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우완투수 소형준이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회 최주환에게 2점홈런을 내준 뒤 땀을 닦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2020년 가을은 또 한 편의 동화를 남겼다. 주인공은 열아홉 소년, kt 위즈 우완투수 소형준이었다.

승리에도, 패배에도 소형준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시리즈였다. 이번 플레이오프(PO)의 최대 이슈 메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히려 패배 속에서 빛난 이름이 소형준이었다.

kt는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PO 4차전에서 0-2로 지며 이번 시리즈를 1승3패로 마감했다. 창단 후 처음 맛본 가을야구 여정도 이렇게 끝났다. 반면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뤄내면서 NC 다이노스와 왕좌를 놓고 맞붙게 됐다.

두산을 KS로 이끈 주역은 외국인투수 크리스 플렉센이었다. 1차전에서 7.1이닝 2실점 호투하며 3-2 승리를 이끌었던 플렉센은 4차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2-0으로 앞선 7회 구원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연속 호투를 앞세운 플렉센은 이날 경기 직후 진행된 MVP 투표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총 60표 중 46표를 받아 김재환(9표), 최주환, 김민규, 이승진, 이영하(이상 1표) 등 동료들을 모두 제쳤다.

그런데 이날 투표 결과에선 예상치 못한 이름이 있었다. 바로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은 kt가 탈락했음에도 1표를 얻어 동료들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kt 소형준이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아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전체 7위이자 국내투수들 중 가장 많은 13승을 챙겼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도 1선발 중책을 맡다 PO 1차전을 책임졌다.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마운드로 오른 소형준은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을 뽐냈다. 6.2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3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역투했다. 비록 이 호투는 승리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경기였다.

다만 소형준의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구원으로 나온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내줬다. 0-0으로 맞선 4회 2루 위기에서 최주환에게 결승 2점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kt는 0-2로 패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쳤다.

그래도 소형준에게 아쉬움을 이야기한 이는 없었다. 열아홉 루키로서 눈부신 가을을 썼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짐을 짊어진 채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마친 소형준. 이제 가을동화는 1편이 끝났을 뿐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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