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은 8월 이후 발군의 도루 저지율을 뽐내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SK는 올 시즌 포수들이 가장 바쁜 팀 중 하나였다. SK를 상대로 상대 팀은 무려 129번이나 도루를 시도했다. 이중 91번을 성공했다. SK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허용했다는 오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6월까지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상대의 빠른 주자들은 루상에만 나가면 발로 SK 배터리를 괴롭혔다. 나가면 뛰었고, SK의 도루 저지율은 처참했다. 6월까지 SK의 도루 저지율은 24.2%에 불과했다. 런앤히트 작전 실패 등의 상황을 생각하면 순수 도루 저지율은 이보다 더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반전이 찾아왔다. 7월 이후 SK의 도루 저지율은 35.2%, 7월 15일 이후로는 37.3%, 8월 1일 이후로는 무려 50%에 이른다. 점점 도루 저지율이 좋아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주자들도 예전처럼 마음 놓고 도루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8월 이후 SK는 28번의 도루 시도에서 14번을 잡아냈는데, 이전보다는 상대의 도루 시도가 조금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억제 효과다.

이재원은 8월 이후 9번의 도루 시도 중 무려 6번을 저지해 저지율이 66.7%에 이른다. 이흥련도 38.9%로 수준급이었다. 이 정도 수치면 적어도 도루 저지에 있어 나무랄 것은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포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한 것일까. 물론 SK 코칭스태프가 상대의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포수 출신이기도 한 박경완 감독대행 시절 이 부분에 대해 큰 신경을 썼다. 하지만 포수들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갑자기 어깨가 확 좋아진 건 당연히 아니다. 결국 도루 저지의 절반은 투수의 몫이라는 게 잘 드러난다. 박 수석코치가 배터리 파트와 투수 파트에 모두 지시를 내린 이유다.

아무리 강견이라도 투수가 스타트를 뺏기면 포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공이 미트에 들어올 때 “이미 살았다”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염경엽 SK 감독은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최근 포수들의 도루 저지가 좋아진 것에 대해 “투수들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슬라이드 스탭이 바뀌었다. 핀토도 이제는 1.3초 안에 들어온다. 다른 투수들도 캠프 때부터 했던 것인데, 이제 조금 되는 것이다. 1.3초, 견제는 1초 안에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승원의 경우 원래 슬라이드 스탭이 나쁘지 않은 선수였다. 다만 언더핸드의 숙명을 가지고 있는 박종훈, 그리고 핀토는 슬라이드 스탭이 느린 편에 속했다. 그러다보니 도루를 허용하는 일이 잦았다. 팀을 떠난 김광현이나 앙헬 산체스는 퀵모션이 나쁘지 않았던 편이라 팀 도루 허용이 도드라지게 많아진 측면도 있다. 박종훈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퀵모션이 좋아지면서 포수들도 승부를 걸어볼 만한 타이밍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빠른 주자가 있을 때는 견제와 피치아웃 등 다양한 방법도 동원한다. 공짜 진루를 막아내는 방법을 계속해서 터득해야 하는 건 내년을 생각해도 중요하다. “SK를 상대로는 신중하게 뛰어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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