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마운드의 든든한 대들보로 활약하고 있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젊은 선수들이 데스파이네에게 뭔가를 열심히 묻고 있더라. 그런 광경을 몇 번 봤다”

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투수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6년을 활약하며 109경기(선발 50경기)에 나갔다. 짧지만 지난해에도 MLB를 경험했다. 당연히 많은 선수들이 데스파이네가 그렇게 MLB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었던 비법을 궁금해 한다. 이강철 kt 감독도 국내 투수들이 데스파이네에게 많은 것을 묻고 있다고 증언한다. 

젊은 선수들은 “배울 것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소형준은 “특히 던지는 걸 보면 강약 조절을 너무 잘하는 것 같다”면서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항상 침착하고, 수비에서 실책이 나왔을 때 더 파이팅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부분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구종을 모두 수준급으로 던지는 선수이기에 흥미를 끄는 점도 없지 않다.

베테랑의 풍미는 잃지 않으면서도 또 유쾌한 기질이 있는 데스파이네 또한 국내 선수들의 질문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한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도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주위가 붐비는 밑바탕은 역시 성적이다. 성적이 신뢰와 권위를 만드는 구조다. 

올해 성적은 kt가 영입 당시 걸었던 기대치를 충족한다. 데스파이네는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K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 8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13승(6패)째를 거뒀다. 벌써 147⅔이닝을 소화해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데스파이네를 제외하면 140이닝은커녕, 13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도 리그에서 3명(스트레일리·알칸타라·브룩스)에 불과하다.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팀 공헌도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체력을 아껴줄 필요가 있는 국내 선수들의 추가 휴식일은 다 데스파이네의 헌신에서 나온다. 특히 올해는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가 속출하고 있는데 여기서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kt는 데스파이네의 활용도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패’를 쥐는 반면, 상대 팀은 로테이션 예상을 까다로워한다.

4일 SK전은 데스파이네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최고 151㎞의 공을 던지다가도, 120㎞대의 커브로 상대 타이밍을 완전히 뺏는다. 포심패스트볼도 구속 차이를 주고,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는 등 미묘한 변화로 쉽게 상대 타자들을 처리했다. 쉬엄쉬엄 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단번에 힘을 100%로 끌어올려 힘으로 SK를 제압했다. 소형준이 말한 완급조절 능력이다.

사실 kt도 데스파이네가 계속 4일 휴식 후 등판을 이어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100경기를 향해 가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7월 이후 데스파이네의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나쁘지 않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화려하지 않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이 전력으로 던지는 무대에서는 에이스 본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현실이 됐다. 자신의 목표인 '18승'을 달성하지 못한다 쳐도, 이제는 '성공'이라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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