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투수 기용으로 5차전을 지운 김태형 두산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적어도 김태형 두산 감독의 생각에는 ‘내일’이 없는 듯했다. 5차전을 생각하지 않은 과감한 투수 교체가 끝내 팀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두산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0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kt 마운드를 속 시원하게 돌파하지 못하며 4경기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지만 강력한 마운드와 수비, 그리고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의 지능들이 모여 5차전을 지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3차전에서 패한 두산은 4차전까지 내주면 오히려 5차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1회 선발 유희관이 흔들렸다. 조용호 황재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더니 로하스에게는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했다. 2루 주자 조용호의 판단 미스가 아니었다면 선취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무사 2,3루가 될 뻔했다. 다행히 조용호를 홈에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위기는 위기였다.

그러자 김태형 감독은 바로 움직였다. 더 볼 것도 없이 유희관을 교체했다. 미리 준비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완 김민규를 넣어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민규는 김 감독의 구상에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5회까지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이날 승리의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준비된, 그리고 큰 무리가 없는 플랜이었다면 2-0으로 앞선 7회 크리스 플렉센의 투입은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승부였다. 1차전 선발로 나서 역투한 플렉센은 정상적인 루틴이라면 5차전 선발로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플렉센이 나와 동점 내지 역전을 당하며 이날 이기지 못한다면 그건 엄청난 타격이었다. “오늘 져도 5차전이 있잖아”라고 생각했다면 쓰지 못할 수였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간 김태형 감독은 역시 승부사였다. 망설임 없이 플렉센을 투입했다. 결국 플렉센이 남은 3이닝을 깨끗하게 지우고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5차전을 지웠고, 두산은 한결 부담이 덜한 상태에서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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