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문승원은 자신의 의지와 주위의 보살핌 속에 좋은 재활 진도를 보이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원형 SK 감독은 현역 시절 134승을 거둔 대투수 출신이다. 1군 통산 545경기에서 2171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그 2171이닝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투수의 팔은 연필이라고 하지 않나”고 웃는다. 그만큼 많이 아팠다는 의미다.

그렇게 수없이 위기를 넘기며 프로생활을 한 김 감독이지만, 공교롭게도 현역의 마지막을 고하게 한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수술’이었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막판에 팔꿈치에 있는 뼛조각을 제거했다”고 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은 이미 의학적으로 정복된 영역으로 뽑힌다.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이 대개 1년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뼛조각 제거는 3개월 정도면 충분히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김 감독의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잘 됐다. 김 감독은 “뼛조각을 빼니 팔의 가동 범위가 넓어졌다.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그 다음 과정이 화를 불렀다. 그는 “팔 상태가 좋다보니 무리를 했다”고 했다. 그 무리하는 과정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통증이 다시 생겼고,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된 팔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오버런을 했다. 아파서 경기에 못 나갔다”고 떠올리는 김 감독은 결국 2010년 1군 3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김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올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문승원(31)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문승원은 시즌 25경기에서 14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5로 대활약했다. 토종 우완 중에서는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이었다. 승운(6승)이 따르지 않았을 뿐, 많은 전문가들은 문승원이 올해 리그 최고의 토종 투수라고 말한다. 그런 문승원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2021년을 기약했다.

문승원은 수술 이유에 대해 “2년 전부터 뼛조각은 있었다. 돌아다니는 건 아니었고 박혀 있었는데 이게 아팠다, 안 아팠다 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아프지 않다가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아플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아예 근본 불안요소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문승원은 “지금 너무 상태가 좋다. 아직 공을 던져보지는 않았지만 일상 생활을 해보니 괜찮다. 후련한 느낌”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김 감독과 같다. 그래서 김 감독은 그 다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트레이닝파트에서 뼛조각이라고 해서 쉽게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문승원과도 면담을 끝냈다. 다른 이야기는 특별히 없었고 이 부분만 강조했다. 김 감독은 문승원에게 “시즌을 함께 시작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시즌을 같이 끝낼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시즌 시작에 맞춘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문승원도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고 웃었다. 말은 그랬지, 김 감독도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서 자신의 몸 관리를 가장 철저하게 하는 투수 중 하나가 문승원”이라고 치켜세운다. 문승원도 매일 인천에 나와 재활을 한다. 오전 10시 이전에 나와 오후 3시 너머까지 재활과 씨름 중이다. 성실함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몸 관리 하나는 믿는 선수다.

문승원은 “지금까지의 시즌 루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워낙 꼼꼼한 선수다. 문승원은 “머리로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우니 기록을 다 했다. 이전 기록을 보면서 언제 어떤 운동을 했고, 얼마 정도의 중량을 들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에 맞춰 훈련을 할 것”이라면서 “올해는 내 성적보다 팀 성적이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죄송했다. 나나, 팀이나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감독의 진심에, 마치 선수는 “걱정 마세요”라고 웃는 듯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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