약이었다.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이성곤은 동료 내야수 박계범이 26일 1차전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1루수로 급히 투입됐다. 그리고 0-0으로 맞선 6회초 롯데 댄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터뜨리면서 이성곤 시리즈의 서막을 알렸다.
활약은 주말 내내 계속됐다. 이성곤은 5번 1루수로 선발출전한 27일 경기에서 2회초 다시 한 번 솔로홈런을 때려내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이어 안타와 2루타도 추가해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4번 1루수로 나온 28일 경기에선 1회초 1타점 우전안타를 기록하고 주전 입지를 굳혔다.
1~3차전 내리 선제 타점을 올린 이성곤을 먼발치에서 묵묵히 지켜본 이는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었다. 이 위원은 28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들이 7년간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뜻깊은 홈런을 기록해서 기쁘다. 이 감각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오래 유지하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성곤은 이번 3연전 활약을 통해 자신 역시 해태 왕조의 자랑스러운 유산임을 증명해냈다. 이정후와 박세혁 그리고 이성곤은 나이는 물론 소속팀과 포지션도 모두 다르지만, 이제 해태 주니어라는 교집합 안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게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20년이 되어 가는 해태 왕조. 영광의 잔상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해태 왕조의 숨결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머물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말이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관련 추천 기사
야구 관련 기사
-
보스 첫 승? 같은 날 후라도 두 번째 2군 등판은 어땠나…30일 KT전 복귀 가능할까
2026-08-20
-
이의리 공식 마무리 낙점 발표, 이 선수에 달렸다? ‘KIA 좌승사자’ 천군만마 온다
2026-08-20
-
문현빈을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그 단어… 너무 잔인한 계절, 트라우마 떨쳐낼까
2026-08-20
-
롯데 160km 파이어볼러, 엔트리 확대되면 볼 수 있을까? 다만 확실한 조건이 달렸다 "잘 해야지"
2026-08-20
-
미국도 “김도영 지켜보는 것만으로 기쁨” 극찬… 쳤다 하면 MLB급 홈런, 비결은 무엇인가
2026-08-20
-
충격의 1이닝 13실점→끝내기 폭투…유망주 육성, 성적 다 포기했나? 도대체 키움의 목표는 뭘까
2026-08-20
추천 콘텐츠
-
‘충격 오피셜’ 세계랭킹 13위 ‘코카인 마약 양성 반응’…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 “큰 실수, 전적으로 내 책임” 테니스계 발칵
2026-08-20
-
"2000만 달러 가장 잘못 쓴 사례" 145년 전 선수와 비교라니, 김하성 기록 어떻길래…그래도 희망 있다, 가을야구에서 뒤집는다면+경쟁자도 부진
2026-08-20
-
[오피셜] '대충격' 현역 선수가 마약 적발이라니, '윔블던 준우승 스타' 코카인 양성 반응…"엄청난 실수, 모든 책임 지겠다" 선수 생활 최대 위기
2026-08-20
-
[SPO 현장] 조성환 감독 “스탠드에서 바라본 선수들, 오늘 경기보고 많이 느꼈으면”…A팀에 쓴소리 작심발언 쓴소리일까
2026-08-19
-
[SPO 현장] 코리아컵 8강 진출하고 팬들께 “죄송하다…” 이영민 감독이 고개 숙인 이유는?
2026-08-19
-
'걸그룹 비주얼' 더 빛난다…日 배드민턴 천년돌, 2주 연속 우승하더니 세계선수권까지 → 첫판부터 32분 만에 완승
2026-08-19
많이 본 기사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문동주 걱정에 울었던 왕옌청, 10승 후 또 MOON 떠올렸다…참 멋진 두 남자의 우정
2026-08-05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