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도, 패배에도 소형준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시리즈였다. 이번 플레이오프(PO)의 최대 이슈 메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히려 패배 속에서 빛난 이름이 소형준이었다.
kt는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PO 4차전에서 0-2로 지며 이번 시리즈를 1승3패로 마감했다. 창단 후 처음 맛본 가을야구 여정도 이렇게 끝났다. 반면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뤄내면서 NC 다이노스와 왕좌를 놓고 맞붙게 됐다.
두산을 KS로 이끈 주역은 외국인투수 크리스 플렉센이었다. 1차전에서 7.1이닝 2실점 호투하며 3-2 승리를 이끌었던 플렉센은 4차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2-0으로 앞선 7회 구원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연속 호투를 앞세운 플렉센은 이날 경기 직후 진행된 MVP 투표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총 60표 중 46표를 받아 김재환(9표), 최주환, 김민규, 이승진, 이영하(이상 1표) 등 동료들을 모두 제쳤다.
그런데 이날 투표 결과에선 예상치 못한 이름이 있었다. 바로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은 kt가 탈락했음에도 1표를 얻어 동료들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전체 7위이자 국내투수들 중 가장 많은 13승을 챙겼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도 1선발 중책을 맡다 PO 1차전을 책임졌다.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마운드로 오른 소형준은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을 뽐냈다. 6.2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3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역투했다. 비록 이 호투는 승리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경기였다.
다만 소형준의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구원으로 나온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내줬다. 0-0으로 맞선 4회 2루 위기에서 최주환에게 결승 2점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kt는 0-2로 패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쳤다.
그래도 소형준에게 아쉬움을 이야기한 이는 없었다. 열아홉 루키로서 눈부신 가을을 썼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짐을 짊어진 채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마친 소형준. 이제 가을동화는 1편이 끝났을 뿐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