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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올라가자 김태형도 마운드 방문…사령탑들의 기싸움도 흥미진진

작성일: 2020.11.10 09:00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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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과 kt 이강철 감독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이번 플레이오프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고척, 한희재·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었을까. 일단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 이날 경기는 두산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7.1이닝 2실점 호투와 kt 선발투수 소형준의 6.2이닝 무실점 역투로 치열하게 펼쳐졌다. 6회까지 승부는 0-0. 양쪽 타자들은 명품 투수전 속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면서 경기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분위기를 잡은 쪽은 두산이었다. kt 소형준이 흔들리는 틈을 파고들었다. 두산은 선두타자 김재환과 후속타자 허경민의 큼지막한 타구로 상대를 압박했다. 비록 김재환의 타구는 중견수 배정대에게 잡히고, 허경민은 kt의 완벽한 중계 플레이로 2루에서 아웃됐지만, 두산은 소형준의 공을 계속 공략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먼저 마운드로 오른 kt 이강철 감독
그리고 8회 2사 후 다시 박세혁이 우전안타를 때려내면서 주도권은 계속해서 두산이 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김재호 타석. 소형준이 초구 볼을 던지자 kt 벤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운드로 오른 이는 박승민 투수코치가 아니었다. 바로 이강철 감독이었다. 소형준의 구위가 조금은 떨어졌다고 판단한 이 감독은 소형준 그리고 포수 장성우와 함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교체 대신 안정을 위한 쉼표. 더할 나위 없는 투구를 펼치고 있는 신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사령탑의 조치였다.

▲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도중 7회초 마운드로 올라 선발투수 소형준(왼쪽) 그리고 포수 장성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척, 한희재 기자
물론 소형준이 곧장 진정되지는 않았다. 볼 3개를 추가로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이 감독은 여기에서 소형준을 내리고 주권을 올렸다. 그리고 주권은 오재원을 삼진으로 처리해 소형준의 무실점 투구를 지켰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장면이 다시 연출됐다. 이번에는 kt가 아닌 두산 벤치에서였다. 2-0으로 앞선 8회 플렉센이 1사 2·3루를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등판한 이영하는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보기 드문 마운드 방문
이제 다음 타자는 올 시즌 타격 4관왕을 차지한 멜 로하스 주니어. 그러자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갔다.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두산의 가을야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이영하에게 무언가를 주문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내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앞선 kt의 7회처럼 이번에도 사령탑의 마운드 방문 후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영하는 로하스와 어려운 승부를 펼치다가 자동 고의4구를 내줬고, 이어 2사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2타점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 두산 김태형 감독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도중 8회말 마운드를 방문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척, 한희재 기자
양쪽 모두 최상의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두 사령탑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이날 1차전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였다. 무엇보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의 묘한 인연을 생각하면, 더욱 흥미진진한 맞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과 이강철 감독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이 감독은 2군 사령탑과 수석코치로 연을 맺었다. 그런데 두산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던 2018년 10월 이 감독의 kt 부임 소식이 알려졌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산과 kt는 사전조율을 거쳐 가을야구 도중 이 감독의 내정을 공식화했다.

이렇게 동지에서 적이 된 두 사령탑은 이후 그라운드에서 양보 없는 싸움을 벌였다. 두산은 kt가 1군으로 진입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t전 상대 전적에서 밀린 해가 없었지만, 이 감독 부임 후 2년 연속 7승9패로 뒤졌다. 보이지 않는 경쟁 관계가 형성된 이유다.

그리고 두산과 kt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처음 격돌하게 됐다. 그리고 두 사령탑은 첫 맞대결부터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면서 흥미진진한 구도를 연출했다. 5전3선승제의 외나무다리 혈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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