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마친 kt 소형준과 강백호, 박경수. ⓒ고척, 한희재·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첫 가을야구는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또 다른 목표를 품고 도전할 수 있는 내년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kt 위즈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여정은 기대보다 일찍 끝나고 말았다. kt는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0-2로 지고 이번 시리즈를 내줬다.

기대보다 일찍 막을 내린 이번 가을야구.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겠지만, 이번 여정이 누구보다 아쉽게 다가온 이들이 있었다. 바로 소형준(19)과 강백호(21) 그리고 박경수(36)다. 같으면서도 달랐던 이들의 첫 가을야구를 되돌아봤다.

◆강렬한 첫인상 남긴 ‘19살 루키’ 소형준
kt 이강철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예상 밖 1선발을 꺼내들었다. 소형준이었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하고 프로로 직행한 소형준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전체 7위이자 국내 투수들 중 최다 타이인 13승을 기록하면서 kt의 2위 도약을 이끌었다.

이강철 감독의 관리 속에서 전체 페넌트레이스를 무사히 치른 소형준은 당연히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책이 예상됐다. 최소 PO 3차전, 아니면 2차전 등판이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가을야구 1선발이었다.

▲ kt 소형준. ⓒ고척, 곽혜미 기자
기대와 우려 속에서 PO 1차전을 나선 소형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쉬어갈 곳이 없는 두산 타선을 상대로 6.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괴물 신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루키답지 않은 담대함과 외국인투수들을 능가하는 구위를 자랑한 소형준은 아픈 기억도 안았다. 구원등판한 4차전에서 kt의 탈락으로 이번 포스트시즌 여정을 한 경기에서 마쳤다. 그러나 대형 신예가 남긴 강렬한 첫인상은 KBO리그가 오래도록 기억할 자산이 됐다.

◆‘야구 천재’ 별명 입증한 강백호
올해 kt가 내놓은 신상 명품이 소형준이라면, 창단 후 최고의 상품성을 뽐낸 이는 단연 강백호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 외야수로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던 강백호는 2018년 kt 유니폼을 입은 뒤 중심타선을 책임지는 주축타자로 거듭났다.

▲ kt 강백호. ⓒ고척, 한희재 기자
강백호의 활약은 프로 데뷔 3년차를 맞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129경기에서 타율 0.330 23홈런 89타점 95득점을 기록하고 kt의 PO 직행을 도왔다.

야구 천재의 질주는 가을야구에서도 멈춤이 없었다. 2번타자로 나선 1차전에선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4번 중책을 맡은 2차전에선 첫 안타를 신고하면서 감각을 조율했다. 그리고 5번으로 출전한 3차전에서 마침내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뽐냈다. 4타수 3안타 1득점 맹활약하면서 kt의 가을야구 첫 승을 이끌었다.

◆후회 없이 그라운드 누빈 ‘최고령 데뷔전’ 박경수
소형준과 강백호가 어린 나이로 가을야구 무대를 처음 밟았다면, 박경수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만 36세7개월9일. 바로 위 선배들이 하나둘 은퇴하는 시점에서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하게 된 박경수는 “최고령답게 뛰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픔이 있어 더욱 절실했다. 박경수는 친정 LG 트윈스가 모처럼 가을야구로 진출했던 2013년에는 군 복무로, 2014년에는 부상으로 가을야구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또, 올해에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햄스트링을 다쳐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 kt 박경수. ⓒ고척, 곽혜미 기자
그러나 kt의 PO 직행과 부상 호전으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르게 된 박경수는 다짐대로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1차전에선 몸을 날리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2차전에선 2안타와 2볼넷으로 100% 출루해 공격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희생번트 2개와 볼넷으로 공격 연결을 도왔던 박경수는 4차전을 앞두고 허리 통증이 발생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앉아서 패배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5회 수비부터 2루수 대수비로 나와 다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이날 kt가 패하면서 박경수의 첫 가을야구도 함께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더 밝은 내일이 있기에 털털하게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는 박경수였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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