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SK는 이제 2021년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88승을 거둔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88패를 기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즌이다. KBO리그 역사상 1년 사이에 이런 부침을 겪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 굴욕적인 일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산술적인 ‘숫자’만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SK는 27일까지 93경기에서 32승60패1무(.348)를 기록했다. 워낙 압도적인 최하위인 한화(.286)가 있어서 그렇지, 예년 같았으면 최하위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을 보수적으로 ‘5할’로만 잡아도, SK는 남은 51경기에서 40승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기적이 필요한데, 올 시즌 준비가 기적을 바랄만큼 정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SK는 창단 초창기인 2001년과 2002년을 제외하면 매년 포스트시즌에는 가까웠던 팀이다. 포스트시즌에 나가지는 못해도 마지막까지 싸워볼 수 있는 위치에 항상 있었다. 2007년 이후는 특히 그렇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은 물론, 설사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시즌 막판까지 당해 마지막 가을 주자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곤 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게 바로 출구 전략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내년 계획을 짜는 일이다. 2021년이 밝으면 또 10개 구단 팀들이 모두 ‘0’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어쩌면 포스트시즌을 포기한 SK는 다른 팀들에 비해 내년을 생각할 시간이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3년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지만,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출구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한 달 전에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즌을 섣불리 포기할 시기는 아니었다.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고, 가진 자원으로 이기기 위해 갖은 수를 짜내는 것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내년을 바라보고 대비하며 또 실험할 시간이 찾아왔다. 확대 엔트리 시행으로 선수단 운영폭이 넓어졌고, 군에서 선수들이 제대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쓸 전력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냥 젊은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도배하자는 건 아니다. 현재 주축 선수들 중에서도 ‘내년에 쓸 전력’들은 상당 부분 존재한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고, 타선에서도 올해 다소 부진하다 하더라도 내년에 필요한 선수들이 더러 있다.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건 프런트의 전략이다. 내년에 어떤 선수를 쓸 것인가를 비교적 명확하게 결정해줄 필요가 있다. 어떤 선수가 주축이 될 것인지, 군에 보낼 선수들은 누구인지, 부상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기회를 줄 젊은 선수들은 누구인지, 혹은 FA 영입이 필요하다면 누구를 노려야할지 등을 정리해야 현장도 착오가 없다.

프런트와 현장이 머리를 맞대 그런 ‘2021년 플랜’을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에도 그런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출구 전략으로 읽힐 수 있는 두 가지 그림을 넌지시 밝혔다. 우선 불펜투수의 보호다. 선발과 야수에 비해 불펜은 올해의 피로도와 내년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박 감독대행도 내년을 바라본 피로도 관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팀의 핵심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그 플랜이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내년에 어떤 야구를 펼칠 것인지 결정하는 등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야 한다. SK는 상대적으로 규격이 작은 홈구장을 가지고 있고, 세밀한 작전보다는 방망이의 야구를 펼쳤을 때 더 좋은 성과가 있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증명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칭스태프 모두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팀 타선과 팀 환경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팀 성적에 연연할 때는 아닌 만큼 전술도 새로 짜야 한다. 시행착오의 데이터는 충분히 쌓여 있을 터다.

그런 야구를 내년에도 계속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경기 플랜을 내년에 맞춰 진행할 필요가 있다. SK는 올 시즌 결론적으로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작이 잘못됐다면, 마지막이라도 현명하게 움직여야 이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명한 전략, 그리고 그에 맞는 철저한 관리와 대비가 필요할 때다. 2021년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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