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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윤의 삼성S노트] '잠실왕' 삼성, '라팍왕'이 될 순 없을까

작성일: 2020.10.09 07:05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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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팔각형으로 지어졌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친화 구장이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집 떠나면 고생이다'지만, 삼성은 집에서 고생이다. 타자 친화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팀에 전혀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

라이온즈파크는 KBO 리그 대표 타자 친화 구장이다. 팔각형 모양의 독특한 구조로 다른 곳과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대신 팔각형이기 때문에 담장이 모두 직선이다. 좌우측 거리는 99m고 중앙 담장은 122m이다. 중앙 담장과 좌우측은 직선으로 연결돼 있다. 둥근 모양을 띤 다른 구장보다 거리가 짧다. 다른 구장이면 넘어가지 않았을 타구가 라이온즈파크에서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홈런을 팬들은 '라팍런'이라고 부른다. 

◆ 잠실, 고척의 왕 삼성 투수진.

삼성은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9승 1무 6패 승률 0.600을 기록했다. 중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상대로 거둔 승률이다. 잠실에서 삼성은 마운드 힘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잠실 16경기 평균자책점은 2.76으로 압도적인 1위다.

고척스카이돔 성적은 4승 4패 평균자책점 3.57이다. 삼성보다 올 시즌 고척돔 평균자책점이 낮은 팀은 없다. 두 구장은 투수 친화적이다. 잠실, 고척은 좌우100m 중앙 125m로 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들이다. 삼성 마운드는 두 구장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다. 

넓은 잠실, 고척과는 달리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는 투수진 좋지 않다. 삼성 투수진은 8일 기준으로 라이온즈파크에서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하고 있다. 7.68인 두산 베어스에 이어 9위다. 

◆ 왜 라팍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삼성을 상대하는 타 팀 감독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 삼성 감독이자 현재 LG 트윈스를 이끄는 류중일 감독은 늘 "삼성 입장에서 봤을 때 구장을 잘 못 지었다"고 주장한다. 류 감독은 "조금 더 넓게 지었어야 했는데, 이렇게(좌중간, 우중간을 직선으로 짧게) 지어서 너무 작다"고 말했다. 

작은 구장은 타자들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아무래도 넘길 수 있는 구장이라는 생각이 있다 보니,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한다. 잠실과 달리 힘이 없어도 잘 맞으면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투수진이 상대 타선을 상대로 부담감을 느낀다. 거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삼성은 홈런을 펑펑 치는, 공격력이 강한 팀이 아니다. 투타 모두 라이온즈파크에 맞는 팀이 아니라는 뜻이다.
▲ 오승환의 복귀전. 일직선으로 된 낮은 외야 담장을 볼 수 있다. ⓒ 곽혜미 기자

올해 삼성은 라이온즈파크에서 71홈런을 쳤다. 피홈런은 86개다. 홈런 수 적자다. 삼성이 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 수 흑자를 기록한 해는 지난해가 유일하다. 당시 삼성은 72홈런/71피홈런을 기록했다. 한 끗 차이다.

투수들은 홈구장 마운드에서 쉽게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버스 타고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는 원정 구장에서 더 편안하게 던지고 있다. 허 감독은 "잠실에서는 아무래도 편하게 던질 수 있다. 맞아도 한 점이다. 투수들이 편하게 자신들이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진다. 반대로 작은 구장에서는 안 맞기 위해 던지다가 나쁜 게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투수진 육성? 물리적 해결?

당장 타선에서 홈런을 키울 수 없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투수들이 변해야 할 것 같다.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속구 투수들을 육성하려고 한다. 중간 투수들도 빠른 공 투수 위주로 꾸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진 변화로 타자 친화 구장에서 생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른거리는 희망에 의지하는, 확실한 답이 아니다. 홈구장의 약점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을 하는 일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단기간에 해답을 내릴 수 없는 일이다.

물리적으로 타자들의 힘을 떨어뜨릴 방법이 있다. 홈런을 치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 라이온즈파크는 구조상 담장을 뒤로 밀 수 없다. 그렇다면 담장을 높이면 된다. 삼성은 과거 한 차례 담장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 김한수 감독 부임 초기 임시로 설치해 본 철망. 당시 시야 방해를 이유로 담장을 높이지 않았다. ⓒ 삼성 라이온즈

2016년 시즌이 끝난 후 류중일 감독 후임으로 부임해 2019년까지 삼성을 이끈 김한수 감독은 본인의 감독 첫해에 담장 증축 고민을 했다. 그러나 관중 시야 방해로 시행하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담장을 높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관중들 시야도 생각해야 한다. 관중들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며 팬을 우선으로 생각해 담장 공사 계획을 백지로 돌렸다.

그렇게 삼성은 홈구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팀이 됐다. 2019년 홈에서 36승 36패 승률 5할이 라이온즈파크에서 최고 성적이다. 홈에서 5할도 넘기지 못하는 하위권 팀이 됐다. 모든 것을 담장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홈구장의 타자 친화적인 요소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담장을 높이는 과정.

"한번 고민 했던 안건이기 때문에, 부서별로 담장 높이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강화유리가 될 수도 있고, 철망이 될 수도 있고, 그물이 될 수도 있다. 구단 내에서 담장을 높일 의지가 있다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 모기업에 보고를 해야 한다. 보고 때는 부서별로 담장을 높였을 때 이득과 손해를 계산해야 한다. 담장을 높인다면, 시야 방해로 사석(死席)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적 상승효과와 반대되는 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구단 관계자는 한 번 진행하려고 했었던 일이기 때문에 의지가 있다면, 다시 진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관계자는 "정리된 하나의 의견을 갖고 모기업에 해당 안건에 대한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재가 난다면 다음은 허가다. 관계자는 "대구시의 허가가 필요하다. 시설 용도 변경 등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삼성은 대구에 구장을 장기 임대하는 방법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용도 변경과 같은 절차 진행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뤄진다. 빠르게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라이온즈파크 경기장 중앙 관중석 쪽에 검은 망 설치를 위한 기둥이 원래 있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기둥을 뽑고, 그물을 관중석에 매달아 팽팽하게 유지했다. 필요한 최소의 기둥은 사이즈를 키워 튼튼하게 만들었다. 절차를 받고 진행해 완성하는 데 2년 정도 걸렸다"며 모든 절차와 시공 등이 빠르게 완성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 올 시즌 포스트시즌과는 멀어진 삼성. 다음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곽혜미 기자

◆ 관중 시야와 관리 vs 팀 성적

현재 성적으로 봤을 때 라이온즈파크 담장이 높아진다고 해서 삼성이 크게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삼성은 홈런을 많이 치는 팀이 아니다. 홈런 흑자를 만들기 위해서 홈런 수 증가도 중요하지만, 원정 온 상대 팀의 홈런 수를 억제가 더 필요하다. 타자 친화구장에서 벗어나면, 투수진이 충분히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잠실, 고척 구장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담장이라는 물리적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상대의 홈런을 막을 수 있다. 투수들도 과거 넘어가던 '라팍런'이 넘어가지 않는다면,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담장이 생긴다면 관중 시야는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김한수 감독이 담장 설치에 대해 고려할 때 강화 유리와 그물은 관리의 어려움, 철망은 시야 방해를 말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들어오지 않지만, 국제적 의료 이슈가 끝나면 관중이 들어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성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거나, 관중 친화에 더 중점을 둘 것이냐의 문제다. 성적에 도움이 되는 담장 높이 조절로 방향을 잡는다면, 야구 관람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의 과제다. 반대로 관중 시야를 놓칠 수 없다면, 지금 그대로 관중 친화 관람 환경을 유지하면 된다. 관람의 관중 친화도 중요하지만, 승리보다 더 큰 관중 친화는 없다.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삼성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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