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나선 두산 베어스 이영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영하 같은 우완 선발이 지금 우리나라에 없으니까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이영하(23)가 잠시 쉬어갈 시간을 줬다. 이영하는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본인이 김원형 투수 코치와 면담에서 요청했고,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선수의 목소리를 들어줬다. 

김 감독은 일찍이 이영하를 두산의 미래 에이스로 점찍었다. 두산은 물론 한국 야구를 위해서도 이영하를 선발투수로 키워야 한다고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이영하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29경기에서 17승4패, 163⅓이닝,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조쉬 린드블럼과 사실상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와 커터가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달랐다. 선발로 19경기에 나서는 동안 3승8패, 106이닝, 평균자책점 5.52에 그쳤다.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퀄리티스타트가 7차례에 불과했다. 이영하는 계속해서 결과가 나지 않자 보직이라도 바꿔 분위기 전환을 하고 싶었다. 마무리 투수는 이영하가 입단했을 때부터 꿈꾼 자리기도 하다.

김 감독은 "선발과 마무리는 볼 배합이 다르다. 아무래도 마무리는 힘으로 붙을 수 있고, 1이닝만 전력으로 베스트로 던지면 된다. 마무리도 심리적 압박이 어마어마한데, 생각할 시간은 짧다. 1이닝만 전력으로 던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 같은데, 해보면 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선발로서 긴 이닝이 잘 안 풀리니까. 잘 나가다가도 한 이닝에 점수를 주고 그런 게 힘들었던 것 같다. 마무리는 힘으로 붙으면서 단순하게 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령탑으로서 일탈을 허락해줬지만, 이영하는 선발투수로 커리어를 이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선발투수가 잘 돌아갔을 때, 선발 4명을 돌리면서 (이)영하가 마무리를 하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이영하 같은 선발이 없다. 이영하 같은 우완 선발이 지금 우리나라에 없다. 그런 점으로는 선발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영하가 빠진 자리를 대신할 좌완 함덕주는 2군에서 투구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2군에서 라이브 피칭을 진행해 20구씩 3세트, 모두 60구를 던졌다. 함덕주는 이르면 오는 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함덕주는 당장 선발투수처럼 이닝보다는 투구 수가 중요하다. 100개 이상은 무리다. 80개 정도로 가야 할 것 같다. (함)덕주 뒤에 (김)민규를 붙여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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