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의 2020년 마무리를 노리는 이대은(왼쪽)과 하재훈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하재훈(30·SK)과 이대은(31·kt)은 해외 유턴파 출신으로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 팀 마무리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재훈은 깜짝 구원왕에 올랐고, 이대은은 마무리로 정착하며 희망을 남겼다.

그러나 두 선수는 올 시즌 팀 기여도가 미미하다. 부진 끝에 2군에 갔고, 결국 1군에 있는 시간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하재훈은 어깨 통증으로 시즌 아웃 위기고, 이대은도 허리 통증이 겹쳐 100일 넘게 2군에 있었다. 야구계에서는 두 선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을 맞이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야구가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2020년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21년 준비 시작 시점은 상당 부분 달라진다. 그래서 중요한 시기다. 이대은이 먼저 귀중한 기회를 얻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4일 “이대은이 내일(5일) 등록된다”고 예고했다. 2군에서 구위가 어느 정도 올라왔고, 선수 스스로도 자신감을 찾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대은으로서는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어렵사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2군에 내려갈 당시 이대은의 최고 구속은 140㎞대 중반이 채 안 됐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지다 보니 주무기인 포크볼의 낙폭과 구위 또한 덩달아 흔들렸다. 2군에 오래 있었던 것 또한 구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2군에서 최고 147㎞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145㎞ 정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한 상황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하재훈도 10월 복귀를 노린다.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4일 “아프면 당연히 쉬어야 한다”고 전제를 달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구위를 찾은 뒤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하재훈의 생각도 같다. 하재훈은 재활이 다 마무리되면 1군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염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올해 성적 때문이 아니다. 이것도 엄연한 내년 준비다. 염 감독은 “구위를 올려두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시즌을 준비를 하면 좋은데 아무 것도 없으면 내년을 불안하게 시작한다. 안 좋으면 뭐가 문제점인지 찾아서 훈련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해봐야 6개월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하라고 했다. 10월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준비도 안 된 선수를 올려서 자신감만 떨어뜨릴 이유는 없으니, 모든 절차의 진행 과정을 종합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좋은 불펜 자원은 어느 팀이나 많이 확보하면 좋고, 실제 성과를 거뒀던 선수들이라면 더 그렇다. 어차피 두 선수가 시즌 막판 아무리 활약한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망친 2020년 성적을 복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마지막을 건강하고 알차게 보낸다면 2021년 준비가 더 수월해진다. 자신의 구위가 돌아왔다는 자신감을 찾고 끝내는 게 가장 좋다. 시작은 꼬였지만, 마무리는 반드시 잘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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