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키를 쥐고 있는 민병헌(왼쪽)과 안치홍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못 치고 싶은 선수가 어디있겠습니까”

허문회 롯데 감독은 비로 취소된 2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최근 답답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안치홍(30)을 감싸 안았다. 안치홍은 올 시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1일 수원 kt전에서는 삼중살까지 당하며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만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냥 평범하게 병살을 쳤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가뜩이나 안 되는 선수가 그렇게 넘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안치홍의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허 감독은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단언했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안치홍이 지금 경력을 어떻게 세웠겠냐는 것이다. 허 감독은 “실력이 없는 선수가 아니고, 지금까지도 잘해왔던 선수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이는 선수 이름만 바꾸면 민병헌에게도 동시에 통용이 되는 이야기다. 

안치홍과 민병헌은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선수다. 두 선수 모두 각 포지션에서 리그 최정상급 선수였고 국가대표도 경험했다. 나란히 통산 타율이 3할 언저리에 이른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또한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성공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올해만 놓고 보면 리그 평균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안치홍은 87경기에서 타율 0.270, OPS(출루율+장타율) 0.710에 머물고 있다. 실책도 10개나 된다. 2루수로서는 많은 수치다. 민병헌의 타격 성적은 더 심하다. 79경기에서 타율은 0.230, OPS는 0.582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비에서 공헌도가 있기는 하지만 끝없는 슬럼프다. 

롯데가 시즌 구상에서 이른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 하더라도, 아마 두 선수의 이 정도 동반부진을 상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두 선수가 반등해야 롯데 타선도 짜임새를 더할 수 있다. 그것이 언제냐의 문제인데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 롯데는 이제 52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시즌 막바지로 접어든다. 반대로 지금부터라도 살아나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다면 누적 성적이 어떻든 해피엔딩이 된다. 

허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두 선수 모두 짧게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모두 1군을 지켰다. 허 감독은 안치홍에 대해 “평상시 때는 아무렇지 않아도 시합 때는 머리가 복잡한 거 같아 비워주려고 한다”고 했다. 심리적인 부분부터 배려를 해주겠다는 계산이다. 허 감독의 믿음과 기다림이 궁극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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