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초반 연이은 번트 작전에서 결과물을 얻지 못한 SK는 결국 경기를 그르쳤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희생번트는 대개 주자의 진루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바꾼다. 주자가 득점권에 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웃카운트가 하나 올라간다는 것은 그 이후 공격에서 제약이 된다. 양날의 검이다. 

실제 상황별 기대득점을 보면 번트의 효과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KBO와 메이저리그가 조금 다르고, KBO도 투고 혹은 타고 양상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나 무사 1루에서 강공을 선택하는 것과 번트를 대는 것은 기대 득점에서 생각보다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1점 내기는 쉬울 수 있으나 그 이상으로 가는 게 쉽지 않아서다.

무사 1,2루 상황도 마찬가지다. 번트를 대 1사 2,3루를 만들면 기대 득점은 대개 1.5~1.6점 정도다. 그러나 무사 1,2루에서의 기대 득점도 이와 비슷하다. SK가 작전 야구로 승승장구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타고에 가까운 요즘은 희생번트의 가치가 더 떨어진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1점이 아주 중요한 경기 막판이거나, 상대 투수에게 지독하게 약한 선수가 타석에 나섰거나, 다음 타자가 상대 투수에 엄청나게 강하다든지 상황에서는 번트가 상대를 압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량 득점을 위해서라면 그냥 강공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1점의 가치가 막판보다 크지 않은 경기 초반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SK의 선택은 요즘 계속 반대다.

SK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막판 타선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8-11로 졌다. 5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 리카르도 핀토가 6회 무너진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경기 초반 상황에서 양현종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만했다.

SK는 2회 선두 정의윤의 우중간 안타, 로맥의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타석에 나선 선수는 김강민. 김강민은 양현종을 상대로 SK에서 가장 강한 선수 중 하나다. 2007년 이후 양현종과 무려 105타수를 겨뤘는데 타율은 0.324, 34안타를 쳤다. 27일에도 홈런포를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SK 벤치의 선택은 희생번트였다.

김강민과 반대로 그 뒤를 잇는 이흥련 최항은 데이터상으로 김강민만큼 강하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결국 1사 2,3루에서 이흥련 최항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병살타에 대한 부담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들여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0-0으로 맞선 3회 선두타자 김성현이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최지훈 타석에서 SK의 선택은 다시 번트였다. 양현종의 송구 실책으로 김성현이 홈을 밟았지만, 정상적으로 1사 3루가 됐다고 하면 이 이닝 또한 무득점일 수 있었다. 양현종의 실책으로 최지훈이 2루까지 가자 SK 벤치의 선택에서는 다시 번트 사인이 나왔다.

경기 중반이라고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작전이다. 상대는 에이스 양현종이었고, 1점이 급한 상황에서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은 상대 투수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책이나 실투를 유도할 수도 있다. 댈 때는 분명히 대야 한다. 그러나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양현종으로서는 “1~2점 줘도 괜찮다. 대량 실점만 하지 말자”고 생각할 법한 2·3회였다. 

설사 양현종을 상대로 짜내 득점을 한다고 해도, SK 마운드 전력을 생각하면 2~3점 가지고는 이길 것이라 예상하기 힘든 경기였다. SK는 어떻게든 양현종을 먼저 무너뜨리고 상대의 소극적인 불펜 운영을 강요하는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번트에 의존한 결과는 결국 패배였다. 

또한 SK는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지만 최근 10경기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가장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팀이었고, 홈런도 가장 많았다. 전날도 타격 집중력을 선보이며 두 자릿수 득점을 뽑은 터였다. 스스로를 번트의 틀에 가둬두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짐을 스스로 인정하는 SK는 화끈한 장타로 승부를 봐야 할 구성원과 주위 환경을 갖추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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