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적 후 주전 도약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오태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20년 8월 12일의 오태곤과, 2020년 8월 13일의 오태곤은 같은 사람이었다. 하루 사이, 길어도 두 달 사이에 뭔가 엄청난 기량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숫자는 사뭇 달라졌다.

오태곤(29·SK)은 8월 13일 SK와 kt의 1대1 트레이드(오태곤↔이홍구) 당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너무 이른 시점이지만, 적어도 오태곤이 아주 좋은 출발을 보였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오태곤은 SK 이적 이후 54경기에서 타율 0.288, 5홈런, 30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SK의 2021년 전력 구상에 당당하게 승선했다.

많은 지도자들이 아까워한 선수였다. 장타도 있고, 발도 빨랐다. 수비 활용성도 있었다. 이른바 그릇이 큰 선수였다. 모든 지도자들이 “오태곤을 터뜨려보겠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뻗어나가지 못했다. 트레이드는 오태곤 스스로도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kt에서 잘하지 못해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아직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주신 기회를 잡지 못해 여기에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간 숨겼던 미안한 마음부터 먼저 꺼냈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찾아온 트레이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시즌 중에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았던 오태곤이지만, 시즌이 끝난 뒤 차분하게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오태곤은 “여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SK에서도 못하면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단 생존 경쟁 1막에서는 살아남았다. 오태곤은 잘 치고, 때로는 멀리 치고, 그리고 잘 뛸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김원형 SK 감독 또한 “오태곤이 내년 주전 외야수 후보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한숨을 돌린 셈이다. 그러나 오태곤은 고개를 젓는다. 생존을 거머쥔 두 달이라기보다는, 경쟁의 강도를 체감한 두 달이라고 보는 게 맞다. 자신감, 그리고 이대로 있다가는 금세 밀려날 수 있다는 절박함 모두를 가지고 마무리캠프에 임한다.

오태곤은 “감독님이 새로 오셨고, 좋아하는 스타일도 있으실 것이다. 외야는 수비도 중요하겠지만 방망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경기에 나가야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뭔가 폼을 바뀐다거나 어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지 않았다. 단지 “오태곤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오태곤은 “맞다. 내년에도 안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즐기면서 하자고 마음먹을 때도, 간절하게 하자고 마음먹을 때도 있었다”고 올해를 돌아보는 오태곤은 인터뷰 마지막, “이제는 즐거움이나 간절함과 같은 단어는 필요 없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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