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두산은 강팀이에요. 나 하나 빠진다고 팀이 흔들리지 않아요. 김태형 감독님이 계시잖아요."

김원형 SK 와이번스 신임 감독이 지난 7일 잠실야구장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김원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까지 두산 베어스 투수 코치로 지내다 급작스럽게 짐을 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좋은 일로 떠나는 김원형 감독을 축하한 뒤 이례적으로 포스트시즌 도중 코치 개편을 단행했다. 정재훈 불펜 코치를 투수 코치로 승격하고, 배영수 2군 투수 코치를 불펜 코치로 불러올려 남은 시리즈를 치르기로 했다. 김태형 감독의 성격이 묻어나는 깔끔한 이별 방식이었다. 

코치진의 변화로 혹여나 2전 전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의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을 살 때, 김원형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고 우승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그랬다. 두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9일 열린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은 3-2, 10일 열린 2차전은 4-1로 승리하며 기세를 이어 갔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누구든 자기 몫을 해냈고, 4번타자 김재환은 2경기에서 9타수 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이끌었다. 나머지 주축 타자들도 득점이 필요할 때 안타를 생산하며 kt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kt의 맥을 끊는 촘촘한 수비는 덤이었다. 

1, 2차전 모두 김태형 감독의 운용의 묘가 돋보였다. 1차전은 대타, 대주자 카드가 모두 통했다. 2-2로 맞선 9회초 선두타자 김재호가 안타로 출루하자 대주자 이유찬으로 교체했고, 이유찬은 다음 오재원 타석에서 2루를 훔치며 kt 배터리를 흔들었다.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만들어지고 상대가 좌완 조현우로 마운드를 바꾸자 대타 김인태 카드를 꺼냈다. 김인태는 우전 적시타를 때리며 3-2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유찬의 발과 김인태의 콘택트 능력을 믿었다. 김 감독은 "(이)유찬이를 대주자로 냈을 때는 무조건 승부다. 피치 아웃을 했지만, 살 것으로 판단해서 (도루를) 뛰게 했다. 유찬이는 웬만한 투수가 1초25 안에 안 던지면 산다. (김)인태는 콘택트가 중요하니까.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보고 치라고 했다. 빠른 카운트에서 결과가 나와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이영하(오른쪽)에게 가운데만 보고 던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한희재 기자
2차전은 신들린 투수 교체로 승기를 잡았다. 최원준(2⅔이닝 1실점)-김민규(1이닝)-박치국(2이닝)-홍건희(2⅓이닝)-이영하(1이닝)까지 내는 카드마다 kt의 흐름을 끊어줬다. 1+1으로 계획한 최원준과 김민규가 기대에 못 미치자 공이 좋은 박치국과 홍건희를 길게 끌고 간 게 컸다. 박치국과 홍건희는 정규시즌까지 필승조로 나섰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는 중용되지 않고 있었다. 충분히 쉰 두 선수는 최고의 공을 던지며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김 감독은 "최원준은 상대와 기 싸움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었다. 힘이 없어 보여서 일찍 내렸다. 그다음 (김)민규도 그렇고 아슬아슬하게 잘 넘어갔다. (박)치국이는 기복이 있는데, 승부 때 승부할 수 있는 좋은 공이 있다. 치국이가 중요할 때 나와서 끊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건희-이승진-이영하까지 1이닝씩 생각했다. 홍건희 공이 워낙 좋아서 2이닝을 끌고 갔고, 9회에 (이)영하를 올렸다. 영하 뒤에는 (이)승진이를 준비시켰다. (마운드에 직접 올라갔을 때는) 영하한테 '시속 150km 던질 생각하지 말고 가운데 보고 던지라고 했다. 힘이 많이 들어가고 팔도 벌어져서. 특별히 할 이야기가 있나(웃음). 그래도 영하가 잘 막아줬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김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을 차지했다. 물론 좋은 선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김 감독이 경기마다 최고의 카드와 최상의 조합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원칙은 명확하다. "단기전은 실험을 할 수 없다. 상황마다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를 내보낸다"고 늘 이야기한다. 확률의 근거는 정규시즌에 쌓인 데이터와 그날그날 선수의 컨디션이다. 그 결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더 거두면 KBO리그 역대 최초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끈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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