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투수 홍건희는 김태형 감독이 꼽은 플레이오프 2차전 MVP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홍건희는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잘 던져줬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0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친 뒤 여러 차례 홍건희를 언급하며 승리의 공을 돌렸다. 홍건희는 4-1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 4번째 투수로 나서 2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두산은 4-1로 이기며 시리즈 2승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뒀다. 

두산은 지난 6월 홍건희를 KIA 타이거즈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당시 두산 불펜에 없는 시속 150km 공을 던지는 투수였고, 필요에 따라 선발투수 또는 롱릴리프까지 기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활용성이 다양한 홍건희에게 한 가지 방향만 제시했다. "불펜으로 쓰겠다"고 못을 박고, 필승조로 등판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시험했다. 홍건희는 9월까지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정규시즌 막바지인 10월에는 페이스가 뚝 떨어져 있었다. 10경기에서 10이닝, 평균자책점 10.80으로 고전했다. 접전 상황 등판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등판이 잦아지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홍건희는 절치부심했다. 그는 "후반에 안 좋아서 훈련할 때 심기일전해서 단점을 보완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못했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3연승을 달리는 사이 홍건희는 한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 감독은 "단기전은 실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가서 못 던져도 가장 확률이 높고, 그동안 좋은 걸 보여준 투수를 써야 한다. 다른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여유가 있는 경기가 없기도 했다"며 지난 3경기에 등판한 투수들 외에는 쓸 수 있는 상황이 안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다. 

홍건희는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포스트시즌 첫 등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홍건희는 공 33개로 7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8회까지 버텨줬다. 내야수들은 까다로운 땅볼을 척척 처리해줬고, 외야수들도 뜬공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 홍건희는 성공적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 곽헤미 기자
홍건희는 경기 뒤 "두산에 와서 처음 가을야구를 해본다. 밖에서 봤을 때도 두산은 강해 보였는데, 와서 보니 왜 강한지 알게 됐다"며 새삼 큰 경기에 강한 동료들에게 놀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KIA에 있을 때도 가을야구를 하면 엔트리에는 들었는데 경기에는 못 나갔다.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앞선 경기에) 못 나가도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경기가 많이 남아서 언제든 나가면 던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첫 타자 심우준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게 컸다. 홍건희는 "처음에 올라갔을 때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까봐 걱정했다. 한 타자 상대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차분하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기대를 뛰어넘은 홍건희의 활약에 놀랐다. "(홍)건희가 중요한 2이닝을 잘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 홍건희는 매우 도움이 됐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 던져줘서 앞으로 운용하기 수월해졌다"며 흡족해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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