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선발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두산 김민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3일 휴식 후 등판이라, 100개까지는 어렵지 않을까요”

김태형 두산 감독은 22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로 나선 우완 김민규(21)의 기대치를 높게 잡지는 않았다. 김민규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은 선수였지만, 8월 18일 롯데전에 불펜에서 등판해 휴식 기간이 짧았다. 김 감독은 “일단 60구 정도를 던진 뒤 그 다음 상태를 체크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60구까지만 잘 던지면 일단 성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런 김민규는 이날 김태형 감독을 다른 측면에서 고민에 빠뜨렸을 법하다. 3회까지 투구 수가 60개 정도였지만, 4회 팀이 3점을 내며 3-0으로 앞서 나가자 4회에도 투입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고 3-0의 스코어가 유지되자 이제는 승리투수 요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민규는 씩씩하게 던지며 기어이 5이닝을 정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생한 보람은 확실했다. 개인 성적표에 ‘첫 승’을 새겨 넣었다.

대체 선발로 22일 인천 SK전에 등판한 김민규는 이날 5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5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했다. 가장 긴장이 됐을 법한 1회 고비를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2사 후 홈런 타자들인 최정 한동민 로맥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최항을 3루 땅볼로 정리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여기서부터 김민규의 몸도 풀리기 시작했다.

간혹 스트라이크와 볼의 편차가 있었고, 어렵게 승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구종의 한계 탓에 볼넷을 주기도 했으나 매력 있는 투구였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최고 146㎞의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제구력까지 겸비한 130㎞대 초반의 슬라이더가 짝을 이뤄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나갔다.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서기에 부족함이 있는 구위도 아니었다.

1피안타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이는 중견수 정수빈의 실책이었다. 3회 최정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떴는데, 뒤에서 기다리던 정수빈이 낙구 지점을 놓쳐 중견수 앞에 떨어진 2루타였다. 볼넷이 제법 많았다는 것은 앞으로 고쳐야 할 과제겠지만, 적어도 이날 김민규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음을 부정할 이는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민규가 너무 잘 던져줬다. 김민규의 첫 승을 축하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민규는 사실 전날(21일) 경기가 끝난 뒤 갑작스레 선발 등판을 통보받았다. 김민규도 "듣는 순간에는 당황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기회다 생각했다. 자기 전에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긴장도 많이 됐지만 아드레날린이 나온 것 같다. 힘든 걸 모르고 던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온몸이 아프다"고 웃었다. 그만큼 이날 경기에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다 쏟아부은 셈이다.

1회가 끝난 뒤 김태형 감독이 불러 "후회 없는 공을 던져라"고 조언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한 김민규는 "오늘은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몰리는 공도 있었다. 볼넷을 가장 싫어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수비가 강한 팀이다. 수비를 믿고 던졌다. 꿈이 현실이 된 셈이다. 아직 첫 승이 얼떨결하고, 뭔가 더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맡은 보직에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는 선발로 던져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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