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홍)건희야 편하게 던져, 가운데 보고 던져 힘 있으니까 괜찮아."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0)은 지난 10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영건들의 릴레이 호투를 이끌었다. 선발투수 최원준이 2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김민규(1이닝)-박치국(2이닝)-홍건희(2⅓이닝)-이영하(1이닝)가 무실점을 이어 던지며 4-1로 승리했다. 덕분에 두산은 시리즈 2승으로 구단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타이기록인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뒀다.  

박세혁은 2차전을 되돌아보며 "어린 투수들이 많이 쉬었으니까. 힘으로 눌러도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올라가서 위축되지 않고 잘 던져주고 잘 따라와 줬다. 볼볼 안 하고 자꾸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버텨준 젊은 투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면서 특히 홍건희를 크게 칭찬했다. "홍건희는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잘 던져줘서 앞으로 운용하기 수월해졌다. 중요한 2이닝을 잘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박세혁은 홍건희의 호투와 관련해 "많이 쉬어서 정규시즌 좋을 때 공이 나왔고, 준비도 잘한 것 같다. 처음 올라오자마자 볼볼 던지길래 건희한테 그냥 편하게 던지라고, 가운데 보고 던지면 힘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해줬다. 건희가 잘 던져줘서 이기는 데 큰 몫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박세혁이 안방마님이 된 뒤로 한번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진 적이 없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올해도 준플레이오프 2경기와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4전 전승을 기록했다. 8연승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팀 최다 연승 공동 2위 기록이다. 12일 열리는 3차전까지 잡으면 역대 1위 해태 타이거즈(1987년 10월 11일 OB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1988년 10월 22일 빙그레 이글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의 9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풀타임 첫해였던 지난해는 이흥련(현 SK)과 부담을 나눴다면, 올해는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포수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9-7 승)을 제외한 3경기에서 단 한 점만 내줄 정도로 투수진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박세혁 ⓒ 한희재 기자
박세혁은 "지금이라도 잘해서 다행이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규시즌 중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한 답이다. 

이어 "단기전이다 보니까 집중력이 다르고, 타자가 받는 압박감도 다를 것이다. kt는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어서 약간 급한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나도 그랬다. 지금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기도 하고, 운도 많이 따르고 있다. 좋은 기운이 계속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가을 신흥 에이스로 떠오른 크리스 플렉센(26)은 "박세혁 덕분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틀어 13⅓이닝 동안 삼진 22개를 뺏는 괴력을 보여주며 2경기 모두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박세혁은 "플렉센이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다. 플렉센이 어리다 보니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워낙 좋은 변화구를 많이 갖고 있고, 직구도 그렇고 타점도 모든 게 다 좋다. 나도 믿고 사인을 내고 있다. 투수들이 내가 사인을 내는 대로 잘 던져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결정한 정상호(38)를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정상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연봉 7000만 원에 계약하며 현역 연장에 성공했으나 시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박세혁은 "1년 동안 함께했는데, 정말 수고 많이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한번 뵀을 때 인사를 드렸다. 정말 오랜 기간 많은 자리에서 많은 일을 해내셨다. 올해 정말 감사했고, 알려주신 것도 많고, (정)상호 형 덕분에 느낀 것도 많다. (양)의지 형 한테 배운 게 있고, 상호 형한테 따로 또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이제 제2의 인생 더 멋있게 더 좋은 날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두산은 3위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5년 이후 또 한번의 기적을 쓰기까지 5승을 더 해야 한다. 김 감독은 "3차전은 총력전"이라며 무조건 3경기 안에 끝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세혁은 "계속 최선을 다하면서 계속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 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친다고 놔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3차전을 이겨야 한국시리즈가 있다. 3차전을 잘 치르고 남은 힘을 다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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