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이후 14년 만의 고졸 루키 선발 10승에 도전하는 kt 소형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투구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소형준(19·kt)은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K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경기 후 이날 컨디션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형준은 “오늘 볼넷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투구 내용에 대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바깥쪽 공을 던지는 데 있어서 릴리스포인트가 한 두 개씩 빠져서 조금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 이날 투구 내용은 완벽하지 않았다. 볼넷을 4개 내줬고, 5이닝 동안 안타도 6개 맞았다. 변화구의 위력은 좋았지만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도 평소보다는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형준은 끝내 2실점으로 버텼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투구의 연속이다. “마운드와 일상 생활에서 모두 능구렁이”라는 이강철 kt 감독의 말이 절로 떠오른다. 

8월 16일 두산과 경기에서도 5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8월 23일 NC전 또한 5이닝 동안 8피안타 3볼넷을 기록했으나 역시 실점은 하나뿐이었다. 그만큼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신인 투수들은 주자가 나가면 더 큰 압박을 받고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심장도 경험을 통해 단련되기 마련인데, 소형준은 타고난 심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심장을 뒷받침하는 기량도 있다.

소형준이 3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 병살타를 유도한 덕이다. 실제 소형준은 주자가 있을 때 더 강해지는 투수다. 소형준은 3일까지 총 77번의 병살타 유도 가능 상황에서 16번을 성공시켰다. 비율은 20.8%인데, 이는 데이비드 뷰캐넌(삼성·21.1%)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게 제일 좋긴 하겠지만, 스스로 주자를 책임지며 강인한 인상을 심었다. 

고졸 루키 선발 10승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된 류현진(33·토론토)이 마지막이었다. 물론 지금의 류현진이나 2006년의 류현진은 소형준보다 더 파괴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소형준이 그 길을 묵묵하게 따라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소형준은 3일까지 9승을 기록했는데 이변이 없는 이상 두 자릿수 승수에는 무난히 오를 전망이다. 두 자릿수 승수 자체가 신인왕의 9부 능선 돌파를 의미한다. 

소형준은 8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는데 이 기록 또한 류현진과 당시 신인 최대어로 손꼽혔던 한기주의 이름을 소환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고졸 신인이 월간(25이닝 이상 기준) 평균자책점 2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이다. 류현진이 2006년 4월과 7월, 그리고 한기주가 2006년 9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14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을 소형준이 다시 일깨운 덕에 류현진 한기주의 뛰어난 2006년이 재조명된다고도 볼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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