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극심한 부진을 겪은 김태훈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뭔가 생각하던 김태훈(30·SK)은 자신이 투구를 하는 영상을 서둘러 찾았다. 공이 어떤지는 둘째 문제였다. 자신이 마운드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김태훈은 항상 밝은 선수다. 그 밝음은 호성적과 함께 더 맑아졌다. 2018년 6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83, 그리고 2019년에는 71경기에서 27홀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3.88로 대활약했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비디오에 생생하게 찍힌 올해 자신의 얼굴에는 긍정적인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내가 내 영상을 봐도 위축되어 있었다”고 말한 김태훈은 잠시 더 생각하더니 “창피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기대가 컸던 시즌이었다. 2년간 SK 불펜에서 핵심 임무를 한 김태훈은 올해 선발 전향에 도전했다. 김광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중책이 떨어졌다. 기량에 물이 올랐다고 판단한 SK 코칭스태프의 승부수였다. 좌완이라는 점도 메리트였다. 김태훈도 “욕심도 컸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컸던 시즌”이라고 돌아본다. 그러나 생각대로 성과가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절망감도 더 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선발 전향을 위해 지난해 일찌감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재활도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선발 전향에 너무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린 탓일까. 구위가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결국 선발 자리를 내놨다. 불펜으로 간 뒤에도 투구가 들쭉날쭉했다. 그냥 모든 게 다 무너졌다. 지난 2년간 없었던 2군행도 경험했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는 “팔의 회복이 조금 더딘 느낌은 있었지만, 아픈 곳은 없었다”고 했다. 핑계는 대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김태훈은 “몸이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었다. 계속 결과가 안 나오니 안 되겠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스포츠 심리학 클리닉을 찾았다. 거기서 심리치료도 받았다. 그러니 근래 많이 안정이 된 부분이 있다”고 뒷이야기를 꺼냈다.

결과에 대한 강박이었다. 김태훈은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 공을 던지고 나서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마운드에서의 시선을 사정없이 흔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릴 때쯤 시즌이 끝났다. 만회의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 시간이 더 중요하다.

김태훈은 “사실 이렇게 야구를 못한 적이 없었다. 내년에는 팀도 그렇고, 나도 반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몸부터 제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태훈은 “제일 좋았을 때의 몸을 만드는 게 첫째다. 처음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전 이 방법, 저 방법을 해봤다. 그걸 떠올리고 있다. 방법을 어느 정도 아니까 수월하기는 하지만, 발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운대로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태훈의 절망 탈출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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