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는 물론 향후 팀 로테이션의 숨통까지 열어주는 중요한 투구를 한 윌리엄 쿠에바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윌리엄 쿠에바스(30·kt)는 지난해 kt에 입단, 30경기에서 13승10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골인했다. kt는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두산)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쿠에바스를 품에 안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쿠에바스는 올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부상으로 3주 정도를 빠진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로테이션을 잘 돌며 4일까지 6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못내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자신의 장점을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변화구 구사 능력에서 장점이 있는데, 타자들보다는 자신 위주로 볼 배합을 하다 보니 엇나가는 부분이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런 이 감독의 생각을 읽었을까. 쿠에바스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8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7번째 승리를 거뒀다. 8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쿠에바스는 9회 완봉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1사 만루 위기에 몰린 끝에 아쉽게 1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kt는 이날 1군에 올라온 이대은을 실험해보길 원했고, 이미 120구 가까이 던진 쿠에바스는 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쿠에바스는 경기 후 완봉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있었다고 했다. 그는 “투수로서는 아쉬운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완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경기 전체적으로 잘했고 그것은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했고 그런 결정은 수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날 돋보인 것은 2S 이후의 플랜이었다. 패스트볼을 고집하다 얻어맞는 경우가 있었던 쿠에바스는 이날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S 이후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6차례) 구사가 가장 많았고, 우타자를 상대로는 커브(8차례) 활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낳았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라 키움 타자들은 생각할 것이 많았고 좋은 타이밍의 타격을 하지 못한 것이다.

쿠에바스는 제구를 뽑았다. 그는 “오늘 특별히 그런 볼 배합을 가지고 가려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모든 구종의 제구가 잘 됐다. 같은 팀이지만 여러 경기를 계속 하기 때문에 상대가 나의 볼 배합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과 다른 배합으로 제구를 믿고 상대를 했다”고 했다. 자신의 공은 물론, 타자들의 성향까지도 모두 생각하는 배합은 이 감독이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이 감독도 경기 후 “오늘 쿠에바스가 KBO에 활약한 이래 최고의 투구. 즉, 인생투를 했다. 이번 경기 투구 내용을 거울삼아 향후 경기에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반색하면서 “감독으로서 오늘부터 다음주 경기 운영을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경기였는데, 멋진 투구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날 쿠에바스의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닌, 6일 6연승 도전과 향후 로테이션 운영에도 숨통을 열어주는 투구였다. 이 감독의 말대로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이유가 있다. kt는 4일 수원에서 SK와 더블헤더를 치렀다. 3일 던진 소형준을 나흘 휴식 후 투입하는 건 꺼림칙했다. 그래서 5일 쿠에바스, 6일 배제성이 나서면 8일 두산전에 나설 선발투수가 없었다. 이 감독은 8일은 불펜데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5일 승리를 거두면서 구상이 바뀌었다. 배제성을 8일로 미루고, 6일 불펜데이를 하기로 했다.

일주일의 시작부터 불펜데이를 하기는 어느 팀이나 부담스럽다. 그러나 6일은 사정이 다르다. 7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불펜투수들을 다 쏟아부을 수 있다. 게다가 쿠에바스가 5일 8⅔이닝을 먹어주면서 6일에는 엔트리에 있는 모든 불펜투수 대기가 가능해졌다.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여건이다.

설사 6연승을 못한다고 해도 8일 배제성부터 다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쿠에바스의 투구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기세가 좋은 kt는 뭔가 맞아 떨어져 간다는 것을 상징하는 하루이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